데미안을 읽고 나서 데미안을 읽고 나서…

데미안을 읽고 나서
저자 : 헤르만 헤세
출판사 : 상서각
솔직히 말해서 퇴마록과, 해리포터말고 제대로 독서해 본 적이 없어서, 내가 이렇게 재미없게 생긴 데미안을 읽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그래도, 재미있는 퇴마록과 해리포터는 달달 외울 정도로 읽었었다.) 그런데, 어느 일요일 날 나랑 일란성 쌍둥이인 작은형이 데미안을 열심히 읽는 것을 보고, 관심이 끌려서 작은형에게 알아 듣을 정도로만 둘러대고 월요일 날 아침, 학교로 출발하며, 짐가방 속에 `데미안`책을 쑤셔넣었다.
음...데미안을 읽는다는 것은 조금 무리였다. 책은 얇았지만 이토록 재미없는 책은 윤리 교과서이후 처음 이였다. 책 읽는데 실제로 걸리는 시간은 책의 두께와는 별로 상관없는 것 같다. 적어도 데미안보다는 훨씬 두꺼운 퇴마록은 나의 느려 터진 읽기 속도에도 몇 시간이면 다 읽었는데, 데미안이란 책은 한 달이 지나도 반도 못 …(생략)

마음에 평온함을 위해서 하는 짓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데미안은 자신의 종교관 이랄까...하여튼 이단적인 성격을 띤 생각을 아주 똑똑하게 말하는 것 같았고, 그런 부분을 읽을 때면 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평소에 이단적인 생각을 가슴속에 많이 품고 있으면서도, 막연히 그래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무척 답답했던 것 같다. 그래도 데미안은 성서내용 따위에 이견이 있을 뿐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은 사실로 믿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데미안이 이단적이기는 해도 나보다는 천당에 더 빨리 갈지도 모르겠다. 나는 하느님이 존재해야지만 진정한 정의가 존재하고 삶의 부질없음이 사라지고, 가치로워 질것이므로 하느님이 제발 꼭 존재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그 존재를 확신할 수 없음에 답답할 뿐이다.
데미안이 하는 이야기 중 성서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생각이 많았는데, 기억에 남는 구절이 많았다. 그 중 한가지...
"싱클레어, 무엇인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어. 다시 한번 그 이야기를 읽고 입 속에서 음미해 보면 거기엔 바보 같은 무언가가 있어. 바로 두 도둑에 대한 일 말이야. 세 개의 십자가가 언덕 위에 나란히 서 있다는 것은 굉장해! 그러나 이 정직한 도둑에 대한 감상적인 성경 이야기를 좀 봐! 맨 처음엔 그는 범죄인이었고 수치스러운 짓을 범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지금 그 말 한마디에 녹아 나서 별안간 착하게 되어 후회한다는 그 따위 일이 어디 있어! 무덤을 단 두 발 앞둔 곳에서의 그런 후회가 무슨 의미를 갖고 있지?그것은 달콤하고 부정직하고 감동적인 면과 기껏해야 교화적인 배경을 갖는 신부 이야기 이외의 아무 것도 아냐. 만약 오늘날 그 도둑 중의 하나를 친구로 고르지 않으면 안 되거나, 둘 중 어느 한쪽에 신뢰를 줄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절대로 회개의 눈물을 흘리는 자는 아니야. 아니지, 그것은 (내가 선택하는 것은)사나이이고 성격 있는 다른 도둑이야. 그는 자기의 위치에선 단지 아름다운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회개 따위는 문제 삼지 않고, 제 갈 길을 끝까지 가며, 마지막 판국에 가서 그를 그때까지 도와줬던 악마에게 비겹하게 설교한다거나 하지 않는단 말이야."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단적이지만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똑부러지게 하는 말이 가슴에 남았다. 특히 "무덤을 단 두발 앞 둔 곳에서의 그런 후회가 무슨 의미를 갖고 있지?"하는 말이 뇌에 큰 주름을 남기고 기억될 것 같다. 나는 평소에 달콤하고 부정직하고 감동적인 면을 지닌 것 같은 성서이야기가 답답했는데, 데미안의 날카로운 지적처럼 솔직히 죽기 직전에 후회해서 천당 갈 것 같으면, 누가 착하게 살까......?
그리고 뇌에 주름 잡는 구절인 한 놈 더 있는데, 이 구절은 아주 유명한 것 같았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그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이 구절은 책 표지에도 쓰여 있고 이 책 읽기 전에도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노려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이해가 가지 않자 짜증이 나서, 이런 이해하기 어려운 글은 좋지 못한 글이라고 비판하고 싶었다.
이 책을 수준 낮은 내가 이해하기는 아직 어려운 것 같았으나 도전한데 후회하는 것은 당연히 없다.(손해 본 것은 없으니까...) 오히려 고상해진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그래도 데미안 이야기 나오면 아는 척은 할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나중에 내 지적 수준이 국어 잘하는 영인이나 책 많이 읽는 선표만큼 높아 졌을 때 꼭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지금도 내가 `데미안`을 소화시키는 날을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