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베개를 읽고 나서 돌베개를 읽고 나서…

돌베개를 읽고 나서
저자 : 장준하
출판사 : 세계사
이 책은 저자인 장준하 선생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한사람으로 일본의 패색 이 짙어가던 1944년부터 1945년까지의 2년간의 체험을 다룬 수필이었던 것이다. 2년 동안의 고된 체험을 토대로 우리 현대사의 한 증언을 보여주었다. 처음 이 책을 찾으러 돌아다녔을 때만 해도 춘원 이광수의 책 - 돌베개(같은 이름이었다)와 혼돈 되었다. 공교롭게도 한 때 친일주의자였던 춘원 이광수의 수필집 제목도 돌베개인데 그것과는 질적, 내용적 차이가 있음을 확실히한다. 물론, 장준하 선생의 애국심은 이광수와는 비교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장준하 선생은 제 2차 세계대전 중에 건장한 20대 청년이었고, 일본 패망 직전, 한국 독립군으로 활동하며 우리 나라의 광복을 위해 힘쓰셨던 분이다. 장준하 선생님을 두고 민족주의자라 부를 수도 있고 민주주의 신봉자 또는 반 독재 투사로…(생략)

같은 의지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장준하 선생님의 인격, 정신과 생활을 일관하는 근본신조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첫째는 투철한 애국혼이다. 앞으로 1백 번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장준하 선생님은 한국에 탄생하여 민중의 벗이 되고 동포의 봉사자가 되어 활동하실 것이다. 선생의 애국충절은 우리의 거울이다.
둘째는 놀라운 자유혼이다. 일제시대에 동경에 가서 신학생으로 공부할 때부터 선생의 자유혼은 싹텄다. 중국에 학병으로 끌려갔고 중경으로 망명하는, 많은 고초를 겪는 동안 선생의 존재를 밑에서 떠받든 강한 힘은 자유에 대한 불사조와 같은 신념이었습니다. 자유언론의 기수로서 선생이 한국사회에 끼친 업적은 후대에 길이 남으리라고 확신한다.
셋째는 정의혼이다. 참과 거짓, 의와 불의, 진리와 허상, 시와 비를 준엄하게 가르고 남이 뭐라고 하든 자기의 신념을 굳게 지키는 용기와 저항정신은 천하 누구도 선생을 당할 도리가 없을 것이다. 선생은 1년 사시사철 푸르고 싱싱한 상록수의 강인한 기상과 곧은 의지력을 늘 지니고 있었다. 일본 군의관 앞에서 한국 청년의 용기와 저력을 보여주기 위하여 마취도 하지 않고 생손을 수술할 때에 눈 하나 까닥하지 않고 버티던 선생의 그 무서운 기개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장준하 선생님이 하신 말씀 중에 가장 깊이 마음에 새겨진 말이 둘 있다. "이제 나는 살아서 50대 초반을 보내며 잠자리가 편치 않음을 괴로워한다."는 부분을 읽으며 장준하 선생이 얼마나 현실을 안타까워했는지 그 마음을 알 수 있다. 또 이런 대목도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대륙에 발을 옮기며 내가 벨 돌베개를 찾노라." 이 말에 담겨진 말은 내가 잘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 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대륙`... 여러 가지 해석의 경우가 있겠지만, 나는 그것이 장준하 선생님이 나아가야 할 불투명한 미래를 뜻한다고 본다. 하지만 선생은 불투명하고 위험한 미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분의 추진력, 의지력으로 `발을 옮기며`, 한국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불편도 아랑곳하지 않는, 베기에 불편하고 아픈 `돌베개`를 베려고 하는 것 같다. 장준하 선생님도 인간으로서 포부를 가지셨으리라 생각한다. 자신의 편의와 명예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그분의 나라사랑 그분의 겨레 사랑보다 더 클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많은 것을 느꼈다. 선생의 훌륭한 성품에 감동 받았으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도 찾았다. 오늘 우리는 장준하 선생님을 추모하면서 이분의 이 같은 고매한 뜻, 나라 사랑과 겨레 사랑을, 그리고 이분이 우리에게 남겨 주신 정신적 유산을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하겠다. 그분의 참된 크리스찬 적 사랑, 정의감, 진리에 대한 성실을 우리는 배워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