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꿈

갈매기의 꿈
한계. 제한. 규제. 이 모든 것들은 어떠한 능력의 크기나 능숙함이 한정된 굴레 내에 속박되어있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단어들을 사용할 때, 흔히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의미처럼 어떠한 능력이 ‘속박되어 있다’는 것으로 사용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능력을 ‘속박하는’ 묵시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것일까? ‘갈매기의 꿈’에서 ‘한계’ 그리고 ‘능력’ 이라는 말은 매우 중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 떼의 갈매기가 있다. 모두다 똑같이 생겼다. 똑 같은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고, 똑 같은 먹이를 사냥하여 먹고 산다. 사용하는 말도 똑같고, 생활 패턴도 똑같다. 그러나 그 무리의 변두리에, 생각하는 방식이 약간 다른 갈매기들과 다른 갈매기가 한 마리 있다. 그에겐 밥이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먹이만을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날개를 대충 다루는 것을 그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날개라…(생략)

단의 정신 자세. 한계를 극복하고, 궁극적으로는 ‘한계’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를 무색케 하여 자신이 가진 무한한 능력의 가능성을 열었다. 아마 이 소설 전체에서 가장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주제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살다 보면, 아무리 큰 꿈과 이상을 품고 있다 하더라도 실생활에서 가해지는 수많은 제약 때문에 그것을 실현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조나단 역시 그러한 제약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했지만, 그는 자유를 얻기 위해 그 제약 자체를 파기함으로써 제약에서 벗어난다. 물론, 단순한 갈매기의 사회에서는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복잡하게 얽혀있고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는 사람들의 사회에서는 함부로 제약을 깨기가 쉽지 않은 일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그 제약의 일부라도 깨드릴 염두를 못하고, 그냥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제약 속에서 자신의 꿈과 이상을 접고 제약에 어울려 자신을 변화시켜 가며 사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조금만 더 노력하여 마음을 단단히 먹고 그들의 꿈 중 일부라도 실현시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조나단이 생각했던 것처럼, 그가 배운 비행법이 다른 일반 갈매기들에게 전수되면 그 갈매기들은 더 이상 먹이를 구걸하기 위해 고깃배를 쫓아다니며 구차하게 살지 않아도 될 터였다. 인간 사회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꿈이 다 실현되지는 않더라도 일부만 가지고도 인간 문명은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씌워진 제약의 굴레에,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발현시킬 가능성과 의지를 스스로 상실시켜 버린 것은 아닐까. 안타까울 뿐이다.
나 자신의 태도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나는 조나단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만큼 이상을 위하여 살아가고 있는가. 아직 나는 조나단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 ‘한계’라는 말의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열심히 노력하면 한계를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한계라는 말 그 자체를 무시하지는 못했다. 가끔은 과연 이 한계를 넘어서도록 노력해서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떠오르는 때도 있다. 과학자. 나의 이상과 꿈은 과학자이다. 과학자가 되면 누구나가 부러워 하는 부유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없을 것임에는 확실하다. 신문에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기사 거리다. ‘이공계기피’. 그렇지만 많은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을 들었다. ‘하고싶은 일을 하는 것이 가장 보람차다’. 아무리 돈이 많고 명성이 높아도 그 일이 자기가 하고 싶던 일, 자기의 꿈에 맞지 않으면 진정한 성취감을 얻을 수 없다는 말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자신이 그 직업을 택하게 된 것은 생활에서 가해지던 수많은 제약들에 의해 자신의 꿈과 이상을 ‘한계’라는 제한선 안에서 재 수정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계’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신의 진정한 능력을 발현해보기 전에는 진정한 성취감이란 있을 수 없다. ‘한계’ 내에서의 성공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제 내가 글 초반부에 제시했던 의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볼 단계가 된 것 같다. 한계라는 말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조나단의 경우에, 그는 한계라는 말이 후자의 의미, 즉 간접적이고 정신적으로 어떠한 능력을 속박하는 뜻을 가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한계라는 말, 그 의미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고 결국 속박에서 벗어났다. 글 중에서, 조나단과 그의 스승 치안이 한 말이 있다. ‘자신을 한정된 능력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작은 육체 속에 갇힌 존재로 생각하지 말라’. 이 말의 함축된 의미는, 생각만 하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생각, 자신에게는 한계가 있다는 그 생각이 자신에게 한계를 지어버리는 것이다. 앞에서, 모든 갈매기는 똑같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조나단은 그들과 다른, 그가 소설 중에서 직접 말했듯이, 특별한 갈매기가 아니다. 그들과 똑 같은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는 보통의 평범한 갈매기다. 단지, 한계라는 단어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 모든 갈매기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실현 가능한 성공을 남들보다 좀 더 빨리 이끌어내었을 뿐이다. 우리 인간도 똑같다. 모두가 동일한 인간이다. 지능이나 인성에서 개인차가 있다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것은 각자가 가진 꿈을 이루는데 큰 지장을 줄 만큼 큰 차이가 아니다. 어쩌면, 태어날 때에는 모두 동일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가,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주변의 조건들에 의해 자기 스스로 자기 능력에 한계를 지우는 정도의 차이가 개인차를 유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계라는 것은 극복될 수 있는 것이다. 절대적으로 원래 존재하던 제한선이 아니라 인간이 인위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그어버린 경계선이기 때문이다. 제한선은 말 그대로 제한이지만, 경계선은 맘만 먹으면 넘을 수 있다. 바로 그 ‘마음’이 한계에서 벗어나는 길이 아닐까?
한계를 벗어나 더 높은 이상으로 나아가는 길. 우리가 사는 목적은 그 길을 찾아 가는 것일지 모른다. 비록 그 과정이 고되고 불가능해보일지라도 진정한 성취감과 행복은 그 방법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이다. ‘높이 나는 갈매기가 더 멀리 본다 The gull sees farthest who flies highest’. 갈매기 조나단이 다른 갈매기들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던지는 말이다. 힘들어질 때, 한계를 뛰어넘는 게 어려울 때, 다시 상기해야 할 문장이다. 나도 더 높이 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다짐하면서,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