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를 읽고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작년 이맘때였던 걸로 기억된다. 친구와 둘이서 시덥잖은 방황의 끝을 여행으로 잡고서 이 책을 부여잡고 읽기 시작했었다. 물론 책만 읽고 여행은 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은 덕에 나는 진짜로 `간접 경험`이라는 것도 얼마나 소중한 지식이 되는지를 실감할 수가 있었다. 사람 많은 불화(佛畵)를 칭찬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한 10년 전만 해도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던 귤동마을은 이제 있는 것처럼...
경주는 중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의 제일 첫 번째 명소가 되는 곳 중의 하나였다. 내가 경주를 가본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가족끼리의 여행에서 처음으로 경주를 가 볼 수 있었고 6학년 때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름다운 감포 가도를 따라 감은사로 가다보면 우리가족이 일상 묵던 보문단지가 보이는데 저자는 꽤나 보문 단지를 싫어하는 모양이다.
「…(생략)

자연대 학생들은 아예 얘깃거리가 못되어서 뺐는지 의심스러웠다.
내가 보기에도 감은사탑은 멋있었다. 멋있다는 표현보다는 오히려 그 장중함에 숙연해 졌다고 하는 표현이 어울릴 것도 같다. 비록 책에 나오는 그 남학생처럼 돌덩이가 내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어도 그 서있는 모습이며 세월의 흔적들로 남아있는 돌의 얼룩짐을 보고서 감탄한 기억이 새롭다. 씻겨도 씻기지 않을 그 얼룩짐 속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생각해 보았고 그 앞에서 마냥 사진만 찍어대던 친구들과 함께 깔깔거리던 옛 추억도 새로이 느껴보았다.
대왕암에 오랑캐를 지키겠다는 불타는 애국심으로 납골을 뿌려진 왕이 있으니 이가 바로 문무왕인데 위에 서술되어 있는 감은사가 바로 문무왕이 짓고 싶어하던 절을 일찍 돌아가셔서 짓지 못하심에 따라 그의 아들되시는 신문왕이 절을 지어 아버지께 감사한다는 의미로 감은사(感恩寺)라 이름지었다고 한다.
대왕암은 바다에 있는 바위의 이름이다. 많은 사료들에서 문무왕의 납골을 뿌린 산골처(散骨處)임이 알려져 있지만 군사문화에 의한 yellow paper들의 횡포는 이를 과대 포장하고 한 상품으로 기획하기 위해 마치 바다 한가운데 있는 바위 속에 문무왕의 시신이 있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는걸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역사유물까지도 현 정치의 한 노리개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비통해 하고 있다.
에밀레종은 경주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그 웅장한 자태를 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 한번도 그 종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거기에 얽힌 전설은 익히 재미있게 들어본 적이 다들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원래 에밀레종은 봉덕사라는 절에 있었다가 이 책의 저자인 유홍준님께서 문화유적을 탐사하는데 있어서 스승으로 모시는 소불선생이라는 분이 경주박물관의 관장을 지내실 때 봉덕사에서 지금의 경주박물관으로 옮겨지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 옮기는 절차가 마치 축제를 연상케 하였고 종을 다시 떼어내고 걸고 하는 의식과 과학적 절차가 매우 복잡했다고 한다.
에밀레종은 지금의 기계공학도들이 매우 신비스럽고 의아하게 여길 만한 의문점이 많은 종이라고 한다. 그 시대에 종의 제작에 있어서 기포를 찾아볼 수 없는 점과 22t의 무게를 견딜만한 9cm의 종고리(물리역학적으로 볼 때 불가능하다 생각됨) , 크기 자체가 엄청난 종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고 하며 지금의 기술로도 옛 기술을 따라가기가 벅찰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얘기는 석굴암의 완벽한 수학적 측량이라던가 황룡사탑의 어마어마한 크기에도 비슷한 얘기가 있는 걸로 안다. 일례로 박정희를 위해 만들어진 종이 하나 있다는데 이 종의 허술한 주조와 군사정치에 복종하려고만 했던 어느 기업인의 각인까지 남아있는 이 종은 에밀레종의 완벽한 수치를 반도 못 따라 온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작가가 두 번째로 집필한 책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2`이다. 1편의 엄청난 흥행(?)에 힘입어 2편을 집필하게 되었는지 아니면 돌아본 한반도 곳곳의 감흥과 그 흔적들을 한 권의 책으로만 남기기에는 부족하였는지 그 이유를 알 수야 없지만 2권에 보면 1권 못지 않은 많은 지역정서와 지역에 얽혀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또다시 접하게 된다.
내가 2권에서 가장 관심 있게 읽은 부분은 한탄강에 관한 부분이었다. 철원지방과 같이 한 한탄강에는 이름만 들어도 왠지 모를 한이 서려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한탄강을 끼고 있는 철원지방은 6.25이후 다시 생겨난 남측 마을이다. 언뜻 이런 유래로 볼 때에 군부대나 잔뜩 있고 살벌한 느낌의 고장쯤으로 인식되는 게 어릴 적, 무슨 때만 되면 꼭 반공글짓기를 하고 뭣도 모르는 애들을 월요 조회시간에 운동장에 집합시켜 머리에 띠를 두르고 김일성 나쁜 놈이라 교육받고 북괴라 교육받은 상흔이 아닌가 한다. 항상 도덕시간에 북한공산당의 제복을 입은 사람들은 늑대로 표현되고 했던 그 시절 교육이 준 상처 말이다.
하여간 철원지방은 그렇게 사람이 많이 사는 곳이 아니다. 어렴풋이 드는 생각처럼 군데군데 軍 초소가 있어 함부로 사진촬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보아 분명히 전방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 곳에 있는 천연의 자연경치 또한 단순히 스쳐지나갈 수 없는 것이라 한다.
겸제 정선이 즐겨 그리던 삼부연 폭포가 절경을 이루는 곳이 철원이며 한탄강과 철원땅이 자랑하는 최고가는 명승지 고석정 또한 그 지방의 대표적 절경이라 할 수 있겠다. 그 곳 땅이 용암대지인 만큼 특이한 지질구조를 이루는 것 또한 이색적인 정서를 느끼게 해 주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신(新)철원에서 구(舊)철원으로 가는 험난한 한탄강의 협곡에 세워진 승일교(承日橋)는 그 명칭에 대한 사연이 우습다. 원래 북한 땅이었던 철원지방에 이 험난한 계곡 사이에 다리를 놓다가 6.25 발발이후 잠시 중단되었던 다리 공사가 6.25를 마친 뒤 철원이 남한땅으로 귀속됨에 따라 이승만 대통령이 이 다리를 완공함으로써 그 이름이 이승만의 가운데 字인 `承`과 김일성의 가운데자인 `日`을 결부시켜 만든 것이라 하니 사진에 나와 있는 멋있는 다리 모양의 운치의 절반도 못 따라가는 이름인 것 같아 심히 그 기분이 썼다.
도피안사라 하는 철원지방의 절에 가면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쇠불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이 불상은 하대(下代) 신라 9C기 경에 만들어 진 것으로 불상의 뒤편에 보면 명문으로 불상을 만들게 된 동기며 만든 날까지 세세히 기록하여 놓았다고 한다. 철불의 온화하고도 근엄한 모습대신 얼마전 도금을 했다고 하니 사진으로 내가 보기에도 꼭 술집 작부 같은 게 뭐하나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도금`이라는 과오를 저지른 이 시대 사람들이 너무도 한탄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아직도 금강산에서 발현한 한탄강이 마르지 않고 흐르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동해의 낙산사의 감명을 적음으로써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동해 낙산사..... 저자는 이 책에서 동해 낙산사를 말할 때에는 언제나 "동해 낙산사!"라는 감탄사와 함께 느낌표를 찍어야 동해 낙산사의 그 묘미를 한층 살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나는 동해 낙산사를 생각하면 그 긴 여운을 주체할 길이 없어 이렇게 마침표를 한 두개도 아니고 그냥 찍어댄다. 그래도 어떤 여운을 표현할 길이 없는 것이다. 느낌표만을 찍기에는 그 표현이 너무 경망스럽다고까지 생각되니 말이다.
여름이면 부모님 손을 잡고 설악산을 중심으로 해수욕장이며 그 주변 여행객들이 자주 가는 곳을 돌아보곤 했었다. 그러다가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 하나만을 가지고 친구 6명이서 또다시 그 설악을 찾았고 동해 일출을 보자는 나의 제안에 새벽 3시 반에 눈을 떠서는 그냥 아는 곳이라곤 낙산사의 의상대뿐이니까 그곳으로 갔었다. 새벽 4시가 좀 넘었을 때부터 미친 사람들 마냥 해를 기다렸었다. 2월의 겨울이었는데 무슨 일출이 그렇게 빠르다고 그 시간부터 왔었는지 모르지만 하여간 의상대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맡아놓고 아무 얘기 없이 그냥 컴컴한 바다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 7시가 다되어서 꽁꽁 얼어붙었던 얼굴을 감격과 눈물로 녹였던 그 일출을 기억하노라면 동해 낙산사라는 말 뒤에는 경망스러운 느낌표보다는 마침표 여러 개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낙산사는 의상대사의 창건 설화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창건설화는 [삼국유사]에 자세히 전해지고 있다는데 대충 그 내용을 보면 의상대사가 꿈을 꾸었는데 꿈 속에서 관음보살이 산꼭대기 帶가 솟아날 것이라며 그 곳에 절을 지으라고 해 낙산사를 지었다고 한다. 의상대의 창건 설화(?)는 만해 한용운 선생이 낙산사에 거처하시던 시절 일출을 볼 마땅한 자리가 없다는 판단 아래 지금의 의상대를 지었다고 한다.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으면서 물론 저자의 뛰어난 미술사적 이해에 많은 지식과 감동을 얻은 것은 사실이지만 저자 개인의 편견이 너무나 책에 드러나 있음을 보고 군데군데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참 그 정취를 머릿속으로 그려가면서 책장을 넘기고 있을라치면 꼭 그런 비판의 글이 눈에 띄었다. 동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았지만 약간의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다시 이 Report를 위해서 책을 읽으면서 어떤 문화적 관점에 대해서 더 알아보면 좋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면서 읽어보았다. 어떤 유물에 관한 역사적 배경이 서술되는 걸 보면 그것에 관해서 알고 싶었고 또는 한 시대에서 시대를 거쳐 백성들이 가지고 있던 토착신앙에 관한 글들이 나오면 그것에 관해서도 알고 싶었다. 그래도 그 중에서 가장 관심 있는 것을 하나 꼽을라치면 우리 나라 역사적 유물에 관한 역사적 배경과 지금 그것을 보존하고 있는 실태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유물과 관련지어서 역사를 알 수 있고 지금의 보존실태를 통해서 現 사람들의 과거에 대한 인식의 깊이도 알고 싶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나 같은 방랑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바람을 불어넣기 너무 괜찮은 책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