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읽고 나의 아름다운 정원

나의 아름다운 정원
예림 출판사
나의 아름다운 정원. 이 책의 첫 장을 폈을 때, ??내가 꼭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걸까..???라는 어리석은 생각이 들었다. 첫 제목에는 1977년. 년도가 적혀있었다. 제목이 화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왠지 고리타분하게만 느껴졌다. 나는 원래 이런 책은 내용을 읽어보기도 전에 덮기 마련이지만, 이 책은 꼭 읽어야 되는 사명감, 이상야릇한 기분으로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책 내용은 내가 생각 했던 거와는 정말 달랐다. 주인공인 어린 소년 한동구. 나도 어린 소년의 시각으로 책에 빠져만 가고 있었다. 동구의 가족은 아들만 감싸고도는 할머니와 동구에게는 마냥 다정하지만 할머니에게는 지기 싫어하는 엄마, 그 둘 사이에서 무능력한 아버지였다. 그리고 동생이 없던 동구에게 늦게나마 생긴 여동생영주까지 한 울타리에서 기쁨과 아픔을 서로 나누었다. 동구의 가족은 웃을 때도 있었지만 할머니와…(생략)

유로 해서 3학년을 맡으신 것이다. 꼼꼼하고 아이들에게 신경을 써주시던 ??박영은??선생님으로부터 동구는 매일 한 시간씩 선생님과 남아서 한글과 친해지는 나머지 공부를 하게 되었다. 매일 선생님과 단 둘이 남아서 공부를 하던 동구는 선생님을 어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어린시절에 선생님을 좋아했던 마음이 내 어린 시절 속에서 아련히 고개를 내밀었다. 솔직히 이 책을 쓴 작가는 소설가가 아니기 때문에 표현하는 것이 다른 유명한 책보다는 조금 모자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책 뒤의 어떤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언어는 마력을 가진 것임에 틀림없다.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서 낄낄대고 웃기도 했으며 정말 마음을 울리는 문장을 읽으면서 가슴을 칼로 오려내는 것 같이 아프기도 했다. 처음 책장을 넘겼을 때의 마음이 정말 어리석었다는 걸 느꼈다. 이 책을 안 읽었으면 정말 많은 후회를 했을 것 같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책을 읽으 면서 마음을 놓았다, 쥐었다 하는 이런 책은 처음 접해보는 것만 같았다. 민주주의와 독재정치 속에서 무엇이 좋고 나쁨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한 채 갈팡질팡 하던 때의 시대를 배경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동구가 사랑하던 선생님은 동구와 꿈꾸지 못한 이별을 하고야 말았다. 세상에 나가는 것이 무서워 데모를 꺼려했던 ??박영은??선생님이 할머니의 생일을 축하해주러 시골로 내려간 다음날부터 선생님은 어디론지 사라져버린 것이다. 어린 동구의 마음으로는 선생님의 행동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데모는 못 배운 사람만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었지만, 동구는 사랑하는 선생님이 하시는 일이라면 믿기로 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만날 수 있으리라고 다짐했던 동구의 여린 마음의 새싹을 싹둑 냉담하게 잘라버린 삼촌의 ??박영은??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말. 삼촌이 어디선가 주워들은 말이지만, 사실일 수도 있는 그 말이 동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어린 마음에 짊어진 상처를 아물기도 전에 또 다른 상처를 받아야 했다.
그것은 동구가 정말 아끼고 사랑했던 동구의 여동생 영주의 죽음이었다. 엄마, 아빠가 싸우시는 장면을 보게 해서는 안 된다는 오빠의 심정으로 영주를 데리고 나온 것이 화근이었다. 감을 만져보고 싶다는 말에 영주를 목에 태운 것도 실수였다. 세상에 공기를 들이마시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글을 읽을 줄 알던 똑똑한 동생이 자기의 불찰로 인해서 마음으로만 볼 수 있고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야만 했던 것이다. 어린 마음으로 짊어져야 할 것이 많아져버린 것이다. 어린 영주의 죽음으로 정신병원에 가게 된 엄마, 영주의 죽음을 엄마의 탓으로만 돌리며 욕을 해대는 할머니, 이런 할머니와 엄마사이에서 고민하는 아빠.내가 동구였었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만 했을까? 라는 질문을 나에게 스스로 해보면서 책을 읽었다. 만약 나라면 어리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울기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책 속의 동구는 나보다 많이 어렸지만, 생각은 나보다 훨씬 나았다. 동구는 가족들을 이해하려고 했다. 물론, 꿈속인지 실제인지 모르지만 ??박영은??선생님이 일러주신 대로 가족들을 이해하려고 했다. 그래서 동구는 가족들을 위해 할머니와 같이 집을 떠나 고향으로 내려가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아들을 요리도 잘하고 착한 며느리에게 빼앗긴 것으로 생각했을 것 같은 할머니를 위해서 내린 결론이었다. 물론 시골로 가면 동구는 서울에서의 생활이 사뭇 그리울 것이다. 특히나 아랫동네의 삼층집의 아름다웠던 정원을 두고 시골로 내려가는 것이 정말 마음 아팠을 것이다. 내가 동구의 나이또래였을 때에는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기 위해서 땡강만 부렸을 것이다. 동구는 정말 작가가 작가후기에서 말한 것처럼 나이 어린 스승이다. 이 책은 동구가 떠나기 직전에 들른 정원에서 정원과 이별을 하면서 끝마치고 있다. 어느 못된 놈의 돌팔매에 맞아 절룩거리는 황금빛 곤줄박이를 보면서 말이다. 동구는 이 곤줄박이를 보면서 새로운 희망을 키웠다. 어디에선가 언제라도 ??박영은??선생님과 동구의 어린여동생 영주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키웠다.
언어장애를 앓고 있는 동구지만 동구의 내면은 정말 성숙하다. 지금도 부모님께 내가 가지고 싶은 물건을 사달라고 조르는 내 모습이 동구의 앞에서 너무나 작게만 느껴졌다. 이 책의 뒷부분을 상상해 본다면 동구는 시골로 내려가서도 성숙하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다. 몸도 마음도 더욱 성숙하게 자랄 것이다. 나도 동구의 어른
같은 생각을 배워야하겠다. 나도 힘들지만 남을 이해하는 태도도 또한 나이 어린 스승이 나에게 해주는 교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