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하늘말나리야 너도 하늘말나리야

너도 하늘말나리야
하늘이 참 파랗다. 햇빛은 쨍쨍 내리쬐고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다. 이럴 때면 난 하늘말나리라는 꽃을 떠올리고는 한다. 다른 나리꽃은 땅을 보고 피는데 하늘말나리는 하늘을 보고 핀다 한다. 고고하게 하늘을 바라보는 진홍빛 꽃이 손에 잡힐 듯 아른거렸다. 나는 조그맣게 속삭여 보았다. 소희야, 바우야, 미르야 잘 지내고 있니?
할머니하고만 살아도 꿋꿋한 소희.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말문을 닫아버린 바우. 부모님이 이혼하고 나서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버린 미르. 어쩌면 셋의 만남은 필연이 아니었을까?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주고 이해해 주는 친구들의 만남은 필연이 아니었을까?
처음부터 그들이 가깝게 지낸 것은 아니었다. 부모님이 이혼하신 후 어머니를 따라 억지로 달밭에 내려온 미르는 괜히 소외감을 느끼고 쓸쓸한 기분에 날카로워지기 일쑤였고 소희는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는 미르를 부러워하…(생략)

쓰라린 상처들을 어루만지는 세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라면 이기적인 아이로 변해갔을 지도 모르는데 세 아이들은 모두 각자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성장을 하였다.
바우는 이사를 가는 소희에게 하늘말나리를 그린 꽃을 보면서 하늘말나리가 소희에게 어울리는 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하늘말나리가 이들 세 명에게 모두 어울리는 꽃이라고 생각한다. 하늘을 보고 피어 무슨 일이 있어도 꿋꿋하게 견뎌내고 새롭게 성장하는 이들은 하늘말나리에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