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날의 오후를 읽고 따뜻한 날의 오후를 읽고…

따뜻한 날의 오후를 읽고…
지은이 : 서익원
출판사 : 생각의나무
한 노검사가 심어준 인생의 지혜와 깊이..
내가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작년 겨울, 기말고사를 치고 나서 겨울 방학동안 유익한 책들을 읽기 위해 아버지와 시내에 있는 서점을 찾았을 때였다. 그 때, 난 소설 책 한 권과 수필집인 이 책 한 권을 샀다. 책을 고르던 중 `따뜻한 날이 오후`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저녁 해가 지는 노을을 뒤로하고, 햇살이 비치는 따스한 잔디밭에 앉아 무언가에 대해 깊이 있게 대화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이 책을 들었다. 책을 보니, 한 노검사가 이 때까지 인생을 살면서 인상적이었던 자신의 일들에 대해서 간간이 써 온 수필들을 묶어놓은 책이었다. 그의 머리 글을 읽어보면서 `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의 삶을 한 번 들어보고 싶다.`하는 느낌이 들어 선택하게 되었다. 이 책을 모두 읽고 난 지금, 그 때…(생략)

뜻을 내 비춘 이야기들, 살아오면서 말로만 통하고 잘 지켜지지 않는 상식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이야기들로 나뉘어져 있다.
먼저, 첫 번째 주제의 수필들. 그것들은 그는 검사라는 직업 때문에 정의와 의리의 갈림길에서 수없이 고뇌하고 생각하고, 또 그 과정에서 느낀 것들에 대해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이었다. 나도 책을 읽어 감에 따라 그 시대의 그로 돌아간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공감하고 느끼며 검사라는 직업에서 얻게 되는 많은 인생에 대한 지혜들과 법의 공평성, 시민으로서 우리들의 책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깨달을 수 있었다. 특히 이 중 내가 감명 깊었던 이야기는 `어느 중동 근로자의 비극`이란 제목의 글이었다. 그 내용을 대충 소개하자면 가족의 안락한 삶을 위해 힘겹고, 고통스러운 중동행을 결정한 근로자가 그의 아내로부터 배신을 당하게 된다. 그가 몇 년 동안 중동에서 월급을 하나도 남김없이 한국의 가족들에게 보내며 힘들게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그의 아내는 그를 북한 공작원과 접촉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 증거로 제시한 증거물(아내가 조작한 것)이 명확히 판단을 내리기엔 너무 부족함과 허점이 많았고 조사했을 때 전혀 그런 짓을 할만한 동기와 근거가 없었다. 그리고 조사에 의해 그 아내는 외간 남자와 바람을 피워 이 때까지 남편이 보낸 돈을 몽땅 써버린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그에게 죄를 뒤집어 씌웠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 아내는 결국 기소가 되어 구속을 당했다. 가정이 무너진 남편은 모든 것을 잃었고, 다시 그는 중동을 향해 떠났다. 그리고 지은이에게 자신의 아내를 용서해달라고 했다. 그러지 않으면 남은 자식들은 자신을 버린 엄마를 평생 원망하며 살 것이라고 말했다. 도저히 그 아내를 용서할 수 없었던 지은이는 남편의 관용의 덕에 감동해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미 그 남편은 관용이 최선의 덕인 것을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평소 조그마한 일에도 용서하지 못하고 속 좁게 굴었던 내 지난 일들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칠 소중한 `관용의 덕`이란 것도 얻게 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주제의 이야기들은 지은이가 살아오면서 인간의 양심과 도덕, 그리고 객관적인 판단 기준에 의해서도 잘못되었고 이기적인 사람들에 대한 비판과 다른 방안들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었다. 인간들은 사회 생활을 하면서 정말 영악한 짓을 많이 한다. 자신의 이익과, 남보다 낫다는 느낌을 주는 우월감을 성취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잔 머리를 굴리고 다른 사람들을 못살게 굴기도 한다. 그리고 악덕한 대중을 만들어내어 소수를 소외시키고 괴롭히고 도리어 그 소수를 악마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단지 자신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동의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다는 이유로.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나의 삶을 되돌아볼 때, 누군가가 나는 그렇게 한 적이 없었는가? 혹은 적었는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 동안 사람으로서 도덕과 양심을 생각 하지 않은 채 오만한 대중, 거만한 우월자가 되어 나만을 위해 그리고 나의 쾌락을 위해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린 적이 많았다. 이 때문에 애주가(폭주가가 알맞을 것이다)들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들에게 무리하게 술을 권하여 자신의 쾌락과 우월감을 충족시키고, 상대방은 생각 하지 않은 채 무리한 요구를 하고 안 해주었다고 욕하며, 무서운 대중이 되어 소수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강요했던 이야기들.대체로 이런 이야기들에서 지은이는 피해자가 되었기 때문에 나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분노를 느끼면서도 나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꼈고, 반성도 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들은 나를 도덕적이고, 올바르며, 선한 인간으로의 성장에 적지 않은 귀중한 밑거름이 되었다. `앞으로 나는 이런 사람이 되지 않아야지.`, `더 이상 이렇게 악독한 짓을 하지 않아야지.`하는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 주제의 이야기들은 너무나 상식이 통하지 않는 행동을 사람들에 대해 꼬집어 보고, 훈훈한 감동을 주는 아주 교훈적인 이야기들도 담겨져 있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나도 짧은 몇 년 동안 평소에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지은이의 이 주제 자체에 대해서 좀 더 친근감과 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들은 평소에 우리가 할 수 있었던 그런 비판적인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하지만 이런 데에서도 나는 생활에서의 지혜와 타인들에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는 행동을 가지기 위한 마음 자세들에 대해서도 익힐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부분에서는 자신의 고향과 어머니, 가족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주변에 자신을 위해 주는 것,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과 그에 상응할 수 있는 지각과 자세를 가지게 해 주었다. 평소에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들은 나를 좀 더 성숙한 성인이 되기 위한 지각을 일깨워 주었고, 이 점들에 대해서 깊이 있게 배웠고, 생각했으며, 감사했다. 그 중 가장 와 닿는 내용은 어머니에 대한 수필이었다. 사실 평소 부모님께 자신 있을 정도로, 아니 보통수준으로도 효도를 하지 못했던 내게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심어 주었으며, 부모님들께 마땅히 해야 될 도리, 생각, 그리고 더 나아가서 나서는 효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해주었다.
위와 같이 나는 지은이의 사소하지만 따뜻하고, 깊이 있는 생각으로부터 나올 수 있는 판단과 행동 그리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적지 않은 감동과 지각, 반성과 고뇌를 할 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난 나의 느낌은 경륜 있는 인생 대 선배와 함께 여러 시간과 장소를 옮겨 다니며 주의 깊고, 따뜻한 교훈, 그리고 때로는 날카로운 나에 대한 비판과 충고를 들은 듯하다. 나는 그 동안 수필을 많이 읽지 않았다. 특히 이런 인생에 관한 새로운 지각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수필집들은 더욱 부족했었다. 하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이러한 수필집들이 나를 더욱 성숙하고 인간다운 인간에 다가서게 하는 참 스승 중 소중한 하나임을 알게 되었고, 앞으로 이 책 혹은 앞으로 읽게 될 수필집들은 나의 인생에 있어서 귀중한 지침서가 되고, 어두운 밤하늘의 등불이 될 것이라 느꼈다. 마지막으로 조금이나마 나를 더욱 깊이 있게 생각할 줄 알고, 감동할 줄 알고, 지혜 있는 판단을 할 줄 아는 나로 만들어 준 이 책에 다시 한 번 깊게 고개 숙여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