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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크루소 따라잡기를 읽고
도서관에서 과학분야를 따라가다가 문득 이 책이 보였다. 책제목만 봐서는 전혀 내용이 연상되지를 않았다. 아니 로빈슨크루소라니 무인도에서 살아남기에 관련된 내용인가 싶은 정도가 연상될 정도일까. 하지만 이 책이 과학분야에서 발견된다는 것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의문도 서문을 보는 순간 곧 풀렸다. 자연에 대한 ‘왜’라는 의문과 그것을 풀기 위한 노력이 곧 과학이라는 점에서는 무인도만큼 좋은 과학실험실이 따로 없으리라는 안내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기왕 고개를 끄덕인 김에 그 내용까지도 동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노빈손을 따라 무인도 여행을 시작했다.
무인도에 표류한 노빈손이 처음으로 한 일은 바로 물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문득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내가 무인도에 떨어졌으면 무엇을 먼저 찾으려 했을까? 처음부터 의문이 연달아 떠오르기 시작했다. 노빈손의 무인도생존대작전을 따라가면서 평소 주변에서 접하던 너무나 당연시하던 것들이 과학적으로 어떻게 증명이 되고 활용이 되는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물을 구하기 위해 여과장치를 만드는 것이라든지 증류현상을 이용해 바닷물을 식수로 만드는 것 등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컴퓨터와 기계가 없더라도 과학이 되는구나 하는 걸 느끼는 순간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과학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기본적인 물과 불을 구할 수 있게 되자 다른 식용물을 구하는 모습은 재미있기도 하고, 흥미진진하게 보였다. 고기를 잡기 위해 미로를 설치하는 것하며, 식용버섯을 골라내는 방법등은 실생활에서도 유용한 것들이었다. 집을 만드는 것은 또 어떤가. 돌도끼를 만들고, 올무와 함정을 파서 동물들을 잡는 것은 또 어떻고. 방향을 알기 위해 해그림자를 이용하는 것이라든지, 구조신호를 위해 동원하는 방법등을 보면서 이런 방법도 있었구나 하는 감탄성이 연신 터져나왔다.
과학이 멀리 있지 않았다.…(생략)
상처가 나자 알로에를 찾아 지혈을 하고, 벌에 쏘이자 오줌을 받아 암모니아 대용으로 쓰기도 했다. 별을 보면서 위치를 가늠하기도 하고, 훈제고기를 만드는 방법에 이르러서는 절로 군침을 흘리게 했다.
이러한 다양한 과학적 도구들을 고안하고 활용하는 것 외에 또 다른 중요한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정신이다. 절해고도의 막막한 상황에서 홀로 지내야한다는 것은 여간한 정신력으로 버텨내지 못한다. 그 와중에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절망감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극복방안까지 보여준 것은 인간정신의 과학적 측면을 제시한 내용이었다.
너무나 가까이 있어서 소중한 것을 몰랐고, 그저 있으니 이용하기만 하면 된다는 편의주의에 빠져있었던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평소 들어왔던 과학의 유용성을 자신이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 무엇보다 흐뭇하게 여겨졌다. 예전에 모티비에서 방영한 외화가 있었다. 주위의 다양한 재료로 전혀 뜻밖의 물건들을 만들어 이용하는 모습은 굉장한 인기를 끌었는데, 그 주인공의 이용방식도 곧 생활 속의 과학을 이용한 것이 아니었던가. 나도 이제 무인도에 혼자 떨어져도 살아갈 방법을 알 수 있겠구나하는 알량한 자심감을 가지게 되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노빈손의 굉장한 활약에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나도 조금은 생활 속에서 과학을 이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 서적이라도 찾아봐야겠다. 노빈손은 꿈속에서 원조 무인도맨인 로빈슨 크루소를 보았지만, 나는 꿈속에서 노빈손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노빈손도 잘난 체 하며 자신의 무인도 경험담을 일장연설로 늘어놓을 지도. 창밖의 밤하늘에는 별이 보이지 않는다. 노빈손이 무인도에서 보았던 북극성이 여기서는 쉽게 보이지 않지만 내 마음에는 환하게 빛나고 있음을 느낀다. 북극성을 길잡이 삼아 오늘밤은 무인도를 누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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