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운의 천재 고아명 - ‘로빙화‘를 읽고
지은이: 증자오정 출판사: 양철북
나는 중학교 무용시간에 영화를 한 편 보았다. 끝까지 다 본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감동을 받았다. 이름은 ‘로빙화‘ 왠지 순수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었던 제목이었다. 그래서 언젠가 한 번 책으로도 나와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서 읽어보려고 했는데, 마침 독후감 숙제에도 이 책이 들어있어서 읽게되었다.
로빙화, 아름답지만 금방 시들고 마는 꽃 그리고 시들고 나서 차나무 밑에 두고 흙으로 덮으면 비료가 되어 차나무가 잘 자라게 만들고 마는 그 꽃에 주인공을 비유하여 만든 소설인 것 같았다. 중국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이해심과 감동을 느끼게 해준 소설이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어린 주인공 고아명은 자신의 누나와 아버지 3명 이서 지내고 있는 가정에서 산다. 부유한 환경이 아닌 가난한 환경에서 지내는지라 부자인 급우는 늘 아버지를 빽으로 미술대회에 나간다. 아명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알아보기 힘든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거기에는 따뜻한 자신의 감정이 들어가 있었다. 고아명의 그림은 개를 빨갛게 그린다던가 태양을 파랗게 그린다는 등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나는 그 그림을 보면서 마치 ‘어린 왕자’에서 보았던 보아 구렁이가 생각나기도 하고 에디슨의 어린 시절 엉뚱한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런 걸 보면 천재들은 어릴 때에는 왠지 그 사람의 뛰어난 특기가 돋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다가 자신의 능력이 뭔지를 깨닫게 되고 그 후로는 자기 능력의 개발에 힘쓰는 삶이 천재들의 삶인 것 같았다. 하지만 아명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재능이 그림에 있다는 것을 알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았던 것이 천재를 시간 속에 묻은 원인인 것 같다.
어느 날 미술선생님이 전임오시고서는 아명의 그림을 보고 질문을 했다.
"파란 것은 무엇이지?"
"태양이요."
"태양이 왜 파란색이지?"
"그래야 아버지가 쓰러지지 않죠."
이…(생략)
부분을 보고 나는 아이의 순수함과 상상력에 대한 감동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가 차밭에서 일하다 태양열 때문에 쓰러져서 태양을 파랗게 그린 미적 감각과 상상력이 뛰어나 보이기도 하고 내게 순수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이 소설은 순수함을 담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였다. 동네 향장 아들이 열심히 색칠을 하고 있는 그림을 보고 미술 선생님이 말을 하였다.
"멀리 있는 국기는 자세하게 그릴 필요 없어. 빨갛게 칠해도 국긴 줄 알아."
그러자 다른 선생님이 말했다.
"그건 잘못된 말이에요. 공산당 기도 빨간색이에요."
개인의 창의력이 무시되고 국정지표에 내몰리던 그 한 시대에 대한 마음 때문에 이 내용을 담은 것 같았다. 이 외에도 다수결로 미술대회 대표를 뽑자는 민주주의에 대한 풍자까지 담고 있다. 사실 이 내용은 한국인들에게 별로 마음에 닿지 않을 듯 하지만, 중국인들에게서는 뜨거운 분노와 참혹했던 그 당시를 느끼게 해주었을 것 같다.
미술선생님은 고아명의 그림 재능을 알고는 미술대회에 출전시키려 했지만, 다른 선생님들의 반대로 인해 향장의 아들인 임지홍을 출전시키고 만다. 이에 실망한 아명은 크레파스를 물에 버리고서 미술을 포기하게 되고, 미술선생님 역시 아명의 벌레 그림 한 장만을 들고서 아부와 위선이 넘치는 학교를 나온다. 이 장면에서 아부와 위선이 넘치는 모습은 현재 사회에서의 모습도 별 다른 점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된다. 갈수록 아명에게는 힘든 일들이 다가오는 현실이 너무 안쓰러웠다. 그러다 아명은 병에 걸려 죽게되고, 아명의 집은 향장의 독촉으로 인해 갈수록 생활이 힘들어졌다. 아명의 죽음은 나에게 동정심을 느끼게 만들었고, 결국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미술선생님이 들고 갔던 그림이 세계 어린이 미술 대회에서 대상을 타게 되고, 시골 마을에서는 고아명을 칭찬하기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학교 운동장에서 교장선생님이 하는 말씀은 너무나 가식적이었다. 언젠가 천재가 태어나리라 알았다면서 천재 양성에 도움은 주지 않고, 힘들게 했던 사람이 하는 말들... 그 말은 나에게 왠지 모를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 충격이 가시기 전에 아명의 누나가 연설대에 올라가 하는 말을 보고서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아버지가 표준어를 몰라서... 제 동생 때문에 이렇게 더운 날씨에 햇볕 아래에 있게 해서 죄송스럽고 감사합니다. 동생이 그린 그림은 괴상했지만 내가 보기엔 아름다웠습니다. 지금은 모두 동생을 천재라 하지만, 상을 받기 전에는 곽우찬 선생님만이 그러셨습니다. 동생은 마을풍경을 큰 도화지에 그려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했는데, 그만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마을의 풍경은 변함 없는데 동생의 그림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동생은 영원히 우리의 곁을 떠나갔습니다."
그리고는 아명의 무덤에서 상장을 태우는 모습이 왠지 나는 로빙화가 생각났다. 책제목과 같이 금방 시들고 나서 비료가 되어 차나무가 잘 자라게 하는 꽃... 그 꽃과 같이 고아명의 삶은 너무나 짧았고, 죽음 뒤에는 사람들에게 칭송 받은 어린 소년 고아명. 나는 어린 천재 소년 고아명에게 이런 말을 전하고 싶다.
‘어쩔 수 없는 환경이었기에 너의 능력이 발휘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더 좋은 세상에서 태어난다면 너는 그 누구에게도 인정을 받고 세계에서 알아주는 천재가 되었을 터인데‥ 진심으로 아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넌 가족의 사랑을 받고 또 순수하게 자란 것 역시 행복하게 자란 것이 아닐까? 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음 생애에서는 반드시 너의 꿈을 이루고 살길 바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진정한 순수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껏 내가 살아온 삶은 아명과 같은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많지 않았었나. 라는 생각이 들고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앞으로의 나는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의 상처가 없어지기를 위해서 노력해야했다고 느끼게 된 계기가 된 책이었던 것 같다. 꼭 이 책을 내 동생에게도 읽으라고 추천해줘야겠다.
|
인쇄
로빙화를 읽고나서 로빙화를읽고나서.hwp
[size : 29 Kbyte]
134
4
500 
2 Pa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