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깊은 집을 읽고나서

마당 깊은 집
김원일
육이오는 우리민족의 가장 큰 비극중의 하나였다. 많은 사람들이 부모, 형제, 자식을 잃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처음 상을 탄 것이 초등학교 2학년때 육이오 전쟁에 대한 글쓰기였다. 그것으로 인해 육이오에 대해서 관심이 더 갈 수밖에 없었다. ‘마당 깊은 집’은 작가 김원일이 직접 겪은 육이오 이후의 생활을 적고 있다.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던 그는 전쟁이 끝나고 남과 북이 분단되자 대구에 있는 가족에게 가게된다. 그의 가족은 어머니, 선례누나, 동생 길중이, 길수 다섯가족이 대구에서 셋방살이를 하였다. 그의 어머니는 바느질삯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누이와 동생 길중이는 학교를 다녔고, 막내 길수는 전쟁통에 태어나 잘 먹지 못한 탓인지 사팔뜨기에 걸음도 자연스럽지 않고 모자른 점도 많았다.
그가 셋방살던 집은 기와집으로 주인내외는 위채에서 셋방살이 집들은 아래채에서 살…(생략)

이 그렇듯 마당 깊은 집의 사람들도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는 한주라는 아이의 소개로 신문팔이에서 신문배달원이 되었고, 준호 어머니는 시장에서 행상을 했고, 준호 아버지는 길거리를 다니며 각종 생필품을 팔았다. 준호 가족은 준호 아버지가 어느 군인 병원에서 사무를 보는 걸로 알고 있었다. 경기댁은 자식들이 회사에 다니며 생계를 유지했고, 평양댁은 시장에서 행상을 했다. 주인 내외는 각자 보금당과 방직 공장을 운영했다. 주인 내외와 인척간인 김천댁은 바깥채에서 풀빵장사를 했다.
이북에서 내려온 김천댁은 강형사가 자주 찾아왔다. 평양댁의 정태 청년도 공산당의 사상이 강해 부르주아를 싫어했고, 현재의 남한을 미국 식민지 체제라 생각했다. 후에 김천댁과 월북안내자와 월북을 시도하다 폐병이 도져 혼자 잡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감옥살이를 하게된다. 그 때문에 평양댁은 하도 울어서 실명을 하게된다.
통금시간이 있고, 연탄이 보급되지 않아 아침마다 숯불로 밥을 했다. 화장실도 하나뿐이어서 네가구가 아침마다 길게 줄이 이어져 있기 마련이었다. 특히 경기댁은 장이 좋지 않은지 화장실에서 살다시피 하였다. 힘든 생활을 이어갔지만 모두들 부지런히 일을 했다. 그 때문에 현재의 우리나라 경제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는 대구에 불려와서 일만 시키고 때릴 때는 흠씬 패는 어머니를 보고 때로는 주워온 자식이라고 생각하곤 하였다. 그러던 와중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고 재봉틀에 어머니의 손가락이 뚫리는 것을 보고 무서움과 반항이 뒤섞인채 가출을 하게된다. 온 종일 거리를 쏘다니다가 대구역 대합소에서 거지처럼 웅크려 잠이든다. 가출 이틀째에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집에 돌아오게 되었고, 그 일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는 ‘더러운 세월 빨리 지나가라.’하시면서 가난을 원망했다. 그 뒤에 가난에서 벗어났지만 고혈압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학교에 보내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던 그는 그 해가 지난 뒤 중학교에 입학했다. 중학교에 입학할 때 마당 깊은 집의 식구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진다. 주인이 신식집으로 집을 개조한다고 하여 모두 방을 비우게 된 것이다.
마당 깊은 집이 부서지고 신식집이 들어설 때 왠지 모르게 그의 마음이 울적했다. 후에 그가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출판사에 취직하고 대구 처녀와 결혼을 하고 마당 깊은 집의 사람들 소식을 우연찮게 들었는데 준호 가족은 가게를 차려 장사를 했고, 정태 청년은 아직도 감옥에 있었고, 경기댁은 미국으로 갔는지 소식을 알 수 없었다.
전쟁의 상처는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지만 상처를 이겨냈기에 지금의 우리들이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도 그는 뇌막염의 여덞살에 죽은 막내 길수가 가끔씩 생각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