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깊은 집을 일고서 마당깊은 집

마당깊은 집을 읽고서
내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마당깊은 집
어두운 내용일 거라고 생각했던 「마당깊은 집」은 생각 외로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전쟁, 가난, 누추함이라는 단어들에서 연상되는 어두움보다는 삶에의 의지가 가득한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어서 좋았다.
너무나 생생하게 손에 잡힐 듯 그려지는 마당깊은 집의 다양한 인물들―아버지 없는 집안에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바느질로 살림을 꾸려 가는 어머니와 장차 그 집안을 짊어지고 나아갈 운명을 어깨에 짊어진 안쓰러운 큰아들, 그리고 그 누나와 동생들로 구성된 주인공 일가뿐 아니라 그 가족들과 함께 피난살이를 하는 다른 이웃들, 집주인 식구들과 그들 가족들을 방문하는 다양한 사람들 등―을 통해서 생겨나는 이야기들은 결코 편하게 읽혀지진 않았지만 당시 시대를 살아 보지 못한 내게 커다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생략)

했다. 단순히 책을 읽기에만 급급했던 나였지만 「마당깊은 집」과 「마당발, 김원일의 마당깊은 집을 찾아가는 발걸음」이라는 책을 통해 경험하게 된 효율적인 독서의 체험은 나를 뿌듯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전쟁 후라는 어려운 시대 속에서도 뜨거운 삶에의 의지를 불태우며 살아가는 「마당깊은 집」사람들의 모습은 그런 치열함이 없이 다만 안일하게 살기만을 원했던 내게 많은 자극제가 되어 주었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마당깊은 집」과 그 속의 사람들을 언제까지나 기억하게 될 것이다.

잊고싶은...그러나 잊을 수 없는....
나는 6.25세대와는 한참 거리가 먼 나이의 사람이다. 6.25와 관련해서 생각해보라고 하면 어렸을 적에 현충일 마다 울려퍼지던 사이렌 소리 정도...(요즘엔 그것마저도 안하는것 같지만...)
점점 가슴아팠던 과거와 멀어지고 잊어가는 세대의 사람이다.

마당깊은 집을 읽으면서 문득 너무나도 빨리 성장해 버린 우리나라의 상황이 떠올랐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 나같은 나이의 젊은이의 어린 시절도 그렇게 궁핍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지는 않았다.(우리집이 못살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내겐 이 책의 내용과 20년이 넘는 시대차가 있음에도 뭔가 알 것 같은..겪었던 듯한 가난함이 있었는데 지금을 사는 젊은이들에겐 백년은 더 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착각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그로 인해 이 책을 읽는 가난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가난의 쓰라림을 일깨워주고 지금 현재의 행복을 감사히 여길 수 있게 하는 마음을 갖게 해주는 것이 오늘 날에 와서의 마당 깊은 집이라는 책의 역할이 될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6.25라는 동족상잔의 아픔....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아픔을 무심히 지나칠 수만은 없도록 해주는 소설이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