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깊은집 마당깊은집

급박한 전개와 자극적인 내용들 투성이인 요즈음의 베스트샐러에 길들여진 나에게는 이 책이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처음 한두 장이 온전히 내 머릿속에 들어오기까지는 20여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다.
원래대로라면 중학교에 입학했을 나이인 길남이(화자)는 입학시기를 놓쳐 1년 동안 신문배달을 하며 입학금도 모으고 어머니의 말씀대로 경함을 쌓는다. 길남이는 그의 가족들과 함께 부잣집의 아래채(마당깊은집)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사람들을 보며 전쟁의 아픔과 냉정한 현실을 배워간다. 마당깊은 집은 그 집을 부르는 이름대로 평지대 보다 마당이 낮아 비가 많이 오던 어느 여름날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하고 만다. 그러자 상이군인인 준호네 아버지가 나서서 전직 지휘관다운 위엄으로 사람들을 독려해 위기를 모면한다. 평상시에는 한쪽 팔이 없는 불구의 몸으로 직업도 없이 가족들에게 짐만 되는 준호아버지.…(생략)

을 떠올릴 때 단순히 치열한 전투와 부상자들의 아픔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단 한번의 전쟁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수많은 고통을 안겨주는지를 알게 해주었다. 이러한 고통을 안고서도 어려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해야했던 우리들의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에게 경의를 표하며, 다시는 우리나라에 이러한 아픔이 찾아오지 않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