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작 <나른한 오후>는 이보다 절망적일 순 없을 것이다. 하늘 아래 달랑 남은 두 남매의 기억 속엔 `멀리서 지켜보겠다`는 책임없는 말을 남긴 후 자살해버린 바보 같은 아버지가 있다. 그는 죽을 용기로 살 생각을 하지, 싶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사람... 하지만 이를 악다문 어린 남동생은 그들 남매의 존재를 농락하는 현실에 기어코 칼을 들이댄다. 그런데 핏물 낭자한 그 살인현장을 낱낱이 찍어댄 캠코더를 왜 남겼을까. 어리지만 결코 양순하지 않은 소년은 이미 죽을 각오로 세상에 뛰어든 건지도 모르겠다. 용서할 수 없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