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샤쓰를 읽고나서 만년샤쓰

만년 샤쓰를 읽고나서..
`이 없는 동물이 무엇인지 아는가?` `늙은 영감입니다.` 이와 같이 재치 있는 대답을 하는 아이가 이 책의 주인공 창남이다. 기운좋게 손을 들면서 멋 뜨러지게 자신의 대답을 하는 창남이는 멋진 성격을 지닌 아이로 생각되는데, 과연 책의 제목인 만년샤쓰와 무슨 관계일까? 샤쓰이긴 한데, 만년을 입을 수 있는 샤쓰일까? 주인공 창남이가 만들어낸 만년샤쓰 속으로 한번 들어가보자.
만년샤쓰는 어린이 운동가였던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지으신 우리 동화이다. 1920년대에 지으셨고, 그만큼 오래되어 현실감이 떨어지는 면도 있지만, 여전히 출판되면서 많은 이의 가슴에 감동을 자아내는 이야기이다.
만년샤쓰의 주인공 창남이는 교실에서 웃음을 만들어내는, 재치 있는 아이이다. 성격도 쾌활하고, 시원스럽다. 아이는 애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부러워할 만한 아이이다. 그렇지만 모자가 다 해졌어도 새 것을…(생략)

편에 남들까지 도울 수 있는 마음적 여유가 있는 것을 바라보면 어린 소년이 참으로 지금의 풍요로운 시대인들 보다도 훨씬 더 도덕적이고, 그 모습은 한 훌륭한 성직자처럼 보인다.
일제가 지배하던 시절, 우리 민족은 정당치 못한 상황에 대해 당당히 수많은 민족 운동을 벌여왔고, 우리의 정당한 독립을 구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민족적 설움의 시절, 너무도 상황이 고단하고, 아픔이 많아 힘들었기에, 그 상황에서 앞으로 발을 디디다 힘이 빠져 그 늪에 침전해 버리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글쓴이는 창남이라는 인물을 통해 자라나는 어린이가 진실로 그 시대의 변혁을 가져올 수 있는 주체라는 사실과 분명 고된 시대적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는 희망을 내포하며 또한 현실적 고난을 견뎌낼 힘을 실었을 것이다.
물론 현실 속에서, 아무리 내용이 감동적이라 하나 어떻게 창남이 같은 아이가 존재할까? 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너무도 한 아이가 사람답지 않게 이상화되어 나타난 것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또한 극의 흐름상 마지막 부분에 어머니 밖에 안 계신데, 그 분이 장님이라는 사실은 인물을 더욱 더 불쌍한 처지로 너무도 안탁깝게 만들지만, 성직자와 같이 생각이 깊고, 자신보다 남을 생각해주는 아이에게 또한 저리도 불행한 상황이 앞, 뒤를 꼭 둘러싸는 것은 자연스러움 흐름이 깨지는 것 같아 아쉬운 점이다.
비록 이야기 설정에 작위적인 면이 없진 하지만, 어린이 문학의 시작으로써 우리 손으로 만든 작품이며, 또한 순수한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창남이는 불쌍하면서도 그 상황을 의연히 대처하는 점과 상황에 좌우됨 없이 그의 쾌활하고, 재치 있는 성격, 따스한 인정, 천천히 데워지는 옥돌과 같은 어머니의 대한 효는 눈에 띄고, 분명 마음의 호수에 동요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시대는 다르지만, 방정환 선생님이 의도하신 어린이에서 분명 본받을 점이 있고, 현재의 아이들도 본받고 싶은 점이 있기에 이 동화가 꾸준히 생명력을 지니고 내려올 수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