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웃나라 이탈리아 편을 읽고 먼나라 이웃나라 이탈리아 편을 읽고

세계 지도를 한번 보자. 그런데 참으로 희한한 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나라를 찾아 손가락으로 짚어내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 우리나라도 참 크고 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나라지만,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리나라에서만 보고 느끼다가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이 되고 만다.
또 하나의 이변이 생길 것인 가로 인해 관심을 끌었던 한국과 이탈리아의 월드컵 본선 16강전을 앞두고, 그 때문인지 도서실에서 문득 눈에 띈 것이 바로 `먼나라 이웃나라-이탈리아 편`이었다. 장화, 피자, 나폴리, 로마 등이 `이탈리아`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특히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로마제국은 세계의 중심이자, 로마가 있는 이탈리아야말로 서양 문명의 발상지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장화모양의 이탈리아에는 유명한 게 너무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찬란한 로마제국의 문화유산이 남아 있다.…(생략)

오래 계속된 평화가 바로 로마의 국운을 기울게 하는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너무나도 강대한 로마의 세력을 믿고 있었던지라 로마 시민들은 나라를 지키는 일에 태만해지고, 이런 일들은 모두 군대에게 떠맡겨 버렸기 때문이 창칼 잡은 군대와 그 지휘자인 장군들의 세력이 커져 차츰 정치에까지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듯 로마의 장군들이 정치에 간섭하기 시작했고, 마지막 황제가 세상을 떠나자 전부터 정치에 야심을 품은 장군들이 창칼을 앞세워 권력을 잡고 황제에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5.16군사정변이 떠올랐다. 민주당은 우리나라를 사회?경제적으로 발전시키려고 하였다. 그러나 집권한지 9개월만에 박정희를 중심으로 한 군부가 5.16군사 정변을 일으킴으로써 제 2공화국은 짧게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서 박정희가 당선됨으로써 제 3공화국이 수립되었다. 이렇듯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때 나라가 불안정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로마의 황제가 된 장군들은 조금만 빈틈이 생기면 암살을 당했으며, 피는 피를 부르고 암살과 암살이 잇달아 50년 동안 무려 26명의 군인이 황제에 오르고 죽음을 당하였다고 하니……. 그 모습이 어떠했을지 생각만으로도 섬뜩하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4명으로 늘어난 황제들이 서로 실력다툼으로 싸우기만 하다니……. 사람이란 누구나 정치에 참여하게 되면 이렇게 되는 것일까? 우리나라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당을 떠났다. 바로 많은 비리를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 아들 때문이다. 내가 대통령 아들이었다면 국회의원 같은 것은 하지 않을 것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내가 권력기관 주변에 있으면 사기꾼과 아부꾼들이 몰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이 너무 부정적이지는 않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리 권력의 맛이 달콤하다 하더라도 나는 절대로 정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콘스탄티누스가 드디어 로마 제국의 하나뿐인 황제로 자리를 굳히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로마제국은 동로마, 서로마로 갈리게 되고 게르만족에 의해 서로마 제국은 멸망하고 만다. 그 뒤 동로마 제국은 화려한 초기 기독교 문화를 꽃피우기도 하지만 결국 터기의 침략으로 서로마가 멸망한지 1000 여 년 만에 멸망하고 만다.
그렇다면 이런 로마가 왜 인류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저자는 이들이 자연과 삶에서의 어려운 문제를 미신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을 캐서 과학적으로 대처하는 등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 거대한 `하나의 세계`를 건설했던 로마제국. 그들은 조직적이고 합리적인 지배구조와 법률이 발달했고, 그들의 라틴어를 퍼뜨림으로써 모든 유럽의 말, 나아가 세계의 말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들에게서 오늘날의 정부 구조나 법률을 배웠으며, 지금도 로마의 역사를 배우는 것이다. 그 웅대했던 역사를 거울삼아 내일은 설계하는 것이다.

솔직히 나는, 아니 아직 어린 학생으로서의 우리는 이 지구에 머리 속의 단어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다른 나라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기가 힘들다. 그래서 이탈리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뿌리부터 추적하여 밝힌 이 책을 보면서 우리 민족의 생활 모습과 내내 비교해 보았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2학년 사회시간에 로마의 발전과 그 문화에 대해서 공부한 덕택에 이 책은 나에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세계사를 너무 재미없게 배우지 않았나, 미리 이 책을 읽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는 후회도 하였다. 사건 이름과 연도를 외우기만 하다가, 그러한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무엇이며, 그 의미는 무엇인지 등 정작 중요한 것은 모른 채……. 이 책을 통해 나는 시험을 위해 외웠을 뿐이지 지금생각해보면 까마득한 로마사를, 지식이 아닌 지혜로서 가슴에 가득 담아 둘 수 있게 된 것 같다.
다시 텔레비전을 본다. `대~한민국`이라는 네박자 구호와 `오~ 필승, 코리아` 합창이 울려퍼진다. 그렇다. 오늘이 바로 한국이 0：1로 끌려가다 패전을 눈앞에 둔 후반 43분 설기현의 동점골로 기사회생한 뒤 연장후반 12분 안정환의 골든골로 이탈리아를 제친 역사적인 날이다. 태극전사들의 투혼이 이끌어낸 승리였다. 전국 각지에 모인 400여만 명의 붉은 물결이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기적을 만들어냈다. 환호와 감격의 눈물이 온 국토를 울리고 적셨다. 세계가 놀랐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한국의 승리를 위하여 목놓아 응원하던 붉은 악마들에게서 성숙된 시민 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경기에서 너무 야비하게 경기를 진행하던 이탈리아 선수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 책에서 읽은 바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에게서는 참으로 배울 점이 많다. 이번 월드컵에서 역시 축구 선진국들의 문화를 작게나마 연출하였다. 배우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지식은 죽은 지식이다. 우리는 역사의 교훈을 거울삼아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표팀의 경기를 보면서 외쳤던 `대~한민국`을 다시 한 번 외쳐본다. 오늘의 경기는 가슴 벅찬, 손에 땀을 쥐지 않고는 볼 수 없는 2002월드컵 최고의 드라마였다. 세계의 `변방`으로 홀대받는 한국이 이제 지구촌의 중심이 되었다. 아무쪼록 이 기세를 몰아 우리나라가 교육, 문화 모든 면에서 세계에서 월등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