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이웃나라 일본편 일본

“새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편”을 읽고...
일본. 한국인에게 그 이름을 어느 다른 외국 국가와 똑같이 느낀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품질 좋은 일제 제품을 선호하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본에 대한 느낌은 긍정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강제로 합병하고 통치하며 온갖 잔인한 짓을 저질렀고, 우리나라는 그 치욕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우리 국민을 전쟁터와 탄광, 공사장으로 끌고 갔으며 우리나라 처녀들을 군인들의 노리개로 끌고 갔다. 우리나라는 과거의 잘못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고, 1998년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한 사과를 정식으로 문서화함에 따라 이 일은 일단락 지어졌다. 그러나 이렇게 사과를 받기까지는 정말 오랜 기간이 걸렸고 일본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의 왜곡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참을 수 없는 현실이다. ‘일본’ 이라는 이름은 그러한 이유로 한국인에게 좋지 못한 감정을 주기 마련이다…(생략)

. 인구는 늘고, 일할 자리는 없고 해서 실업자가 증가하고, 경제는 침체되었다. 소비가 줄어들고, 반대로 자본이 있던 사람들은 투자할 곳이 없어 사치와 낭비를 일삼았다. 이때에, 이토 미로쿠, 이시다 바이간 같은 사람들은 “일” 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 이 아니라 “자신의 인격수양을 위한 것” 이라는 철학을 내세웠고, 사람들은 이것을 지지하였다. 따라서 사람들은 보수가 없더라도 일을 조금이라도 더 하려고 했으며 노는 것을 단지 낭비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이익이 없더라도 노동하는, 부지런한 사람들 덕분에 일본의 상품들은 더 많은 손길이 가게 되었고, 그만큼 꼼꼼하고 정성을 들여 만들게 되었다. 이렇게 품질은 세계 최고이면서 값싼 노동력 덕분에 가격은 싸지게 되었다. 결국 일본 제품은 세계시장에서 가격과 품질면에서 모두 다른나라를 제치고 엄청난 수출량을 확보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대에 들어서 문제점이 되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사람들은 1분이라도 더 일을 하게 되면 그에 따른 보수를 원하게 되었고, 회사측에서는 초과근무에 대해 추가비용을 지불하게 되면서 상품의 가격이 오르게 되었다. 이제까지 부지런한 근로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던 상품의 질을 그대로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초과근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의 물가는 치솟게 되고 따라서 일본의 산업은 크게 타격을 받게 된다.

둘째, 근검, 절약, 저축하는 국민.
일본이 저축 세계 1위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은행의 이자가 낮더라도 일본 사람들은 돈을 항상 저축한다. 이 돈은 나라나 기업에서 자금으로 쓸 수 있으므로 일본은 지금과 같은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본의 이러한 국민성이 일본이 겪고 있는 불경기를 부추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들이 돈을 저축하기만 할 뿐 소비를 하지 않으므로 끊임없이 돌고 돌아야 할 돈이 잘 못 돌게 되고, 악순환이 계속되어 불경기가 닥쳐온 것이다.

셋째, 엘리트 관료
1980년대까지, 일본의 관리들은 국가경제의 틀을 짜고 계획을 세우며 기업들에게 기술도 가르쳐 주면서 국가의 경제를 이끌었다. 그러나 그 이후, 경제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런 관리들보다는 기업들이 더 정보가 빨라지게 되고, 더 이상 관리들의 필요성이 없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이 가진 권력 - 규제라는 이름의 - 을 행사하며 계속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고, 이것은 일본의 경제를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

넷째, 규격제품 대량생산
제 2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난 뒤, 폐허가 된 일본은 한국의 6.25 전쟁을 계기로 경제적으로 다시 일어날 기반을 갖게 되었다. 일본은 대기업을 중점 육성하는 정책을 썼고 결과적으로 그러한 대기업은 규격품을 대량생산해내어 다른 상품들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창의성과 개성이 요구되는, 이른바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가 왔다. 더 이상 소품종 대량생산은 큰 이익을 보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그래서 원래 대기업 체제가 뿌리깊게 박혀있던 일본은 큰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다섯째, 정?경?관의 밀착
일본 사회에서 정치인, 경제인, 관료의 협동은 오늘날의 일본을 낳은 중요부분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부정부패가 극심해져 오히려 일본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섯째, 회사는 가정?
일본인들이 가업을 잘 잇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일본인들은 직장을 “돈을 벌기 위한 수단” 그 이상으로 생각하며, 처음 발을 들여놓은 직장을 좀처럼 놓는 일이 없다. 일본에서 직장 동료들은 형제나 다름이 없고 회사의 사장은 그 회사의 아버지나 다름없다. 회사는 곧 가족인 것이다. 자신의 돈은 아끼면서 회사를 위한 돈은 조금도 아낌이 없는 문화가 바로 일본의 문화이다. 이로 인해 회사에서 강요하지 않아도 초과근무를 자진해서 하고, 휴가도 반납하면서까지 회사에 머무른다.
그러나 이런 회사문화 또한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종전에는 실력이나 능력보다는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과 나이를 더 중요시하여 우대했었다. 그러나 정보화 시대가 오고 빠른 사회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중년층의 사원들은 회사에게 있어 걸림돌이 될 뿐이다. 이제까지 일한 경력으로 봐서 대우를 소홀히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계속해서 그 자리에 앉히고 있기에는 회사에 너무나 큰 손해가 오기 때문이다.

마지막. 일곱 번째. 좋은 것은 기꺼이 취한다.
일본은 이제까지 외국의 상품을 배껴와서 거기다 자신들의 아이디어와 일본 특유의 고품질화를 겸해 가격과 품질 면에서 우수한 새로운 상품을 내놓는 식의 산업구조를 유지해 왔다. 예를 들어(좀 옛날예기지만) 조선에서 도공들을 잡아와서 조선의 기술에다 일본의 디자인을 겸하여 일본도 도자기의 선진국이라는 주장을 펼치지 않았던가. 일본은 좋은 것을 받아들여 모방하는 데 대해 민족적 자존심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받아들인 문화를 변형하여 “이것이 일본식” 이라 하는 식이다. 이러한 방법은 일본이 개발도상국이었던 시절에는 매우 유용한 면이 있었지만 좀더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오늘날에 와서는 그 효율이 감소하게 되었다.

한때 우리나라에 치욕을 주기도 했지만, 지금도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일본. 일본 흥망의 열쇠는 정말 이 책에서 말한 7가지 특성에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경제성장에 경외심 갖고 그것을 따라한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일본을 언제까지나 부강하게 버티게 해 줄 줄만 알았던 일본의 국민성은 21세기가 지나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 문제점을들 확연히 드러내게 되었고 이것은 일본의 장래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친다. 이원복 교수는 이런 일본이 가지고 있는 희망은 새로운 세대, 즉, 신세대의 새로운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정신적 개혁을 단행한다면 지금보다 더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지금 이 상태로 순수한 일본인만의 나라로 남게 될 거라는 것이다.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를 보면, 어떤 나라에 대한 특징을 단번에 알 수 있게 해 준다. 그런 만큼 만화에 과장도 많고 뭔가 “꼭 이렇다”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날카로운 해석이 아니더라도, 완벽한 설명이 아니더라도 나는 이 만화가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그림에 글이 씌어 있다기보다는 문장마다 그림을 붙여놓은 것과 흡사하지만...--; 새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편에서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일본과 한국의 국민성 차이를 설명하는 대목이었다. 일본의 국민들은 그들의 산업이 그렇듯이 철저히 규격화된 데 비해 우리나라는 나름대로의 개성이 있고 튀는 데가 있다. 그래서 일본은 국민들의 힘을 모을 필요가 있으면 개개인들이 벽돌처럼 쌓여서 금방 엄청난 힘을 발휘하지만 한국의 국민들은 한번 모아놓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이 벽돌이라면 한국은 삐죽삐죽 튀어나온 돌멩이에 비유한다.) 그러나 한국에는 일본에는 없는 “정” 이라는 게 있어서, 서로를 끈끈히 당기는 힘이 있다. 국민들이 모였을 때, 이 “정”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들을 하나로 모아놓을 수 있다면 그 힘은 일본의 그것을 훨씬 능가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이원복 교수의 생각이었다. 확신은 못하겠지만 우리 국민이 그렇게 될 수 있으리라고 예상해 본다. 그리고서는 우리나라도 힘찬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