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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F가 된다
일본의 추리, SF, 미스테리... 그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분명 그들만의 약간은 다른 맛이 공통적으로 난다는 것이다. 비단 이것은 앞에 말한 장르가 아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살아온 곳은 분명 일본이고, 그렇기?날 수 있는 일본적인 것. 그것을 느낀다. 가끔은 좋게도... 그리고 가끔은 나쁘게도 다가오는 요 이상야릇한 맛은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렇기에 일본 작가의 작품을 읽는 재미가 있다.
난 어려서부터 난 추리소설이 좋았다. 작가가 조금씩 흘리는 복선과 실마리를 하나씩 짚어보며 범인은 누구일까를 고민하는 것. 그리고 그런 나의 추리가 맞아떨어졌을 때의 희열은 대단히 짜릿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희열. 그리고 하나하나의 실마리를 맞춰나가는 퍼즐같은 재미는 추리소설이 갖고 있는 특유의 재미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것이 F가 된다>는 이런 두 개의 코드만 갖고는 설명할 수 없는 소설이다. 나고야 대학의 건축과 조교수(지금은 교수일지도 모르겠지만)라는 작가의 약력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코드가 바로 `이과적`이라는 것이다. 여러 부분에서 이과적인 단어들이 난무하며, 또한 과학적인 지식이 전반적인 내용과 추리를 이끈다. 그런 덕에 이 책은 <셜록 홈즈>를 위시한 기존의 추리소설과는 조금 다른 방향성을 갖는다. 물론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도 홈즈는 과학 방면으로 박학 다식하며, 의학을 공부한 와트슨이 등장하는 등 과학과 꽤 선이 닿아있지만, <모든 것이 F가 된다>와는 꽤 다른 노선이다.
그런 다른 노선은 이 책이 갖고 있는 SF 소설적인 요소들이 갖는 색깔이다. 가상 현실, PC 환경을 통한 오피스 오토메이션 시스템, PC이기에 생겨나는 트릭들 등. SF 소설에 추리소설을 가미했다고 해도 될 만큼, 일본에서 책이 처음 발매된 1998년의 시점에서는 놀랄만큼 근미래적인 요소가 강하게 풍겨온다.
그런 덕에 이 소설은 읽는 이…(생략)
에 따라 꽤 다른 반응을 이끌 부분이 다분하다. 이런 이과적인 색채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들과 추리적인 요소, 그리고 다양한 상황 연출은 꽤 잘 만들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전반에 흐르는 다양한 이과적 요소들에 흥미가 없는, 혹은 그런 단어에 대해 그다지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부분들이 따분하고 이해할 수 없는 소위 말해서 `잘 안 읽히는` 부분일 가능성도 높다는 것. 그 점이 참 아쉽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소설들이 총 500만부가 넘게 판매된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이 F가 된다>를 시작으로 출발한 이 시리즈가 총 10편. 그리고 외전격인 시리즈가 4편이나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은 이 책이 갖는 힘, 그리고 매력을 반증해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1998년이라는 지금으로서는 꽤 오래 된 옛날(과학은 언제나 눈부시게 발전하는 법이 아니겠는가)에 쓴 책이라는 점이 꽤 크리티컬하다. 덕분에 이 번역본으로 처음 이 작품을 접한 나로서는 마치 `근미래`와 `과거`가 혼재하는 느낌의 새로운 세계를 느꼈으니 말이다. 이에 덧붙여 아직도 구현되지 않은 가상 현실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과학 부분들은 지금으로서는 다들 몸으로 겪고 있는, 현실적인 부분인 이유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과적`인 인간인 이유로, 적어도 `이과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수수께끼가 너무 쉽게 풀려버린다는 점에서 약간은 맥이 빠졌다.
<모든 것이 F가 된다>라는 책 제목을 한참이나 응시한다. 그리고 단어를 하나 하나 끊어 생각해 본다. 모든 것...F... 책을 읽어나가면서 과연 F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한참 생각했다. 그리고 책에 등장하는 마가타 박사라는 여인이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생각했으며 그리고 더 나아가 벌어지는 일련의 살인사건의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대체 무엇 때문에 살인을 한것일까 하는 생각에 손에서 책장은 금방금방 넘어갔다. 뒷내용이 궁금해서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밖은 환하게 밝아져 오고 아침이 되어 있었다.
원래 이 소설은 네 번째로 쓰여진 소설이지만, 출판사 측에서 가장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판단해 시리즈의 첫 출간작으로 발표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다보니 모리 히로시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졌다. 아마 다른작품들도 꽤 흥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추리소설이 그렇듯이 사건의 진상과 범인을 밝혀내기 위해서 책을 읽다보면 시간 가는줄 모르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을 파헤치는 그 속에 나도 있었다. 사이카와 교수와 모에가 사건을 풀어내기 위해서 발로 뛰어다닐때, 나도 함께 뛰었다. 그들이 어떤 사건의 실마리를 잡았을때, 난 감조차 잡지 못했었다. 그래서 그 궁금증은 더했던 것 같다. 어느정도 그들을 따라 다니다 드디어 그 진상을 알았을땐 뭐랄까...복잡미묘한 감정들이 마구 마구 뒤섞여 있었다. 범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천재와 평범한 보통사람과의 차이 때문일까?
작가가 공학과 교수라고 하던데 그래서 인지 작품속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초자연 미스테리라면 재미는 있겠지만, 조금은 허황되 보일수도 있겠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어느정도의 비현실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수사방법이 과학적이라서 잼있었던것 같다. 아무튼 짜릿하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반전이 있었기에 그 재미가 한층 더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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