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밭 아이들 모래밭 아이들

모래밭 아이들
내가 뒤늦게 느낀 것 중에 정말로 아깝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사람이 나고 자라면서 그중 배우고 익히는 일이 최우선이 될 시절에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인생에 있어 커다란 행운이 된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은 이미 학교를 떠나서였다.
미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내 삶에 있어 두 분의 좋은 선생님을 만났으니 복에 겨운 삶이었다는 것이다. 그 첫 자리에 모시고 싶은 분은 나의 <아빠>선생님이시다. <아빠>는 내게 세상을 열어주신 분이다. 어릴적 수많은 왜? 라는 질문에 더없는 열의와 성실한 자세로 답해주셨기 때문이다. 두 번째 선생님은 초등학교 2학년 2학기 때 전학 가서 두어달 담임을 맡아 주신 오재용 선생님이시다. 선생님께선 싸움 잘하는 _ 당연히 말싸움에서 안지려다보니_ 내게 말을 글로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말이 꼬리를 물다보면 요지는 흐트러지고 단어 하나, 감정섞인 말투…(생략)

민국 아이들의 미래를 변변치 못한 어른들이 어떻게 더 지켜줄 수 있을런지... 공교육이 무너지고 무거운 사교육비 부담과 성적표만 남았다는 우스개 소리마저도 아이들 보기에 부끄러울 뿐이다.
영원히 해결책은 없는 걸까?.... 하이타니 겐지로는 「모래밭 아이들」을 통해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여지를 넘겨주라고 이른다. 일찍부터 슈퍼맨으로 교육되어온 지금의 아이들에게서 우리 어른들은 생각할 자유와 상상의 범위마저 규정지어 버리기는 했지만 이제, 그래도 <아이들>이기에 그 한계마저 뛰어 넘을 수 있으리라 믿어 주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 좋은 옷, 남보다 좋은 교육 환경을 주고자 애써왔지만 정작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귀기울여 들을 마음의 여유는 갖질 못했다. 남들이 보기에 좋으면 너에게도 좋은 거라는 허접한 논리 아래 아이들은 생각하지도 성장하지도 않는 존재라고 얕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아니면 그 다양하고도 활기차고 신나는 의견들을 감당할 배포가 없는, 모리 선생님일 수 밖에 없었던 건 아닌지.
책을 읽는 내내 나역시도 구즈하라 준 선생님처럼 재기 넘치고 때로는 당돌하기까지 한 3학년 3반의 멋진 어록을 만들고 싶어졌다. 관찰자 시점을 견지하던 구즈하라 선생님이 니시 분페이와 다른 아이들을 만나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또한 즐거움을 준다. 사람은 그렇게 서로 부대껴가며 살아야 하는 거니까. 살다가 넘어지고 뒹구는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라 완성되지 못한 삶을 사는 사람 모두가 몇 번이든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자라나는 아이들이기에 어른들이 나서서 크게 다치지 않도록 모래밭을 깔아주자. 모래밭에서 넘어지고 뒹굴어도 다시 일어서서 툭툭 모래를 털어낼 수 있도록 넉넉한 마음으로 감싸안자. 우리 스스로가 아이들의 기억 속에 좋은 선생님으로 남을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해보자. 시작하기도 전에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여러 목소리가 외치는 다양한 이유를 들어보자. 공부란 꼭 해야 할 시기가 있다지만 그 시기가 지났다 해서 공부 그 자체를 멀리할 필요는 없는 게 아닌가. 아이에게만 강요하기 전에 내가 하고, 보여주자. 책을 펴고 마음을 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