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을 읽고

모순을 읽고
각자의 삶에는 그만의 가치가 있다. 나는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있지만, 행복할 수 있는 데에는 정답이 없다.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은, 자신이 직접 찾아내고 경험하는 것이다. 나는 여러 번 안진진의 이모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안진진의 어머니와 이모는 쌍둥이로 태어나 같은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결혼과 함께 인생이 달라졌다. 안진진의 어머니가 남편의 술 주정과 행패 때문에 시장에서 속옷 장사를 하며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는 것과는 반대로, 그녀의 이모는 성공한 건축사와 결혼해 상류 생활을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행복의 조건, 부와 명예와 행복한 가정을 갖추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너무나도 완벽해 보였던 이모의 삶도 자살로 끝을 맺는다. 너무도 완벽했기에 작은 자유마저도 허용되지 않았고, 그 틀에서 벗어날 용기도 없었기에 마지막 방편으로 죽음을 …(생략)

걸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녀의 주위에 있는 두 남자 중 한 남자를 선택하려 한다. 나영규는 좋은 집안의 자재로 유능한 회사원이며, 계획성 있고, 철저한 남자인 반면, 김장우는 가난한 들꽃 사진 작가로 매우 감성적인 사람이다. 그녀는 김장우를 사랑하고 결혼까지 약속하지만, 이모의 죽음으로 나영규와의 결혼을 선택한다. 그녀의 이모의 자살이 그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기에, 자신이 그토록 사랑한 사람을 단숨에 버릴 수 있는 용기가 생겼을까?

나영규의 그녀의 이모부와 너무나 닮은 인물이었다. 너무나 철저하고 완벽해서 그녀의 이모의 죽음의 한 원인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안진진이 나영규를 택하는 것에 쉽게 수긍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이모의 죽음으로 그녀는 부족한 것 하나 없어 보였던 이모의 삶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둘 중 어느 불행을 선택하느냐 하는 결정에서 아직 그녀가 겪어보지 않았던 삶을 택했다.

나라면 어떤 남자를 택했을까? 나였더라도 나영규를 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이제까지와 다른 삶을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에 휘둘리지 않을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게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될 것이냐, 아니면 배부른 돼지가 될 것이냐고 묻는 다면, 나는 주저 없이 배부른 소크라테스가 될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안진진 또한 이모와 다르게 살 자신이 있었기에 자신의 인생에 모험을 건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가 나영규를 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그녀의 아버지 때문일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고, 집을 나가던 아버지에게서 그녀는 삶을 배웠다고 자신한다. 그리고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고, 단지 남들과 달랐기 때문에 평범한 삶을 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가 김장우라는 한 남자를 사랑하면서 자신이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녀의 어머니와 가족을 너무도 사랑해서 구속하려 했던, 그리고 그런 행동을 하는 자신이 참을 수 없어 술을 먹고 행패를 부렸던 그녀의 아버지가 자신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녀는 김장우를 보내주려 한 건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이 아버지의 삶을 닮을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사랑하기에 헤어진다.` 는 신파조 가락이 그녀에게 현실로 다가왔던 것이다.

나는 그녀의 아버지를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에게서 삶을 배웠다고 말하는 안진진이라는 여자를 이해하기는 더욱 어려웠다. 그녀는 어머니가 어려울 때마다 불행을 과장해서 생각한 것처럼 그녀도 자신의 가정에 괴로움만을 안겨준 자신의 아버지를 자신이 편한 방향으로만 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현실을 현실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자신의 삶을 편안하게 하고, 아버지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애써 행복해 보이려 하고, 슬픔을 이겨낼 용기가 없어 불행을 과장하는 대신, 괴로울 때는 괴로워하고 기쁠 때는 기뻐하면서 삶을 느끼고, 한 발씩 나아가는 것이 자신의 삶을 알차게 만드는 것이라고 믿는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안진진이라는 여자에게 여러 차례 반감을 가졌다. 가장 큰 이유는 그녀의 삶을 남자에게 걸려고 한다는 점이다. 결혼을 사업이라는 생각 아래 두 남자를 저울질하는 그녀의 모습은 인생을 안다고 하기보다는 세속에 물들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어떤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다른 것을 출구로 삼는 것은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자의 구차한 변명으로밖에 볼 수 없다. 남자만이 남은 그녀의 인생을 제대로 만들어 주리라는 생각은 페미니즘적인 관점에서도 충분히 비판받을 만하다.

이 책에서는 `모순`이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삶의 모순`이란 무엇인가?

이모가 너무 완벽한 삶에 싫증을 느껴 죽음을 택한 것이 모순인가? 아니면 실수가 되풀이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길을 택하는 인간의 모습이 모순이란 말인가? 안진진은 `모순`이라는 말로 인생의 아이러니를 설명하려 한다. 하지만 모순이라는 한 마디로 삶을 설명하기엔 삶은 너무 복잡하다. 나는 진정한 삶의 모순이란, 단지 완벽할 수 없는 삶에 완벽을 기하는 우리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땀과 노력은 너무나 아름답다.

작가가 우리에게 하고자 하는 말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라는 평범한 한 마디가 아닐까?

아무리 환경의 영향이 지대하다고 할지라도 삶은 살아가는 자의 것이다. 너무도 일상적인 이야기지만, 평범함 속에 진리가 있다고. 그것들을 발견해 보라고 조용히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