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을 읽고 나목

나목
이 책의 배경이 되는 6.25 전쟁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시점과 아주 먼 시간적 차이와 함께 전쟁과 폐허의 상처를 겪었던 시기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경제적으로 힘찬 도약과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던 시기를 살았던 내게 소설 이상의 감흥을 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느껴지는 시대가 가지는 아픔과 절망 그리고 또다른 희망의 기운들을 느낄 수 있어 한편으로는 힘들고 어려웠지만 되돌이켜보면 아득하게 느껴지는 세월의 정감을 얻는 것 같아 좋았다.
여주인공 이경을 통해 시대를 바라보고 이 책은 전쟁이 남긴 상처때문에 단란했던 한 가정이 폭탄에 맞아 형체를 잃어버린 고가의 모습처럼 황량한 냉담과 절망감을 두 모녀에게 남기고 마는 설정에서 시작되어진다. 죽지 못해 사는 사람처럼 반실성한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모습에 절망하면서 끊임없이 누군가의 사…(생략)

소설로 등단한 박완서의 작품을 보는 묘미와 함께 그녀의 계속되는 문학 창작 활동속에서 그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근원적인 물줄기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만큼 무척이나 인상이 깊었던 소설인 것 같다.
삶이 그토록 처절했기에, 조금이라도 더 발버둥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빠져나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기에 그들이 그토록 인간적인 것을 갈구했다면 원하는 것은 거의가 다 손에 닿는 곳에 널려 있는 지금의 나는 어째서 손에 닿는 것만을 원하고 더 이상의 것들은 막연하게만 그리워하고 있는 것인지, 왜 그 이상의 노력은 하지 않고 사는 것인지, 많은 생각이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