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천국을 읽고 당신들의 천국

당신들의 천국
이 작품에 있어서 `우리들의 천국`이라고 하지 않고 `당신들의 천국`이라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당신들의 천국...` 머릿속으로 수없이 되뇌어 보면 나와는 뭔가 상관없는 듯한 관조적인 시선과 함께, 여기서 작가가 말하는 `당신들의 천국`을 통해 진정한 `우리들의 천국`을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소록도 원생들을 천국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 조백헌 원장의 성의와 열정에도 불구하고 원생들과 보건과장 이상욱의 반응은 너무나 냉담했다. 그들은 왜 조원장의 열정과 성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
과거 소록도를 거쳐간 수없이 많은 원장들은 천국을 만들겠다는 대의 아래 원생들의 노동력은 물론 금전까지 착취하여 원장 자신만을 영웅화시키고, 원장만의 천국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예로 주정수 원장을 들 수 있다. 주정수 원장이 이 소록도에 남겨 놓은 `동상`의 기억이 그들 마음과…(생략)

들의 천국`으로 쓰여진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소설을 우리 사회에까지 확대시켜 보면 1970, 80년대 우리나라에도 이미 `당신들의 천국`이 드러난 경험이 있다. 그러므로 소록도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비추는 한 단면이고 보건과장 이상욱은 이러한 독재사회를 보면서도 방관할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지식인으로 보여진다. 겉은 거창한 명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이면은 무력에 의해 강요된 과정과 절차였던 과거 우리나라의 개발형 독재가 바로 `당신들의 천국`의 실체가 아닐까 본다. `당신들의 천국`이 아닌 `우리들의 천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나 뚜렷한 결말을 맺지 못한 조백헌 원장, 그만큼 천국으로 가는 길이 멀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2004년 지금... 과연 우리는 `당신들의 천국`이 아닌 `우리들의 천국`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우리 인간은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 조백헌 원장이 직원 지대와 병사 지대의 중간 지점에 이들의 신혼 살림을 차리게 하고 결혼식 축사 연습을 하는 것으로 끝이 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조백헌 원장이 민간인, 즉 소록도의 한 주민으로 다시 들어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신념의 허위를 깨닫고 교정하려 했던 부분에서 `우리들의 천국`은 가능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느낌과 그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 또한 음성 병력자인 윤해원과 건강인 서미연의 결혼은 자발적인 의사에서 전개될 공동의 행복 추구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직원지대와 병사 지대의 중간지대에 차려진 이들의 신혼살림을 통해 나환자와 건강인, 우리들과 당신들이 차별되는 천국이 아니라 서로 스미고 새로이 짜이는 `우리들의 천국`이 싹틀 수 있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작가는 작품 내내 현실의 부정적인 면만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단지 이러한 현실을 비판하는 것으로 작품을 마치지 않고 두 사람의 결혼을 통해 작가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하며 새로운 의식을 형성해 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끝마치고 있다.
이러한 결말은 `우리들의 천국`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이청준 작가 자신이 꿈꾸는 이상향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열린 결말을 통해 독자들이 직접 상상해보고, 각자의 이상향을 찾아가도록 유도하는 것은 아닐까?
이와 같이 열린 마음으로 읽어가면서 느끼고 생각하며 내일을 준비한다면 나의 미래는 분명히 밝은 모습으로 다가올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