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동백꽃

동백꽃
저자 : 김유정
출판사 : 소담
<동백꽃>이라는 책을 읽기 전에 내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하나같이 `허무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이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책을 보는 순간 알게 되었다. <동백꽃>은 4～5장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짧은 이야기 속에서 `점순이`와 `나`의 순수한 사랑을 볼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점순이 식` 사랑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점순이가 어찌나 귀여운지 옆에 있다면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마름의 딸인 점순이는 소작인인 `나`를 사랑하면서도 그 마음을 못된 장난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요즘도 점순이 같은 아이들은 있다. 좋아하면서도 좋아한다는 말은 못하고 짓궂은 장난으로 표현하는 아이들 말이다. 그런 점순이를 `나`가 이해해줬으면 좋으련만 `나`는 점순이와 달리 너무 순진하고 우둔했다. `나`의 그런 태도가 점순이의 장난을 …(생략)

지 않았겠는가! 늘 쾌활한 점순이도 좋아한다는 말을 직접 못하고 짓궂은 행동으로만 표현하는 것을 보면 조금은 수줍음을 타는 소녀임을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에서 `나`의 행동도 참 우습다. 늘 자기네 수탉이 점순이네 수탉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고는 고추장을 목이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닭에게 고추장을 먹일 생각만 하지, 점순이가 왜 자신을 그렇게 괴롭히는 지와 점순이의 애정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하는 `나`가 야속하고 어리석게 느껴지기보다 순수하게만 보였다.
그러면서 `나`와 점순이의 사랑이야기는 이루어져 간다. 점순이네 수탉을 홧김에 죽인 `나`를 점순이가 너그럽게 용서해줌으로써 `나`는 점순이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점순이와 `나`가 노란 동백꽃 위에 엎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점순이는 이런 것을 기대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점순이와 `나`가 동백꽃 속으로 파묻히는 장면을 머리 속에 떠올려 보니 그림처럼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도시의 세속적인 사랑보다 얼마나 황홀한 모습인가!
이 이야기를 다 읽고 나서 점순이의 행동들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았다. 점순이는 `나`를 괴롭히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자 했고, `나`의 관심을 끌고자 했다. 그런 점순이를 `나`가 진작에 알아주었더라면..
나는 점순이와 `나`의 이 사랑이야기가 어느 사랑이야기보다도 아름답고 순수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