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깊은집 마당깊은집

마당깊은 집을 읽고
몇 십 년만의 만남. 눈물의 상봉. 요즘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나올 때마다 가슴이 뭉크러지는 이산 가족의 상봉은 언제 보아도 눈물겹다. 비단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뿐만 아니라 나를 비롯한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같이 아파하고 있는 장면일 것이다. 중학교 때 사회나 국사 시간에 많은 역사를 배우고 지나가면서도 우리나라의 전쟁사에 대한 것은 꼭 기억이 날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네 할머니 세대에서는 그것에 대한 아픈 기억이 아직까지도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슴이 아프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정겨운 이웃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그 이야기가 이 소설 속에 담겨져 있다. 때는 휴전 직후, 한 소년이 바라본 서민들의 가난하지만 소박하고 서로의 상처를 안아주면서 살아가는 정겨운 이야기로 내 눈길을 끌게 되었고, 중학교 담임 선생님께서 책 선물을 주셨기에 선생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더 열심히 이…(생략)

족 개개인 누구 하나 그 상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주인집은 가진 것이라고는 돈 조금인데, 그 돈 조금가지고 세를 들어 사는 우리 이웃에게 피해를 주고 춤을 춰 가면서 완전히 삐뚤어져 간다. 난민들은 가난 속에서 울부짖는, 그런 대조되는 삶의 형태에서 육이오의 피해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특히 느낀 것은, 삶이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서로 갈등을 일으키면서도 도와 가는 피난민들의 따스한 정이 있고, 그 작은 공간에서의 이런 분위기를 탈출하고자 하는 몸부림이 있다. 또 신문팔이를 하면서 만난 한주라는 친구를 통해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와 성실성을 볼 수 있었다. 여기에서 비록 내가 직접 체험했던 시대는 아니지만, 독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엿보여서 공감이 갔다.
또 이 책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이 있는 가운데 가족애를 보여주는 소설인 것 같다. 특히, 아버지가 안 계시니 장남 노릇을 하면서 돈을 벌어와야 하는 길남이와 길남이를 이끌어주시는 어머니의 올바른 가르침에 고개가 숙여졌다. 노력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갈 수 있도록 해주시는 어머니가 있기에 혼란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올바르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이다.
아직까지도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이 많고, 그와 반대로 부와 허세를 누리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 이웃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줄 알고, 힘들더라도 정을 나누어줄 수 있는 이웃들의 모습이 그립다. 이런 말을 한다면 다들 마음속으로는 그런 생각이 있는데, 실천을 못한다는 사람이 많다. 그 조그마한 불씨를 살려줄 바람이 불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바람이 불어서 어서어서 따뜻한 정이 넘쳐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가난했지만 따스했던 그 때 그 시절처럼 우리 사회가 다시금 그 온기를 회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