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어릴 때 본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는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작품 중에 하나이다. 그래서일까? 프랑스 혁명에 관한 소설을 찾고 싶었었다. 그러나, 내가 찾은 비슷한 작품들에겐 그다지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아마도 내가 쳐 놓은 테두리에 들어오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난 어릴 때 본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같은 작품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제목부터가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작품을 발견했다. 얼마 전에 읽은 "두 도시이야기"가 프랑스 혁명군과 시민과 거리의 모습에 초점을 둔 책이라면 이 책은 마리 앙투아네트 한 여성의 인생과 심리변화에 초점을 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오스트리아의 공주로 태어나 프랑스의 왕비로 살아간 그녀. 가장 화려하게 살았고, 가장 비극적으로 죽은 그 여인. 이 책은 그녀를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 그녀는 억울하다고.
그…(생략)

루이 16세... 모든것이 그녀를 사치스러움과 놀기 좋아하는 성품을 더욱 키워가기에 더욱 좋은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아이를 낳고 왕에게도 왕비에게도 약간의 변화가 찾아오는 듯 했다. 타고난 성품과 환경속에 만들어진 성품이 어디 가랴? 그것도 잠시 그녀는 다시 타락의 생활을 한다. 그녀의 사치는 한도 끝도 없었고, 도를 넘어선 생활은 계속되었다. 그것은 그녀의 비극적인 결말을 불러오는 목걸이 사건에서 그녀의 억울함을 아는 사람이 없게되는 결과를 불러온다.
그녀의 사치로 제정은 바닥이 났으며, 혁명은 시작되었다. 그러나 어리석게도 왕과 왕비는 그것을 제대로 느끼조 못했고, 불행은 더욱 커져만 갔다. 왕과 왕비는 자기 지위의 위대함을 느낄 뿐 거기에 따른 책임을 느끼지 못한 상태로 그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이것이 큰 비극적 결말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바스티유가 습격되고, 파리시민들이 베르사이유에 행진해 왕 일가는 모두 파리로 이주를 한 상황. 아무리 왕비가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고는 하나 그녀는 처음부터 공주였고, 왕비였다. 그러니 도주를 해야하는 그 상황 속에서도 위엄을 잃지 않아야 했고, 여행을 하는 듯 커다른 왕가의 무늬가 찍힌 마차에 짐을 가득 싫고 시종을 가득 태우고 가야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한 것이다. 그동안 어떤 프랑스 왕도 도주를 해보지 못했으니 그들에게 도주 할 때 어떤 옷을 입어야 하며,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 선왕이 없었다는 것이 그들에게 비극이라면 비극이랄까.
그런 도주가 오래 갈리가 없다. 곧 그들은 다시 잡혀왔고, 사태는 더욱 악화되어갔다. 거기에 왕의 우유부단함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때부터 그녀는 변해가기 시작한다. 자신의 위치와 자신이 씌고 있던 왕관의 무게를 느낀 것이다. 왕만을 믿고 있다가는 자신이 죽어갈 것을 느낀 것이다. 그러니 책을 끝까지 보는 것조차 불가능한 그녀가 여러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암호로 쓰는 편지를 배우고, 이중정치를 한 것이다. 그러나 너무 늦게 알았다. 혁명은 멈출 수 없는 기름을 타고 질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변화된 모습에서는 그녀에게 전혀 훌륭한 왕비의 모습이 애초부터 없었다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 증명된다. 그녀는 성숙하게 생각할 줄 알았고,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바라보았으며, 세계 역사 속에 남는 자신도 깨달았다. 그러니 그런 그녀를 깨우쳐 줄 사람이 없었다고나 할까, 그녀를 가르칠 사람이 너무 빨리 없어져 버린 그녀의 운명을 탓해야 할까.
이미 시작한 혁명은 결코 멈출 수 없다. 혁명은 계속 전진해야만 지켜나가지는 법이다. 그런것은 혁명군도 왕비도 모두 알고 있었다. 왕비는 진짜 왕비로 돌아왔으나 너무 늦었고, 혁명은 되돌아 가기엔 너무 많이 와 버린것이다. 왕과 왕비가 조금더 혁명이라는 사태를 빨리 파악했었다면 그들은 살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악한 상황 속에서도 그들을 도우려는 사람이 있었고, 살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혁명이라는 사태를 빨리 파악하지 못했다.
루이 16세의 처형 후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결정적으로 그의 아들이었다. 그의 아들은 어머니와 격리되었고, 어처구니없게도 마리 앙투아네트를 법정으로 세운 것은 그녀 아들이 어머니와 근친상간과 관계가 있다는 증언을 했다고 해 법정에 섰다. 진술은 대부분 쓸모 없는 것이었고, 결정적 증거는 없었으며, 재판도 불공정했으며, 말도 안되는 이야기까지 오고갔다. 그러나 이미 결과는 나오고 시작된 재판이다. 형식적인 재판이었을 뿐이다. 가장 귀한 존재로 태어나, 가장 존귀한 자리까지 올라 모든 이들 위해 서서, 가장 호화롭게 살다가, 끝없는 불행과 좌절과 치욕 속에서 죽어갔다.
그러나 후에 마리 앙투아네트를 죽음으로 몰아간 모든 사람들, 마담 롤랑, 당통, 로베스피에르, 푸키에, 에베르 역시 기요틴으로 최후의 길을 갔으니 이것 역시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해야 하나? 예술가 루이 다비드가 형장으로 가는 왕비의 모습을 단숨에 그렸는데 그 간단한 스케치에는 자신이 왕비라는 자부심을 잃지 않은 그 모습이 남아있다. 그 스케치가 책을 덮고도 눈앞에 어른거린다.
역사서라고 하기에는 격동적으로 쓰여져 있고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진실이 너무 많다.
그저 밝고 순진무구하게 태어났으나 시대가 요청하는 일을 하지 못한 죄로 자신이 한 것 이상의 벌을 받아버린 한 여인의 일생이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가슴이 짠해서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잠들기 전에 조금씩 읽으려고 잡았다가 날을 홀딱 새게 되 버렸다. 비운의 세기에 그 지위로 인하여 비극적인 인물을 연기할 수 밖에 없게된 가련하고 평범한 왕과 여왕의 이야기에 연민을 금할 수 없다. 이 소녀가 이 소년이 시골마을의 시골집에 태어났거나, 하다 못해 조금 덜한 귀족집안에서만 태어났어도 자신들의 분에 넘치는 요구를 받지도 않았을 것이고 자신들이 한 것 이상의 책임을 질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어떤 특질을 가졌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으며 그들이 능력이 없더라 하더라도 그 지위가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상상한 것 이상의 대가를 치루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알고 높은 지위에 태어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람이 비극에 처하기 위해선 때론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처단이야말로 가장 끔찍하기 때문이다.
전반부를 훌쩍 넘어가면서 그녀가 내적으로 성숙해 가는 것을 보면서 많은 점을 배울 수 있다. 또한 프랑스 혁명이라는 것이 왕가와 민중의 싸움이 아니라 그 이면에 얽혀 여러가지 이해관계에 대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또한 루이 16세는 왜 그토록 결단력이 없는 성격이 되고 말았는지, 결단력이 없던 그라도 마리 앙투와네트의 부탁이라면 왜 무리해서라도 이루어 주려고 했는지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 또한 그녀 인생의 한 남자, 수년동안 역사 속에 감춰져 있던 페르센의 이야기, 페르센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여자로써 그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또한 그 사랑이 그녀를 얼마나 성숙하게 만들어 주었는가도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