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전 만세전

만세전
항상 염상섭의 작품을 읽고 난 후엔 알 수 없는 표정을 한번 짓던가 아니면 웬지 모를 회한의 미소를 지어주는 것으로 감상이 끝나곤 했다.
어쩌면 이 작품을 내가 소화해 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분명 내가 많은 것을 느낀 것은 확실했다. 이번에 내가 선택한 책은 만세전이었다.
당대... 일제시대의 상황을 무덤으로 인식하고 일제치하에서 신음하던 우리 민족의 암담한 현실을 냉철한 눈으로 비판한 작품이다.
이 책은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국한 `나`는 아내와 사별하고 다시 서울을 떠나는 장면에서 끝을 맺는데, 귀국 도상에서 목격하고 관찰하는 식민지 현실과 몰락해 가는 중산 계급 그리고 그 속에서 비참하고 절망적으로 살아가는 한국인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었다. 어쩌면 나는 그 시대를 이해하기에는 너무 동떨어진 시대에 살고 있다고 볼 수있다. 하지만 염상섭의 작품…(생략)

한다. 그 무덤이 `공동묘지`로까지 인식된다면 민족 전체가 죽은 거나 다름없는 상태로, 문제는 심각한 것이 되고 만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찌할 수 없는 절망감에 그 묘지로부터 벗어나려고만 할 것이다. 그러면 조선이라는 나라는 한 나라에 흡수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우린 소수의 원주민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나오는 지식인 `나`도 부담감을 피하기위해 서둘러 조선을 떠났다. 배운사람은 배운사람답게 놀아야 한다는 부담감.. 근데 이것을 부담감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같은 민족을 위하는데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이 더 이상한게 아닐까.
잠시 눈을 돌려서 식민지 현실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보면 제일 먼저 `나`의 아내가 생각난다. 지극히 보수적인 전통적 여자. 죽어가는 상황 속에서 원망스러운 남편에게 욕한번 아니 말한마디라도 퍼부울 수 없는 여자 . 그 여자가 바로 희생자인 것이다. 물론 고뇌를 해야했던 `나`도 간접적 피해자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는 현실에서 도피해 버리고 말았다. 탈출구를 다시 동경에 돌아가는 것을 잡음으로 원점으로 돌아가버린 것이다. 여기서 내가 생각한 것은 지식인도 지식인이 아닌 바보라는 것이다. 상황은 원점으로 만들어버리는 바보..
그 시대의 사람들의 고통을 누가 알 것인가. 우리 민족이 민족의 서로 다른 아픔을 공감할 때 어려움을 극복할 수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난 그 시대의 아픔과 고뇌를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있었다. 약간의 충격이 되었다. 그 때에 비하면 아주 편히 사는 이 시대에 태어난 내가 감사하게도 생각되었다. 또 다른면으로는 지식인의 허위에 혀를 찰 수밖에 없었고 아마 지식인들의 그 울타리가 허물어 질 때 뭔가 앞으로 전진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의 사실적인 문체가 독자인 날 더 사실적인 사고로 볼 수있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그가 내게 준 선물 중 가장 남은 것이 그 내용이 아니라 세상을 다시 한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아닐까 생각해보면서 앞으로 그의 작품을 더 많이 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 듯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