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랫말 아이들 모랫말 아이들

모랫말 아이들
이 책은 책 두께도 얇거니와 그림도 많아서 별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되었는데, 다 읽고 났을 때는 어둡고 무거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희망을 느끼게도 하는 책이었다. 전쟁직 후의 상황들을 잘 묘사한 여러 가지 사건들은 전쟁이라는 것이 그 시대를 살았던 모두에게 얼마나 큰 상처와 피폐함을 가져다 주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가 맡긴 아니 버리다시피 한 귀남이라는 아이, 국원이 큰누나를 찾아왔던 얼굴에 심하게 화상을 입었던 군인, 곡마단에서 언제 헤어질지도 모르며 일하던 남매... 모두 전쟁이 남긴 상처와 흔적들이다. 힘들고 가난한 현실, 이 모든 것들이 많은 사람들을 힘들고 어려운 곳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학교에서 현대문학의 흐름을 배울 때 전쟁직후의 문학이 가난이라던가 불신 등을 다룬다고 했는데, 그 당시의 생활상은 그러하기도 했…(생략)

생활은 생각하지 못했다.
전쟁은 우리에게 가난과 이념의 대립 등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가져다 주었지만 그렇게 힘든 현실 속에서도 피난을 다니며 또는 공장에 다니며 돈을 벌어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런 사람들의 생활이 단지 전쟁이라는 이유로 불행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나로서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상이나 사고방식들을 잘 알 수 없다. 단지 이런 책들을 통해 그 시대를 조금 엿보는 것뿐인데 이 책은 전쟁 속에서도 인간의 따뜻함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했다. 그래서 전쟁은 많은 나쁜 영향을 끼쳤지만, 그것으로 인간들의 따뜻한 가슴까지 파괴된다고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고 생각한다. 요즘 같이 물질 만능 주의가 난무하고 이기적인 생각이 만연한 현대사회 속에 사는 우리도 어쩌면 또 다른 형태의 전쟁중이라는 생각이다. 현대사회라는 문명과 자기 자신과의 전쟁을 겪는 우리들도 그때 살았던 사람들이나 어쩌면 별반 다를 바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어쩌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보다 인간적인 면에서는 더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예전에 인정이 넘치고 따뜻했던 사회로 돌아가자고 외치고 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 모두 언젠가를 추억해 볼 때 행복하고 따뜻했던 시절이 생각난다면,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행복한 삶이 아닐까?
전쟁이라는 단어가 없어지고, 머릿속에나 마음속 어느 곳에서도 전쟁을 경험하지 않는 세상이 어서 오기를 바란다.
나중에 행복하고 기분 좋은 기억보다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면 과연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책 속의 주인공들만큼 가난하지는 않지만 그것 외에 더 나아진 점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