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무명
매일매일 똑같은 생활에 무료함을 느끼고 있던 중 우연히 책 한권이 눈에 들어 왔다. 원래 책을 좋아는 하지만 그래도 좀 뜻밖의 일이 일이었다. 아주 짧고도 인상깊은 제목,"무명"...
난 한 장, 한 장 차근차근히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전말은 이렇다. 주인공 아니,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이제 막 형무소에 입소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입감한 곳에서 윤이라는 사람을 만난다. 여기서 윤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사람을 진상이라고 부른다. 물론 둘은 구면이다. 입감하기 전에 유치장에서 둘은 만난적이 있었던 것이다. 윤의 죄목은 이러하다. 현이라는 자와 임이라는 자가 의견을 모아서 김이라는 자의 땅을 빼앗은 것이다. 그 일에 윤은 위조도장을 파 준 것이고...
입소한곳에는 윤말고도 민이라는 자도 있었다. 윤은 진상에게 민의 험담을 했다. 민에게 다 자란 아들이 있고 19살 먹은 부인도 있다고 말하고는 …(생략)

그런 놈들은 씨알머리도 없이 없애 버려야 하는 기라오."
이런 등등을 말을 했다.
민이 전방을 하면서 작자와 윤이 있는 방에서 큰 소리날 이유가 없었다. 밤에 들어와서 자는 간병부가 윤을 윤 서방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윤이 불만을 갖고 있었을 뿐. 작자와 윤사이에 갈등은 없었다. 그러던 중 윤이 간병부에게 그 것을 따지고 묻자 간병부는
"그럼 댁더러 무어라고 부르라는 말이오? 댁의 직업이 도장쟁이니, 도장쟁이라고 부르라는 말이오? 죄명이 사기니 사기쟁이라고 부르라는 말이오? 옳지, 윤 선생이라고 불러 줄까? 왜 되지 못하게 이 모양이야? 윤 서방이라고 불러 주면 고마운 줄이나 알지. 낫살을 먹었으면 몇 살이나 더 먹었길래. 괜히 그러다가는 윤가놈이라고 부를걸."
하고 주먹으로 삿대질을 했다. 그러자 윤은 첨음에 있던 호기도 없어 잊고 그만 사그러지고 말았다. 간병부는 민 영감만큼 만만치 않은 것도 있거니와 간병부하고 싸운댔자, 결국 약 한 봉지 얻어먹기도 어려운 줄을 깨달은 것이었다.
실로 그러하였다.
윤이 그렇게 따지고 그 몇 일간은 간병부들에게 시달리고 완전히 낙인이 되어 찍혔기 때문이다.
그 날, 윤과 작자가 쓰는 방으로 정이라는 사기범하나가 입소하였다.
작자는 윤이 간혹 말하던 정이라는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정이라는 자는 대단히 구변 좋은 사람이었고, 사람을 사귈 때 자신의 고향을 마구 바꾸어 말도 하였다. 정이 들어온 날부터 또다시 방은 시끄러워졌다.
정과 윤은 민이 있을 때처럼 시덥잖은 일로 참말 많이 싸워댔다. 그러나 일찍 간병부의 환심을 사 두었던 정은 윤과 상대가 되지 아니하였다. 정은 간병부가 없을땐 간병부욕을 하면서도 간병부가 오면 온갖 아양을 다 떨어 댔다. 간병부가 화를 내며 다른 이를 욕하면 정도 따라서 욕을 했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던 중 매일 정이 간병부를 주려고 만들던 떡을 보고 윤이 한소리를 했다. 그러자 정은 그에 화나가 윤을 시기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간병부가 오고 정이 떡을 내놓자, 윤이
"나 같으면 그런 건 먹지 않겠수다."
라고 말하자 간병부가 미심쩍은 듯 윤에게 따지고 물었다. 윤이
"정이 자신이 좋아하는 건 다 빼먹고, 먹기싫은 것이나 썩은 것들을 골라내서 침묻은 젓가락으로 집었다가 놨다가 하며, 개수대 물로 축인 수건에 떡이랍시고 주물럭거려서 내놓은 것은 나 같은면 먹지 않겠다 이겁니다."
라고 말해버렸다. 정은 당황하여 이리궁리 저리궁리 하다가
"아이고, 그럴리 있습니까."
하고는 구변좋게 말을 해 댔다. 나중에 어서 먹으라는 말과 함께. 그러나 간병부는
"엇소, 데이 상이나 잡수시오. 나 두 분 더 쌈 시키고 싶지 않소."
라고 말하곤 정에게 그 떡을 주었다. 이 일을 빌미로 정은 윤에 대해 깊은 원한을 맺히게 했다. 그러곤 별로 중요치 않은 일에도 윤을 타박하고 나무랐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정이 전방을 했다. 그러곤 다시 민이 들어왔다. 또 한명 들어온 사람이 있으니 그 자는 강이라는 자였다.
강이라는 자는 항상 약자에게 잘 대하였다. 그래서 윤과 정이 싸울 때, 윤이 몰리는 가 싶으면 정을 나무라고, 정이 몰리는 가 싶으면 윤을 나무랐다. 그리고 정이 뭐든지 아는 냥 자랑을 할때면, 마구 면박을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윤의 기침이 심해지자 정이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분명히 폐병이 있다면서...
실로 그랬다. 윤은 플러스가 3개나 있는 심각한 상태였다. 그래서 윤은 죽은사람의 방으로 전방을 했다. 그 방은 혼자쓰는 독방이었다. 작자가 입소해 있는 동안 윤은 보석으로 풀려나갔다. 병이 너무 악화된 까닭이었다.
작자가 출옥하여, 석달이 지나서 가출옥으로 나온 키 작은 간병부를 만나 들은 바에 의하면, 민도 죽고, 윤도 죽고, 강은 목수 일을 하고 있고, 정은 소화불량이 더욱 심하여진데다가 신장염도 생기고 늑막염도 생겨서 중병 환자로 본감 병감에 가 있는데, 도저히 공판정에 나가 볼 가망이 없다고 한다.
이렇게 이 이야기를 다 읽고 나니 세상이 참 허무하게 왔다가 지는 것 같았다. 무명(無明) 밝음이 없는....이 이야기에서 난 결코 쉬이 봐서는 안될 삶이라는 것이 어찌보면 참 쉽게 갈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덧없이 시간이 흘러가도 그 시간을 어찌 쓰는 가에 따라 인생의 가치가 달라지듯 나도 내 인생을 위해 좀더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