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먼 멜빌의 <백경>에서 포경선의 침몰은 모든 것의 끝이었지만 이 논픽션에서 포경선 에섹스호의 침몰은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1820년 11월 20일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남미 에콰도르 해안에서 서쪽으로 적도를 따라 2800킬로미터쯤 떨어진 태평양에서 미국 낸터컷 선적의 238톤짜리 포경선 에식스호가 몸길이 약 80피트에 무게가 80톤 정도는 나갈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향유고래에 받혀 침몰했다. 고래는 처음 공성망치처럼 뭉툭하게 생긴 거대한 머리로 에식스호의 좌현을 들이받고 배 바닥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배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