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나라 바람의 딸

`바람의 딸-걸어서 지구 한바퀴-`를 읽고...
사람을 만나기 위한 여행
`바람의 딸 -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한비야라는 이름의 여성이 5년간 세계 곳곳을 여행한 후에 쓴 네 권의 책으로, 그 중 내가 읽은 것은 1권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편이었다. 2권의 중남아메리카, 알래스카 편과 3권 인도차이나, 남부아시아 편, 4권의 중국, 티베트, 몽골 편도 관심이 갔지만, 우선 여행의 계기를 알기 위해 1권부터 읽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책의 저자인 한비야는 정말 특이한 사람이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자신의 힘으로만 공부를 하였던 학창시절의 모습도 대단하였지만, 유망한 직장에 사표를 내고 여행을 떠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직장 일에 회의를 느껴 도피성으로 떠난 여행도 아니었다. 오히려 회사에서 인정을 받으며 일을 즐기고 있던 시기에, 그것도 승진의 기회를 접고…(생략)

투르크메니스탄을 여행할 때의 이야기였다. 최근 미국과의 전쟁이 있었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 자세히 읽었다. 한비야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군인들의 사진을 찍다가 군인들에게 걸려 병영에 끌려갈 뻔하다가 끝까지 아니라고 우긴 끝에 운좋게 목숨을 건지게 된 내용이었다. 이 부분은 읽을 때, 만약 들켜서 총살을 당하게 되면 어쩌나 하고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예전에 사회 시간에 세계 문화 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중요한 석불을 탈레반 정권에서 파괴시켜 전세계가 경악했던 일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이런 것들을 보아 당시 한비야가 병영에 끌려갈 뻔한 상황이 얼마나 험악하고 위태로운 분위기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예전부터 끊임없이 지속된 아프가니스탄의 내전으로 인한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에는 미국의 표적이 되어 침공까지 받아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었으니, 아마 지금의 아프가니스탄은 한비야가 여행했을 당시보다 휠씬 위태로운 분위기가 되어 있을 것이다.
항상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약한 여자들과 아이들이다. 한비야가 이 곳을 여행했을 때 본 아이들에 대해 써 놓은 얘기를 보면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지뢰로 인해 팔, 다리 등이 없는 아이들...... 하루 80원이면 세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니, 1년에 버리는 음식값이 8조원이 넘은 우리 나라 사람들은 모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을 지나 간 곳은 투르크메니스탄인데, 이 곳에서 한비야가 무채 장사를 하고 있는 고려인 아줌마들을 만났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이 곳에 한국인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 아줌마들의 할아버지들은 한국에서 흉년을 피해 블라디보스토크로 갔다가 1937년 강제로 이주당해 멀리 이 곳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지도로 찾아보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투르크메니스탄까지의 거리가 어머어마한데 그 시절 이 먼 거리를 오려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간다. 약한 민족의 설움도 느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 곳에 온 한국 사람들은 늪지였던 불모지를 옥토로 바꾸고 농사를 지어 대부분 알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는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역시 한국 사람들의 근면성과 인내는 정말 존경할 만 한 것이다.
이 책은 보통의 기행문들과 남다른 점이 있었다. 기행문에서 주를 이루는 유적이나 풍경에 대한 이야기보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나에게 가깝게 다가온 것 같다. 유적이나 풍경도 결국은 사람이 살아온 자취이고 환경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문화에서 다양한 얼굴과 생활 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여행의 진정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