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딸 우리땅에서다 를 읽고서 바람의 딸

제 1장 바람의 딸, 땅 끝에 서다
“반갑다, 바다야 섬들아!”
이 글의 처음은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갈두리에서 시작된다. 토말 땅끝말을 지나, 바닷가 자갈밭에서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도록 고사를 지내고, 처음 일정을 정한다. 영전까지의 14킬로미터이다. 다음 날 남창부터 신월까지 위험한 갓길로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멀리 산 밑에 있는 인심 좋은 교회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데,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이 대목은 참 인상적이다.
“워메, 뭐땀시 고로코롬 다닌다요?”
도암에서 강진까지의 길에서 돌산의 모습이 안상적이다. 그리고 시뻘건 황토, 새파란 쪽파밭, 붉은 동백꽃의 기가 막힌 색상 대비가 내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한국 사람이 흰옷을 입었던 이유도 여러 가지 면에서 잘 나타나있고, 월출산 무위사까지의 길을 잘 못 들어 뱅글뱅글 돌다 간신히 정보를 얻어 고생 끝에 무…(생략)

. 덕암에서 진안까지의 길에는 말이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듯한 ‘마이산’이 있다. 나도 어렸을 적에 한번 가 봤다와서 그런지 어깨가 으쓱해진다.


“이정표가 기가 막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우리나라의 이정표는 너무 성의 없고 엉터리다. 역시 이 글에서도 그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나보다. 4시 30분에 본 이정표에는 ‘무주 12킬로미터’라고 적혀 있었는데 1시간 20분 뒤에 나타난 이정표에는 ‘무주 11킬로미터’ 라고 써있다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고 하루빨리 그런 일이 사라지면 좋겠다.

제 2장 외롭지만 그래도 가야 할 길이기에

“산 자는 4.3평, 죽은 자는 15평”
충청북도와 경상북도의 경제선인 수봉재를 넘어 자리하고 있는 그곳의 꿀봉포도와 모동포도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포도농사는 잘 돼가고 있는데 그놈의 까치 때문에 1년 농사가 쓰레기로 변한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는 무덤으로 유명하다고들 한다. 그래서 ‘죽은 자를 위한 나라’ 라는 말도 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묘지는 약 2천만개이고 국토의 1%이상이 묘지이며 해마다 여의도 만한 면적이 무덤으로 쓰인다니 땅이 아깝기도 하다.

경상도는 상주와 경주의 중요성이 컸던 만큼 도의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몇몇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었는데 상주는 삼백(三白), 즉 쌀, 누에고치, 곶감의 고향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한다. 특히 곶감은 전국 생산량 1위, 전국 물량의 약 50%정도를 차지한다고 하니 실로 대단한 양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은이는 여행 중에 단 한 개의 곶감도 먹어보지 못했다니 기운이 다 빠진다.

“문경새재 할머니, 만세”
문경새재부터는 국토종단의 후반부길이다. 문경새재를 지나면 곧 월악산을 넘어 충주호를 끼고 돈다. 그 다음에 평창강을 따라 걷다가 오대산과 설악산을 지나고 속초를 지나 동해안을 따라 3~4일만 걸으면 바로 통일전망대이다.... 벌써 여기 까지 오다니 나도 숨이 차는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13살의 나이에 시집을 와서 온갖 구박과 시집살이를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살아 계신 할머니는 너무 안되셨다. 더구나 사고로 인해 실명이 될뻔 했으나 간신히 실명은 면하셨다니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큰 자라산이 까마귀산이 된 이유”
우리나라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지명을 하루빨리 고쳐야 하지 않을까? 대표적인 예로 내가 살고 있는 금천동을 들 수 있다. 옛날엔 금천이 아닌 쇠내골 이라 불렸다한다. 하지만 이것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일제시대 때 행정 구역을 정리한다는 명목 아래 대대적으로 지명을 변경, 통합하면서 말도 안 되는 일본식 한자로 새로 만들거나 교체하였다고 한다. 가장 많은 사례가 획수가 많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지명을 쉬운 한자로 바꾼 것인데 오산, 칠전, 구산리 기타 등등 많다고 한다. 정말 화나고 답답한 현실이다.

“풀과 나무에게 제 이름을 불러주고 싶다”
지방도로 597번 길은 정말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에 한곳이다. 멀리 월악산과 충주호와 여러 멋진 광경들이 펼쳐진다 하니 말이다.
청중에서 벚꽃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청중에서 금성 가는 길 언덕에는 청풍 문화재 단지도 있다고 하니 청풍 역시도 한번쯤 가보고 싶다.
걸음이라는 것은 자연과도 친하게 만든다. 스쳐가는 수많은 나무들, 풀들, 새들, 꽃들. 이 모든 자연물의 이름조차 몰라서 조금 미안하셨나보다. 지은이는 여행 후에 우리나라 꽃 도감, 나무 도감, 새 도감을 사서 꼭 공부를 한번 하시겠단다.

제 3장 한 걸음의 힘을 나는 믿는다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벌써 국토종단을 시작한지 한달 하고도 3일 만에 평창에 도착했다. 그곳의 특산물은 메밀, 고치, 마늘, 감자, 옥수수 등이다. 특히 옥수수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나와있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4월 초인데도 기온이 20도 이상 올라가고 아스팔트에 벌써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영동고속도로와 나란히 길을 걷는 중에 날씨가 상당히 변덕스럽다. 이승복 기념관으로 들어가는 갈림길에서 속사(束沙)라는 마을을 지나는데 뜻이 이상하다.. ‘모래를 묶어놓다?’ 옛날에 사막이라도 됐었던 모양이다. 유래가 많이 궁금하지만 나로서도 알 도리가 없다.

“가족들과 함께 한 달콤한 강행군”
지은이가 세계여행 당시 만났던 미국인 가족들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역시 미국인들의 독립심은 대단한 것 같다. 자기 몸무게 수준의 배낭을 들고 다니는데 부모들은 매정하게도 절대 도와주지 않기 때문이다.
날씨가 짖궂어서 이번 목적지는 칠정사 까지 이다. 오대산 호텔을 돌아 월정초등학교를 지나서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서 비를 피했단다. 월명사 계곡은 꽤나 숲이 울창한 모양이다.
5월 15일까지 오대산 입산금지령이 내려졌단다. 앞으로의 일정은 어떻게 될까......
“오대산,‘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다”
오대산은 남한에서 네 번째로 높으며, 금강산, 설악산으로 이어지는 태백산맥의 산인데 산의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한다. 금강산, 설악산이 기암괴석들로 화려하다면 오대산은 듬직하고 묵직한 느낌이다. 그리고 오대산이란 이름은 하늘에서 산을 보면 다섯 봉우리가 연꽃이 활짝 핀 것 같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그 경치가 퍽이나 보고싶다.
오대산 입산금지의 이유는 다름 아닌 산불 방지를 위함이라 한다. 하지만 지은이는 ‘될대로 되라’ 하고 그냥 입산을 해서 평소에 하고 싶었다던 맨발도보도 한다. 혈액 순환에 좋다는데 나도 한번 경험 해보고 싶다.

“내 걸음이 꽃보다 빨라서”
4월 18일의 목적지는 구룡령 정상에서 갈천을 거쳐 서림 삼거리 정도이다. 산 속의 봄을 아주 화려하게도 묘사하여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갈천리란 곳은 ‘칡내’ 혹은 ‘치래’라고 불리는데 전자의 경우는 칡이 많이 나서 후자의 경우는 양양에서의 거리가 70리 남았다는 뜻이란다.
이번 도보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설악산에 도착하였으나, 그곳 역시 산불 때문에 입산금지령이 내려져 있다. 하지만 관리 사무소에 들어가서 좌초지종을 말하고 간신히 1박2일의 입산 허가증을 받아왔다.

“이틀 간 전세 낸 설악산 등정”
대한민국의 명산인 설악산을 이틀 동안 홀로 다닌다면 그것은 정말 꿈같은 일 일테고 그 유명한 대청봉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소청에는 아직도 눈이 무릎까지 쌓여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회운각에서 계곡을 따라 천불동 계곡에서부터 비선대에 이르기까지의 길은 정말 신선이 놀다 갈만한 한폭의 산수화이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필리핀, 인도네시아에 의어 섬의 개수로 세계3위라니 마냥 놀랍기만 하다.

“제 땅을 사랑하려면 제 발로 걸어보아야 하리”
속초가 설악동에서 반나절 거리이고 속초부터는 동해 바다 길을 쭉 따라가기만 하면 간성, 거진 그 다음이 바로 통일 전망대다. 이제 정말 끝이 보이는 것 같다.
청간정에서 송지호 해수욕장을 지나 간성까지 가는 길. 여름에만 해수욕장을 개방하는 터라 군인들에게 제지를 당했다. 하지만 조금 기웃거리다가 공현진에 와서 해변가로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아직은 봄인데 해변가에 대(大)자로 누워버리다니.. 추웠겠지만 지금 그런 것이 문제일까..

“아직도 국토종단은 끝나지 않았다”
화진포를 거쳐 통일전망대 입구인 마차진까지의 예정이다. 바다가 보이는 길을 걷고 있으니 얼마나 시원할까... 어느덧 민간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곳까지 왔다.
4월 26일 민통선 군인 막사의 마지막날.
그곳에서부터 통일전망대 4킬로미터는 민간인 통제지역이란다. 운 좋게 지은이는 대대장에게 부탁을 해서 걸어갔다고 한다. 그곳은 평화 그 자체 였을 것이다.
드디어 통일 전망대.... 쾌창한 날씨 덕분에 금강산 1만2천봉의 마지막 봉우리라는 낙타봉 너머 말무리 반도까지 손끝에 아른아른 거렸나 보다. 이렇게 국토종단은 여기서 끝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