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부인전

<박씨부인전>
나는 고전소설을 좋아한다. 고전소설을 읽을 때는 누군가가 옆에서 이야기를 해 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박씨부인전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박씨부인전을 읽을 때에는 주인공이 절세미녀일 것 이라고 생각했지만 부인의 얼굴 묘사를 읽는 순간 나의 기대는 사라져버렸다.
‘얼굴은 이끼로 덮인 돌덩이처럼 빡빡 얽었고 눈은 실 드나드는 바늘귀만하고, 코는 험한 바위 같고 나발 같은 입은 두 주먹을 넣고도 남을 만큼 큰’
흉측한 박씨 부인은 남편과 시어머니의 온갖 박대를 받으면서도 이를 묵묵히 견뎌낸다. 오히려 집안 식구들이 자기 때문에 불편해할까 봐 뒤뜰에 ‘피화당’을 지어 홀로 외로운 생활을 해나간다. 박씨 부인은 신통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데 비루먹은 망아지를 사서 키우면 높은 가격에 중국의 사신이 사리라는 것을 예측하기도 한다.
박씨 부인은 다른…(생략)

을 치르는 이야기는 처음 보았다. 더구나 남존여비 사상에 젖어 있던 조선시대에 나온 이야기라 더욱 더 놀랍다. 박씨부인전이 인기 있었던 이유가 대리만족을 통해 자유롭지 못했던 당시 여성들에게 정신적인 위안을 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또 인조가 청나라에게 굴욕적으로 항복한 병자호란을 겪은 백성들이 이야기 속에서나마 오랑캐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기 때문인 것 같다.
박씨부인전에는 역사에 실존한 인물과 허구의 인물이 함께 등장하는데 역사에 실존하는 인물은 주로 무능력하여 끝내 나라를 지켜내지 못한 남성들이며, 허구의 인물은 초인적인 능력과 용기, 지혜를 갖춘 여성들이다. 요즘에는 옛날에 비해서 ‘남녀 평등’이 많이 향상되었지만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시대는 남녀 구별 없이 마음껏 자신의 삶을 펼쳐 나가는 시대가 되어야 하고 다른 나라의 압박과 강요로부터 벗어나는 시대가 되어야한다. 이런 점에서 박씨부인전은 옛날에 쓰여진 고전소설이지만 시대를 뛰어넘어 요즘의 우리에게도 교훈을 주고 있으며 조상들의 지혜를 잘 보여주는 소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