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치아다다를 읽고나서 백치아다다

초등학교 6학년 겨울, 그 때까지만 해도 다녔던 교회에서 연말이라 근처에 있는 ‘실루암의 집’을 찾았다. 거기에는 세상에서 소외 받고 갈 데 없는 장애인들이 살고 있었다. 거기서 우리는 찬송가를 부르고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부축해 드리고 안마도 해드렸다. 그리고 우리가 1년 동안 모은 성금을 드렸다. 이렇게 도와드리고 나서의 내가 느낀 점은 우리와 다른 장애인들이 이상하고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것을 지금 생각하면 후회스럽고 반성된다. 나도 언제 그런 장애인이 될지 모르는 일인데 남을 비웃고 깔본다는 것은 절대 안 될 일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장애인에 대해서 ‘보다 좀 더 도울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다. 여기 계용묵의 ‘백치 아다다’ 도 제목부터 백치, 즉 바보라고 알 수 있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아다다는 ‘확실이’라는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다다’라는 말 밖에 하지 못하는 선천성 장애인 벙어리이…(생략)

이가 되어도 시집을 못 가자 그녀의 부모는 땅을 얹어주면서 노총각에게 시집을 보낸다. 처음에는 시집 식구들 모두가 아다다를 따뜻하게 보살펴 주었지만 차차 돈을 벌어 감에 따라 남편은 아다다를 구박하게 되고 아다다는 집으로 도망쳐온다. 그 후로부터 이렇게 어머니 곁에 말썽만 피우고 있으니, 차라라리 시집이나 가든지 죽으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집에서 쫓겨난 아다다, 그녀가 갈 곳은 오직 한 곳, 수롱이한테 가는 것이다. 가난하기 때문에 여태 장가를 가지 못한 수롱이는 오래전부터 아다다에게 관심이 있었다. 이런 아다다가 자신한테 관심을 보이자 수롱이는 아다다를 데리고 신미도로 간다. 지금까지 자기 것이 없었던 수롱이는 지금까지 번 150원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며 밭을 사자고 한다. 하지만 수롱이의 돈을 본 아다다는 과거의 남편처럼 많은 돈으로 여유러워지고 그 뒤로 자신이 버림 받았다는 것을 떠올리며 돈 150원이 자신의 행복을 빼앗아 갈 것이라 여기고 그 불안함에 수롱이가 잠든 틈을 타 새벽녘에 바다로 나가 돈을 던져 버렸다. 하지만 돈이 없어졌다는 것을 안 수롱이가 아다다가 바닷가에 던져버린 것을 알고 아다다를 발로 차 죽이다.
나는 아다다와 수롱이가 한 행동들에 대해 솔직히 이해가 된다.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 이번에도 돈이 자신의 행복을 빼앗아 갈 것이라는 아다다, 나 같더라도 그런 의심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수롱이가 지금까지 자신이 힘들게 번 돈을 바닷가에 던져버린 아다다에게 화내는 것도 말이다.
이 소설은 물질적 소유지향하고 있는 수롱이의 삶과 진실한 행복을 희구하는 아다다의 삶이 서로 대립하고 있다. 즉 인간의 참다운 가치에 대해 따져 보고 있는 것이다. 아다다의 삶과 물질적 풍요를 위해 행복을 버린 수롱이의 삶, 하지만 주의해 두어야 할 것은 물질 중심의 삶도,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질 소유 마저 거부하는 존재 중심의 삶도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