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삼룡이를 읽고나서

벙어리 삼룡이
조 용 태
사랑이란 무엇일까?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거룩하다고 말하는 사랑. 나는 이 소설을
읽고서 여기서 나타나는 사랑은 아름답고 순수한 사람의 모든 것이라 본다. 이 소설에 나타
나는 사랑은 쉬이 지나가는 감정적인 마음도 아니고 수박 겉핥기 식의 사랑도 아니다. 마음
속으로의 감정을 말로써 나타내지 못하고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헌신하는 침묵의 사
랑, 하지만 자신의 사랑을 무조건 표현을 해서는 안 되는 금지된 사랑. 그래서 더 떨리는 감
정으로 이 글을 읽었다.
오 생원의 집에 평생을 일하며 살았던 벙어리 삼룡이. 비록 벙어리이고 우습게 생겼으나
주인의 사랑 속에서 열심히 주인을 위해 충성심을 다해 일만 하면서 살았던 삼룡이. 하지만
주인의 아들은 그를 미워하고 벙어리란 것을 우습게 보았다. 걸핏하면 차버리고……. 그 작
은…(생략)

인해서 삼룡이에 대한 어린 주인의 감정은 멸시를
넘어서 극도의 분노의 상태에서 망나니같이 새색시와 삼룡이를 학대했다.
그럴수록 색시에 대한 삼룡이의 사랑은 더 깊어지고 색시를 보니 않으면 가슴이 저려서 일
도 못할 정도였다. 이렇게 순수한 그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색시의 자살사건은 미수로 끝났
으나, 오 생원 집은 극도로 흥분상태에서 삼룡이와 색시의 사이를 오해했다.
그 사건을 알게 된 어린 주인은 사건 진상 파악도 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삼룡이를 무자비
하게 때리고 또 때렸다. 그의 몸에서 살점이 떼어 나갈 때에 삼룡이는 깨닫게 된다. 이 어린
주인을 무조건 충성만 할 수 없다고, 그리고 주인의 심한 문초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화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치솟은 주인은 그렇게 학대해도 분이 안 풀려 삼룡이에게 옷만 주
고 내쫓아버린다. 이 사건으로 인해 삼룡이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른다. 자신의 팔자는 주인
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는 걸로 알고 있었던 삼룡이, 하지만 어린 주인의 극심한 학대로 삼
룡이에겐 더 이상 앞으로 갈 길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젠 더 이상 주인을 섬겨야 할 필요
도 없는, 평소 자신이 생각했던 자신의 존재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날 밤, 오생원 네 집에서 방화로 집이 불탔다. 그 불길 속에 들어가는 한 사람, 삼룡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삼룡이는 가슴속에 남아있는 색시에 대한 사랑으로 위험한 불길 속에
파고들었다. 그는 거기서 사경을 헤매며 불 때문에 안절부절못하는 주인의 낮은 모습, 이젠
자신보다 비굴하게 보이는 주인의 살려달라는 소리도 내팽개치고 색시를 찾기 위하여 몸이
녹아나는 것도 잊어버린 채 열심히 색시를 찾는다.
색시를 안고 불길을 피하기 위해 지붕에 올라간 삼룡이. 이젠 삼룡이의 몸도 쭈그러졌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쾌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즐거움과 행복감에 빠져있었다. 자
신이 자유로워졌다고 느꼈을 때, 그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숨을 거둔다.
벙어리 삼룡이를 보고 난 뒤 그가 불쌍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을 위
하여 몸과 마음을 불사르는 삼룡이의 최후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닌 것이라 느낀 것일까? 외
모도 형편없고 벙어리였던 그를 보면서 어쩌면 우리가 적어도 꼭 한가지라도 배울 인물인
것 같았다. 사랑으로 자신의 마음속에 남아있던 분노와 울분을 털어놓는 삼룡이. 마음에 얽
혀진 사랑의 실타래를 다 풀었을 때 그는 저 세상에서 환하게 웃으면서 색시를 보고 있었을
거다. 새롭게 깨달은 사랑으로 인해 다시 세상을 보게 된 삼룡이의 최후. 단지 불쌍하다는
동정보다는 그가 더 거룩하게 느껴졌다. 사랑으로 자신의 모든 것, 인간의 굴레를 벗어버려
색시 무릎 밑에 누워있는 삼룡이의 마지막 미소는 나의 기억 속에 영원히 간직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