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 , 죽기로 결심하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죽는다는 것과 산다는 것, 도대체 어떤 것이 인간에게 있어 행복하고 불행한 것인가? 인간이 죽기로 결심을 했다는 건 그만큼 자신의 삶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것을 뜻하는 것일까? 처음 이 책의 제목이 과연 무엇을 우리에게 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단지 죽기로 결심한 여자의 한 인생을 고독과 좌절의 결과물에 인해 다시 새로운 인생의 터전이 펼쳐진다는 그런 일관적인 소설인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갈수록 펼쳐지는 작가의 대단한 상상력과 현실적인 문체들로 인하여 죽음이란 단어보단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아니 베로니카가 왜 살아서 이 세상을 향해 걸어나가야만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 주었다. 겨우 스물네살인 베로니카, 아름다운 젊음과 탄탄한 직업,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가족들, 또한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친구들, 이 모든 것을 가지고도 베로니카는 내면에서 느끼는 공허한 허무감을 몸부림치게…(생략)

솔직히 베로니카가 죽기를 결심했을 뿐이지 정신 이상자는 아니었다. 아주 정상적인 그녀가 바라보는 미치광이들의 모습들, 즉 정상적인 사람과 비정상적인 사람의 만남으로 인해 과연 작가는 어떤 메세지를 우리에게 안겨 주려고 했던 것일까? 베로니카 그녀를 정신병원에 던져 놓은 작가 코엘료의 신선한 소재가 우선 마음에 들었다. 단지 죽는 것과 산다는 것, 그 두가지의 문제점을 가지고 한 권의 책을 풀어가기란 엄청난 부담스러움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작가 코엘료는 그 두가지의 문제점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대신 젊은 여인 베로니카가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있는 <빌레트>에서 그 동안 무의미했던 그녀 자신의 정신세계가 얼마나 허무맹랑했는지를, 그리고 우리들의 무미건조한 생활을 베로니카를 통해 지금 현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확연히 보여 주었다. 또한 바로 죽지 않은 대신 약물로 인해 베로니카의 심장에 문제점을 발생시킨점, 그래서 그녀는 그녀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죽음의 예식을 일주일 후에 가질 수 있다는 새로운 반전을 내세웠다. 정신병원 들어가 전에 생활했던 곳에서의 규율이 그곳에선 통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사람들이 하는 행동들이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다. 더군다나 그곳의 사람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는 베로니카는 빨리 병원에서 탈출하여 또다시 자살을 하고 싶다는 아주 간절한 소망을 가지게 된다.

일상적인 생활의 틀에서 잠재적으로 숨어있던 광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베로니카, 그래서 그런지 그 미친자들의 생활 속에서 서서히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또한 그곳에서 사랑하는 사람, 에뒤아르를 만나면서부터 얼마나 자신이 더 미쳐야 했었는지를 제대로 깨닫게 된다. 끊임없이 진정한 <자아>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던 베로니카의 모습에서 아무리 특별나게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현재 살아가는 현실은 절대로 만만하지 않음을 새로이 알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