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베로니카죽기로결심하다

베로니카, 나 혹은 당신을 두고 부르는 다른 이름이 아닐까? 어쩌면 하루하루가 지루해진 당신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지루한 하루가 아닌 그러한 지루한 하루조차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의 굴레 속에서 눌려있는 나를 부르는 이름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흔히 말한다. “죽지 못해서 사는 세상” 어리석게 들리는 이 말속에는 이 말을 한 사람의 마음이 녹아있다. 죽음을 택하는 것은 두렵고 삶을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힘든 현실에서 도피할 곳조차 없는 외로운 마음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은 이 사회에서는 정신병자로 취급받기 일쑤이다. 도대체 정신병자의 기준이 무엇인가? 언제부터 사람들은 미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까? 사회에서는 사용되는 이 말들이 이 책을 읽는 내내 거듭되는 혼란속에서 미쳤다는 것의 정의가 내려졌다. "미쳤다는 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해. 마치 네가 낯…(생략)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나만의 길과 신념을 잊어버린채 획일적으로 살아오게 되었다.
호수에서 살던 고기를 잡아 어항으로 옮겨놓으면 몇 마리는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하지만 몇 마리는 그렇게 적응하여 살아간다. 이렇듯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죽음을 택했던 사람들은 그들이 미쳐서가 아니다. 그저 바뀐 환경과 남과 다른 자신의 특성(신체적, 환경적, 심리적인요인) 때문에 다른 길을 택했을 뿐이다. 우리는 그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이 사회에 반항한 것이고 자신의 인생의 길을 택했을 뿐이다. 그렇듯 베로니카도 그러했고 그녀는 다시 새로운 길을 발견했을 뿐이다. 그 새로운 길이 사랑으로 시작했다는 점을 보면 그녀는 역시 지극히 평범하고 행복한 여자가 될 것이다.
이러한 그녀의 삶의 이야기의 주변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다루고 싶지는 않다. 오직 베로니카에게 중점을 두고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딱 한번 그 중점에서 비껴나간 생각으로는 베로니카에게 시한부라는 인생을 살게 한 박사에게 있다. 그 박사의 말이 옳았는지 아닌지는 아직도 알 수 없다. 그의 일과는 모두 보고서제출이라는 틀에 박혀서 산다. 이 보고서는 그가 명성과 지위를 위해 살아가는 인물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박사의 연구 덕에 베로니카는 삶의 소중함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쉽게 그게 악이라고 판단하기에 그는 그녀의 삶에 전환을 가져다 준 인물이었다. 사랑으로써는 아니었지만 그녀의 삶의 의지를 불어넣어 준 것이다. 만약 나한테도 이러한 시한부인생을 내려준다면 나 역시 그녀처럼 하루하루를 정열적으로 보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은 알 수 없다.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고 아니면 사는 게 지겨울 정도로 오래살수도 있다. 뭐 결과가 어찌되었든 나도 그녀처럼 삶에서 또 다른 길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녀덕분에 나또한 죽음을 택했던 베로니카가 아닌 새로운 삶을 발견한 베로니카가 되기를 원한다. 유독 제목에서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제목이 다시 보였다.
‘베로니카 새로운 삶을 살다.’
이것이 어쩌면 코엘류의 마법일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마법은 모든 사람에게 차이가 있겠지만 나에게는 삶의 배움으로써 좋은 가르침으로 다가온 것 같다. 그리고 나에게 이러한 인생의 고비가 찾아왔을 때 베로니카를 떠올리며 사랑이 아닌 다른 것일지도 모르는 계기로 인해 삶의 전환을 맞을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