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과 머저리를 읽고 독후감 병신과 머저리를 읽고

줄거리
형의 집에서 형과 아주머니(형수)와 함께 살고있는 동생 ‘나’는 화가이다.
어느날 ‘나’에게 떠나간 옛 연인인 혜인이 청첩장을 보내오고 , ‘나’는 그녀가 미래가 불분명한 자신대신 장래가 확실한 의사와 결혼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현재 ‘나’는 며칠동안 화폭에 어떤 그림도 그릴 수가 없는 상태이다.
‘나’의 형은 의사이다.
그는 최근 자신이 수술하였던 소녀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아 병원일을 중단하고 술과 무기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형은 6.25 전쟁의 패잔병으로 낙오되었던 경험이 있는데 그는 이에 대해선 일절 함구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항상 그에 대해 궁금해 한다.
그런데 어느날 부턴가 형이 모든 것을 제쳐두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연히 형의 방에서 소설을 발견한 ‘나’는 그 내용을 보고 크게 놀란다.
그 내용은 바로 형이…(생략)

못한 ‘나’ 의 화폭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내버린다.
다음날 ‘나’는 아주머니로부터 형이 내일부터 다시 병원을 나간다는 말을 듣고 형의 방으로 달려가 원고를 확인하여 본다. 그 원고에는 형이 김일병을 죽인 관모를 쏘아죽이는 것으로 결말이 나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돌아온 형은 자신의 소설 원고를 모조리 불태우며 오늘 관모를 보았다고 중얼거리고 그런 형을 지켜보던 ‘나’를 머저리라고 욕한다.
방으로 들어온 ‘나’는 형의 아픔과 그 극복을 느끼며 그와 대조적인 자신의 아픔에 대해 생각하고 괴로워한다.
아픔의 근원인 환부조차 찾을 수 없는 자신을 자조하며.

감상과 해석

때로 이유없이 모든 것에 대해 회의적 입장이 되거나 아픔을 느낄 때가 있다.
그 고통을 극복해 보려 노력하지만, 오히려 그 실체나 원인조차 확실히 규명하기 힘들어 난감한 순간들.
이청준의 소설[병신과 머저리]는 그러한 관념적인 문제를 서술자 ‘나’를 통해 말한다.
이 소설에서 동생인 ‘나’는 항상 이상은 높은 완벽주의자이지만 소극적인 태도 모든 것을 일관한다. 그 점은 자신의 떠나가는 애인 혜인을 보내는 태도에서도 드러나며 채워지지 못하는 빈 화폭-신을 위협하는 인간의 형상을 그리려는-에서도 나타난다.
자기 자신에 대해 극도의 환멸과 세상에 대한 혐오를 느끼면서도 정작 어떤 현실적 노력도 하지 않는 소극적인 그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이상을 꿈꾸면서도 마음을 걸어잠그는 모순적인 인물인 것이다. 그 점은 혜인이 보낸 편지의 ‘영영 열리지 않을 문의 성주(城主)에게’ 라는 표현에서도 드러난다.
이런 점을 작가와 의도와 연결시켜 볼때 동생은 그 시대의 무기력한 지식인 층을 상징한다고 볼 수있으며 제목의 병신과 머저리 중 자신의 환부가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머저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에 비해 형은 의사로서 6.25 참전경험과 그 때 겪은 정신적 상처, 즉 확실한 환부를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6.25 전쟁 당시 그가 겪었던 상사 오관모와 동료 김일병과의 낙오된 기억과 그 사건 안에서 동료 김일병을 지켜주지 못하고 관모가 표명하는 부정한 힘, 권력에 굴복하고 말았던 그 아픈 기억은 항상 형 안에 내재되어있던 죄책감이란 환부였다.
그리고 그 잠재적이었던 환부가 자신으로 인한 어린 소녀의 죽음으로 인해 분출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형은 동생과 달리 확실한 환부를 지니고 있었다는 점에서도, 또한 그 대처방식에 있어서도 그의 동생과 대비된다. 그는 자신의 환부를 소설을 씀으로서 치료하고 다시 현실을 살아갈 힘을 얻으려 분투한다.
그의 소설은 그의 6.25때의 낙오된 경험을 다룬 것으로 형이 화자<나>로 서술되는 형태이지만, 실제로는 지켜주지 못하고 관모에게 죄 없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방관했던 김일병을 반대로 자신이 관모를 죽이는것으로 결말지어버리는 등의 실제와는 다른 내용이다.
그것은 소설을 그렇게 결말내림으로써 자신의 죄의식과 극도의 환멸속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실제적인 노력이며 그 결과로 그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다시 말해 형은 그러한 점에서 무기력한 동생과 비교되며 마찬가지로 그것은 별 다른 수도 쓰지 못하고 연인을 떠나보내는 동생과 자신의 여자를 쟁취하기 위해 분투했던 형이 보여주듯, 그들이 각각 자신들의 사랑을 쟁취하는 과정에서도 확연히 들어나는 것이다.
구태여 병신과 머저리를 형과 동생에 대입시켜보자면 그러한 점에서 형은 ‘머저리’인 동생과 다르게 자신의 환부를 알고있는 ‘병신’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논점을 형의 기억 속 오관모와 김일병에게로 맞춰보면 그들이 표명하는 바에서 형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포악한 성정과 ‘배암과 같은 인상’의 오관모는 현실세계의 부정한 세력과 권력, 억압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가 이유없이 학대하며 유린하는, 종장에는 죽음에 이르게까지 하는 ‘말이 없고 유순한 얼굴을 한’ 김일병은 핍박받는 우리 민중을 의미한다.
그런 둘의 관계에서 형은 가치중립적인-오히려 부정한 권력에 더 매혹당하는- 입장이었다.
“그런 때 <나>는 그 눈빛을 보면서 이상한 흥분과 초조감에 몸을 떨면서 더 세게 더 세게 하고 관모의 매질을 재촉하는 것이었다.” “그 때 나는 김 일병이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위의 본문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형이 애초부터 진취적이었다거나 부정한 현실에 대해 맞서는 의지를 지니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어릴적 설원에서의 노루사냥때 피흘리는 노루를 보는 것을 회피했듯 현실에 맞서려 하지 않는 ‘참새가슴’이었고 그것은 마찬가지로 노루와 동일시되는 김일병의 사건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는 후에 소설을 쓰면서 그 소설의 결말을 통해 현실과의 싸움에서 포기하기 보다는 싸우다 파괴하는 쪽을 택한 것이고 그로써 자기환멸과 죄책감에서 스스로 벗어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가 소설의 결말을 김일병을 죽이는 것으로 낸 동생에게 화를 내며 갈등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형은 무척이나 입체적인 인물이다.
그렇다면 소설의 결말부에 형이 자신의 소설을 태우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형은 허구인 소설을 씀으로서 자기연민과 갈등이 주는 고통에서 벗어났지만 혜인의 결혼식에서 실제 관모를 다시 보게 된다.
그것은 관모를 죽이는 것으로 결말 내렸던 자신의 소설이 허구임을 완벽히 인지하게 해주는 것이었고 결국 그는 관념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형을 보며 동생은 자신에 대한 참담한 비애와 연민을 느낀다.
“나의 아픔은 어디서 온 것인가. 혜인의 말처럼 형은 6.25의 전상자이지만, 아픔만이 있고 그 아픔이 오는 곳이 없는 나의 환부는 어디인가.
......
어쩌면 그것은 나의 힘으로는 영영 찾아내지 못하고 말 얼굴일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의 아픔 가운데에는 형에게서처럼 명료한 얼굴이 없었다.“
이렇다 할 상처나 환부도 지니고 있지 않으면서 심리적 고통과 갈등을 겪는,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떠한 해결책도 찾지 못하고 현실을 회피하는 가운데 점점 자멸해 가는 동생은 인간의 내재된 공허함과 아픔, 그리고 현실을 관조하기만 하는 무기력한 인간상을 드러낸다. 즉, 병신과 머저리는 모두 동생을 뜻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소설의 가장 큰 제재와 주제는 경험과 관념의 차이. 그리고 그 속에서 문제와 현실에 대처하고 극복하는 태도라 할 수 있다.

끝으로 이 소설의 문체와 구성은 정형화되고 논리적인 느낌의 그것이라 할 수 있다. 호흡이 짧으면서도 서서히 밝혀져 가는 추리적 문체와 오차없이 완벽한 구성은 이것은 이청준의 소설이구나 라고 느껴질 만큼 작가의 특색을 잘 반영한다.
이러한 문체와 구성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인 이 소설의 특색과 묘미를 잘 살려주며 다소 딱딱하지만 주제를 표현하기에도 효과적이라 할 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