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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을 읽고나서
글쓴이 박상률
이글의 주인공 훈필이는 열세살이 되었다. 훈필이에게는 꿈이 있는데, 바로 푸른 언덕위에 농장을 짓고 은주와 함께 사는 것이다. 훈필이네 마을에는 가끔씩 꽃치가 찾아온다. 마을사람들은 항상 노래를 부르는 꽃치가 말을한 적을 본적이 없다. 꽃치는 언제나 광주리에 꽃을 꺾어 놓고 쇠똥냄새가 나는 솜옷을 겨울이나 여름이나 입는다. 밥을 얻어먹는 꽃치지만, 다음에 일손이 부족할 때 일손을 거들면서 빚을 갚는다. 훈필이는 그런 꽃치에게 호기심을 갖는다. 훈필이는 은주에게 말을 걸 날만 틈틈이 노리고, 항상 은주의 집을 기웃거리는 것을 들켜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지만 그는 그게 싫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어느 날 서울아이가 학교에 전학을 오면서 훈필이는 점점 푸른 목장에는 은주보다는 서울아이가 어울린다고 생각하게 된다. 항상 꽃을 꺾어 은주네 집 앞에 몰래 놓아두었던 훈필이는 세침 떼기…(생략)

는 묵묵히 성공했느냐고 물어보신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너도나도 훈필이처럼 책상에다 ‘사랑, 추억, 희망, 성공’이라는 문구를 새겨 놓는다.
길던 겨울도 지나고, 다시 봄이 될 무렵 훈필이와 은주의 관계는 더 깊어지지 않는다. 소문에 은주 고모가 해산하는 달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봄바람을 타고 들렸다. 전부터 전남편의 학대로 충격을 받아 이상해진 은주고모와 꽃치가 연예를 한다는 이야기가 간간히 들리긴 했지만 그때마다 어른들은 조용히 하라고 할 뿐이었다. 어느 날 꽃치가 동백꽃을 따고 훈필이 뒤에서 이렇게 말한다.
“꽃이 참 아름답지 않니?”
훈필이는 그때 처음으로 꽃치가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훈필이는 어느 누구에게도 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따뜻한 봄이 온다.
이 책은 아름답고 서정적인 배경에 13세 소년의 심정변화가 너무나도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사춘기 소년은 사랑을 하고 혼자만의 추억을 갖게되고 혼자있는 시간을 즐기게 된다. 서울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 첫사랑 은주,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었던 염소의 죽음, 현실에서 좌절을 느끼고 방황하지만 한발자국 성장하는 훈필이를 보면서 나의 열세살이었던 해를 다시 떠올려보았다. 나도 분명 그시기를 거친 것이 분명한데 기억에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아직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닌데 벌써 사춘기의 동경, 아름다움과는 너무 멀어져 버린것같은 느낌이 든다. 지금은 너무 후회가 된다.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 불리는 사춘기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때이다. 만약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다시 돌아가서 학교, 학원, 텔레비전, 인터넷 이런 생활패턴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경험, 갈등을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