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을 읽고나서 봄봄을 읽고 나서

봄봄을 읽고 나서....
줄거리
나는 점순이의 키가 자라면 혼례를 시켜주겠다는 언약을 받고 삼 년 동안 돈을 받지 않고 일해 왔다. 이제는 혼례를 시켜주어야하지 않겠느냐고 물으면 장인은 점순이의 키가 아직 자라지 않았다고 말한다. 점순이의 키는 위로 자라지 않고 옆으로 벌어지니 안타깝다.
모를 붓다가 생각해 보니 억울하다. 나는 배가 아프다고 뒹굴어 버린다. 장인은 내 멱살을 움켜쥐고 뺨을 때린다. 나를 때려 놓고는 무색해서 사위로 왔지 일하러 왔느냐고 달랜다. 결판을 내겠다는 생각에 구장한테 판단을 물어 보자고 장인의 소매를 끈다.
구장을 찾아가 판단을 해달라고 하자 구장은 성례를 시켜 주는 게 옳다고 한다. 장인은 아직 자라지 않아 곤란하다고 한다. 나는 그냥 집으로 갈 테니 사 년치 사경을 내 놓으라고 생떼를 쓴다.
아침에 점순이가 밥상을 가져 와서는 구장에게 갔다가 그냥 오느냐고 성…(생략)

다르지 않은 인물이다. 체신머리 없는 장인과 약간 모자라는 ‘나’ 가 벌이는 유쾌한 승부가 이 작품의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장인의 욕심은 ‘나’를 머슴으로 더 오랫동안 부려먹을 심산이고 ‘나’ 의 욕심은 어서 빨리 점순이와 성례를 치르는 것이다. 장인은 점순이가 아직 덜 자랐다는 것을 빌미로 성례를 올려주지않는다. 이것은 어느 정도 먹혀든다. 왜냐 하면 ‘나’가 옆으로만 자라는 점순이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한편 이대로 가다가는 성례도 못하고 쫓겨날 것이라는 것도 감지할 줄 아는 영특함을 보인다.
‘나’와 점순이의 관계도 재미있게 설정되어 있다. 점순이는 이미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결혼식을 올려야 할 텐데 ‘나’가 바보처럼 굴고 있으니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며 자꾸만 ‘나’를 꼬드긴다. ‘나’는 점순이의 꼬드김에 따라 사건을 벌인다. 장인과의 갈등에는 언제나 점순이가 배후 인물로 등장한다.
한편 이 작품은 ‘도전과 실패’의 연속에 의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나’가 장인에게 성례를 시켜 달라고 조르면서 일을 하지 않자 장인은 살살 달랜다. 그러나 ‘나’는 구장에게 가서 담판을 짓자고 끌고 간다. 그러나 결국 실패한다. 다음 날 다시 점순이가 핀잔을 주자 배가 아프다는 팽계로 나뒹굴고 이내 장인은 작대기로 두들겨 팬다. 그러나 ‘나’가 반격을 가한다. 장인은 또 어깨를 후려치고 ‘나’는 장인을 언덕 아래로 밀친다. 장인은 그만 ‘나’의 사타구니를 움켜쥔다. ‘나’는 까무러쳐다가 일어나 장인의 사타구니를 잡아 버린다. 완전히 역전된 셈이다.
그러나 ‘나’는 완벽한 실패를 맛보고 만다. 그것은 점순이의 반격 때문이다. 이 소설의 백미는 바로 이 대목이다. 자신의 편이라고 굳게 믿었던 점순이가 적이 되어 버리는 순간의 낭패감, 망연히 서서 그저 멀거니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나’의 모습에서 재미를 느끼게 된다. ‘나’는 결국 어리석은 인물임이 확인되면서 이 소설은 끝을 맺는다.
그런데 이 작품의 사건 자체는 별반 흥미로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갈등도 심각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큰 재미를 준다. 그것은 아이러니의 구조, 육감적인 언어의 사용, 거칠고 서툰 행동을 보이는 인물들과 서술자의 노골적인 표현등이 어우러져 작품의 미적 즐거움을 한껏 풍기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