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순이언니를 읽고나서 독후감 봉순이언니

시대의 상징, 봉순이
공지영
대한민국의 학생이라면 다들 알고 있을 작가 공지영.
문학에 관심이 그닥 없는 나도, 공지영이라는 이름은 한 번 쯤은 들어보았고, 그 사람의 책을 읽어보았다. 봉순이 언니라는 책을 처음 봤을 때는 그저 딱딱하고 어려운 소설인 줄 알았다. 하지만 첫 느낌과는 달리,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봉순이에게 빠져 들어가고 있었고, 정겨운 우리 토박이 말들도 많이 담겨있어서 웬지 편안한 느낌 마저 들어, 마지막까지 기분 좋게 읽었던 책이였던 것 같다. 봉순이는 이 글의 주인공 시점인 `짱이`의 집에서 부엌일을 하는 사람 즉, 짱이네집 식모였다. 짱이네 아빠는 외국에 일을 하러 나가셨고 짱이의 엄마는 그 어려웠던 시절 아끼며 절약하여 집안일을 돌보았던 1960년대의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였다. 몇 년후 짱이의 아빠가 한국에 돌아오셨고 짱이네 가족은 더 큰 집으로 이…(생략)

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이 무작정 날 위해주는 사람을 위해 결혼한 것인지, 난 이 부분에서는 봉순이가 안쓰럽다기보다는 답답하고 한심했다.
짱이의 엄마는 처음에는 책임져주려 했던 봉순이에 대한 태도를 고쳐잡고 연락을 끊는다. 이 부분에서 당시 사람들의 이기주의를 엿볼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내가 짱이엄마였었더래도, 봉순이에 대한 연락을 끊었을 거라고 생각되지, 마지막까지 책임졌을 리가 없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나였다면, 더 심하게 처음부터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몇 년후 짱이가 지하철에서 봉순이 언니를 만났지만 자신이 봉순이 언니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한없이 초라해져 버린 봉순이 언니를 모르는 체 지나치는 장면에서 이 소설은 결말을 맺는다.
이 소설에서 봉순이는 짱아네 식모로서 그 시대의 소녀들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생각된다. 급성장하는 우리나라의 흐름 속에서 가난하고 어찌 보면 이기적인 사람들이 과거엔 인심이 후했다고 생각했던 나에겐 조금은 생소했지만, 어쩌면 나는 글을 읽으며 그들의 모습이 지금 현대에서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거란 생각을 했다. 식구가 많아 형편이 어려운 집에서 굶주리지 않기 위해 딸들을 다른 집에 식모로 보내서 입을 하나라고 더 줄이고, 그 딸이 벌어오는 돈으로 생계를 잇는 그런 삶은 그 시대에서는 아주 일반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소녀들은 그것이 자신의 운명인 것처럼 생각하고 순종하며 살아갔을런지도 모른다. 조금은 억울한 생각이 없지 않아 있었겠지만, 그들에겐 이미 선택권이라는 이름마저 없었을 것 같다. 어린 나이에 매질하는 의붓아버지를 피해 집에서 도망쳐 나온 봉순이. 아마도 그녀는 사람이 그리워서, 애정이 그리워서 그렇게 사람을 쉽게 믿고 의지하려 했을 것이다. 그래서 얻은 상처들이 더 컸을 거라 생각한다.
봉순이는 안쓰럽지만 어찌보면 한심하고 답답한 인간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