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귀 영화의 덧 없음 구운몽

부귀영화의 덧없음
내가 처음 구운몽을 접한 것은 만화였다. 초등학교 때 어떤 출판사에서 나오는 고전 만화시리즈에서 “구운몽”이라는 특이한 제목이 내 눈길을 끌었고, 식구들과 외식을 하고 돌아오는 중 아빠에게 떼를 써 산것이란 것을 기억한다. 그렇게 산 책이건만 끝까지 다 읽고 나니 생각 외로 재미가 없었다. ‘차라리 그 옆에 있던 어사 박문수를 살걸..‘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으니 말이다. 초등학생이라는 나이에 부귀영화와 삶이라는 어려운 주제는 이해하기도 난해했거니와 교회 아니면 다 사이비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라 불교적인 내용을 좋아할 리도 없었다. 어린 마음에서는 당연히 여러 사건이 터지고 해결해 가는, 흥미진진한 박문수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양소유의 영웅담 이였지 않나 싶다.
양소유는 성진이 팔선녀와 인간세상으로 추방되고 나서 …(생략)

들었어도 양소유에 대한 내 이미지는 여전하다. ‘겉만 번지르르한 남자. 양소유는 바람둥이.’
어쨌든 최고의 지위에 오르고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리고 난 양소유는 잘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허무함을 느낀다. 바로 부귀영화의 덧없음이다. 삶이 허무하고 부가 허무하다. 아무리 많은 재물과 높은 지위를 누리고 부족할 것 없이 풍족하게 살았음에도 모든 것이 쓸데없다. 바로 이 것이다. 많은 재물과 높은 지위는 막상 그때에는 만족할지 몰라도 후에 돌이켜 보면 모두 쓸데없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부를 얻으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발버둥 쳐도 후에 보면 모두 허무한 것이다.
이 ‘부귀영화’라는 주제는 지금의 내게는 어려운 문제다. 아직까지 재물에 대한 욕심이란 것을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른들이 느끼는 돈에 대한 욕심을 이해하지는 못하겠고 또 그러게 원하지도 않는다. 아니 이렇게 써놓고 나중에라도 어른이 돼서 돈에 눈이 멀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잊고 살아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에 나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고 또 마음속에 새겨두려 하는 것이다.
가끔은 성진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한번 생을 살아보고 깨달음을 얻은 뒤에는 후회 없는 삶을 살수 있지 않을까 라는 바람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더 불행한 일 일지도 모른다. 앞으로의 미래는 겪어 보지 못했고 또 알 수 없는 것이기에 더 의미가 있는 것이지 않을까.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열심히 달려가는 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