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불꽃
불꽃은 1957년에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무엇보다 개인의 가치를 역사적 맥락에서 묻는 다는 데에 기인할 것이다. 1919년 만세운동에서 시작하여 1950년의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그 파란의 우리 근대사에서 한 개인의 삶이 지니는 무게는 어느 정도인가, 그리고 그 역사적 굴곡에서 삶을 지탱하는 방식은 어떤 것인가를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묻고 있다.
이 물음을 위하여 작품은 고현이라는 한 외로운 회의주의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주인공 현은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정치사의 파랑에 휩쓸려 살아가는 인물이다.
아버지는 만세운동으로 사살당하고, 생존 그 자체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할아버지와 자식 하나에 자신의 모든 존재 이유를 거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난다. 그러므로 현은 어머니의 근원적인 애정과 할아버지의 밥으로 살아간다. 이러한 생존의 조건은 그…(생략)

는 역사의 굴곡을 보여준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개인사와 사회, 정치사가 서로 맞물려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이 작품이 개인의 삶을 역사적 바탕에서 부조해나가는 과정은 우리의 근대사가 얼마나 큰 파랑에 휩싸였는지를 보여주고, 동시에 정치적 억압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삶의 짐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그려나가는 개인과 정치의 함수관계가 과연 정당하고 적절한지에 대하여는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정치적 현실에 입각하여 과연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침묵 혹은 저항의 이원론으로만 국한되는 것인지, 모든 정치적 소신이 청부업자의 위장에 불과한 것인지, 그리고 현의 아버지가 보여주었던 일제하의 항거와 현의 항거가 같은 비중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 등등이 그러한 문제점이다. 특히 작품은 현의 저항에 그 행위의 근거가 될 어떤 철학적 기반도 마련해두지 않았다. 그의 행위들은 돌발적이고 비의지적이다. 이러한 행위들이 어쩌면 정치적 무의식에서 비롯되는 것일 테이지만, 과연 이를 역사적 각도에서 받아들여도 무방한지 도 문제거리로 남는다. 이런 문제에 대하여 우리는 역사와 삶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