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을 읽고 나서 불꽃…

불꽃
저자 : 선우휘
출판사 : 민음사
이 <불꽃>은 일제치하로부터 6.25동란까지의 시간을 배경으로 주인공 고현의 일대기가 그려진 작품이다.처음에는 소극적이었으나, 점차 적극적인 현실참여자가 되는 주인공 현의 모습이 이 소설의 핵심이자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어머니, 아버지 및 조부의 인생이 고현의 회상을 따라 교차되기도 하는 이 작품은 삼대기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 고현의 아버지는 기독교청년으로 3.1만세 운동 과정에서 희생당한다. 그러나 독립운동가의 유복자로 태어난 그는 그의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두고 먼저 죽은 자식은 자식도 아니다." 라고 할 정도로 철저한 봉건적 사상으로 무장된 이기주의자로서 체면이나 의기보다는 현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실리주의자여서 의연했던 아버지의 모습에 대한 기억을 조부에 의해 차단 당한다. 어머니는 남편이 죽은 지 9개월 만에 친정에서 현을 낳…(생략)

된다. 무의미한 전쟁에 참가한 현은 보초를 서던 중 탈영하여 중국 대륙을 헤매다가 광복이 된 후에야 조국으로 돌아온다.
P시에서 교편 생활을 시작한 현은 남의 일에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오로지 아이들 지도에만 전념한다. 그렇게 지내던 가운데 학교의 비리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3명의 교사가 체포되자 과감하게 교장과 맞서 부당한 처사에 대해서 맹렬히 공박하고 사표를 낸다. 이때부터 적극적인 성향이 감돈다.
북으로 갔던 친구 연호가 6.25가 터지자 거들먹거리며 돌이와 현이를 자기세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회유와 위협을 가하지만 현이는 청부업자들과 어울릴 수 없다며 거절한다. 연호는 철저하게 무관심 일변도로 나가는 현의 태도를 확인해 보려고 인민 재판장에 참여 시킨다. 이때 평소 애정을 느껴오던 조 선생의 부친에게 몽둥이 세례가 가해지자 현은 "살인이다!"를 외치면서 연호를 때려눕히고 총을 탈취하여 아버지가 숨진 바로 그 동굴에서 은신한다. 어느 날 연호는 현의 아버지를 인질로 하여 동굴로 추적해 온다. 조부는 "현아, 너는 살아야 한다." 라는 외침과 함께 연호의 총에 맞아 쓰러지고 만다. 위기의 순간 연호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 현은 가물가물 해지는 정신을 이어 가면서 생각에 잠긴다.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정부업자들을 물리치고 자신의 독자적인 삶을 개척해야겠다는 불꽃이 다시 일기 시작한 것이다.
이<불꽃>은 과도기적 인간형(고현)을 통해서 전쟁 직후의 한국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제시하고 있다. 만세운동에 앞장섰던 현의 아버지와 그 대립적 인물, 전형적인 전근대인인 그의 할아버지의 숙명론적 태도 사이에서 방황하는 현의 모습은 그 당시의 냉혹한 현실, 역사적 역동기를 알게 했다. 인상적인 것은 조부의 영향으로 개인적이고 지극히 소극적이었던 현이 할아버지의 생활 방식이던 수동적 자세를 버리고 아버지의 적극적 태도를 자신의 지표로 삼은 점이다. 마지막 서로 총을 겨누는 장면에서 현이 공산주의자 연호에게 방아쇠를 당겼을 때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주저하지 않고 총을 겨누는 모습에서 이제 적극적 현실참여와 자기개혁을 시도하는 "생명의 불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