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정성의 원리를 읽고 불확정성의

불확정성의 원리를 읽고....
작가 : 미셸리오
출판사 : 책세상
가끔씩은 나의 지적 능력이 작가가 요구하는 무언가를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 때론 작가와의 시대, 사회적인 배경의 차이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런 것은 어느 정도의 각오가 전제되기 때문에 난해하다는 인상은 조금 덜 받는다. 하지만 이 책은 뭐랄까. 과거의 지식인들이 다방면에서의 천재적인 인상을 물씬 풍겼다면, 미셸 리오 역시도 그런 경향이 부단한 듯 하다. 묘사라기 보다는 설명에 가깝고 상상이라기 보다는 기술에 가까운 그의 글은 한 번 푹 빠지면 헤어날 수 없을 듯하면서도 동시에 그 한 번을 시작하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이러한 생각은 이 책에 실려있는 세 가지의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깊어만 갔다.
가장 쉽게 다가온 이야기는 다름 아닌 ??실족??이었다. 하지만 이 이야…(생략)

도… 마리와 쥘리의 삶에 끼어든 그가 눈을 뜨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이라면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으며, 정상적인 삶에 대한 그리움이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너무도 순식간에 형성된 애착관계와 신뢰 속에서 그는 고뇌하고, 마리의 사랑 고백을 받는 그 순간 비인간성으로 무장했던 그의 자아는 무너지고 만다. 아무 감정 없이 상대를 해치웠던 그의 총이 자신의 머리를 향해 겨누어지고, 그렇게 그는 자신을 인간답게 만드는 무언가를 거부하고 죽음으로부터 평안을 얻는다.

이러한 독특한 구성 속에서 나는 작가의 어떠한 개입의 흔적도 엿보지 못했다. 문체 속에서는 사나이가 느꼈을 어떠한 인간적 고뇌도 존재치 않는다. 읽는 이로서는 그저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강렬한 인상으로 사나이의 고뇌가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읽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형상, 다른 크기로 말이다. 이러한 냉정함은 이어지는 이야기들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특히 ??불확정성의 원리??는 소설이라기 보다는 실존에 대한 고민의 실체이다. 예전에는 글을 썼지만 지금은 글을 쓰지 않는, 그런 자신의 정체성을 작가로 이야기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그것은 사기꾼적인 행위가 불과한 것인가 등등.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속에서 난해함이 배가된다. 나라는 존재에 대한 진실된 고민이 전제되었을 때 비로소 이해할 수 있고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글이라고나 할까나. 어쩌면 이러한 작가의 시도가 지독히 객관적이고 메마른듯한 글 안에 내포되어 있는 상상력에 눈뜨도록 독자들을 트레이닝 시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무언가를 느끼기 위해 읽지만, 아무것도 그 안에서 발견하지 못했다고 좌절할 때, 그 좌절감으로부터 성장하는, 어쩌면 그것이 그가 독자들에게 바란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