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금파리 한조각

사금파리 한조각
어느 날 어머니께서 신문 기사 하나를 보여 주셨다. `사금파리 한 조각`이라는 책이 동양인 최초로 뉴베리 아동 문학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어머니와 나는 매월 구독해서 읽고 있는 `생각쟁이`를 통해 이미 린다 수 박이라는 작가를 알고 있었다. 사금파리 한조각은 바로 그 사람이 지은 책이었던 것이다.
주인공인 목이는 어렸을 때 부모님을 열병으로 잃었다. 줄포에 있는 삼촌에게로 가게 되어 있었지만 삼촌은 이미 그곳에 없어 결국 다리 밑에 사는 두루미 아저씨와 살게 되었다.
다리 밑의 생활은 너무도 힘들고 어려웠다. 몸은 굶주리고 헐벗었지만 두루미 아저씨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마음만은 따뜻한 생활이었다. 그리고 작지만 희망을 안고 살았다.
목이가 사는 줄포는 유명한 도자기 마을이었다. 고려 궁궐 뿐 아니라 중국 황실에까지 이름이 알려진 청자를 만들어냈다. 목이는 그런 도자기를 보기 위해…(생략)

녔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책임을 지고 일하는 즐거움을 아는 목이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남의 물건을 망가뜨리고 나면 그 친구에게 미안해서 말도 못 걸고 쩔쩔매는 나의 모습을 떠올리니 목이의 용기가 정말 부럽기만 했다.
어느 날 왕실 감도관이 왕실에서 일할 도공을 구하기 위해 줄포를 여행하게 되었다. 그는 민영감의 잘된 작품을 송도로 가져오면 왕실에서 쓸 도자기 만드는 일을 시키겠다고 한 뒤 송도로 돌아갔다. 열심히 노력하여 훌륭한 작품이 완성되지만 민영감은 나이가 들어 멀고 먼 송도로 갈 수 없었다. 그러자 목이가 이 험한 길을 대신 가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송도로 가던 중 산적을 만나 모든 돈과 양식을 빼앗기고 도자기는 박살이 나 버렸다.
모든 것을 잃어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목이는 끝까지 희망을 가지고 부숴진 도자기 한 조각을 들고 간절히 애원하여 왕궁에 들어가 감도관을 만나게 된다. 비록 깨어진 도자기이지만 왕실 감도관은 아주 잘 만들어진 도자기임을 확인하고 민영감에게 많은 양의 도자기를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나 같으면 그 먼 곳을 가기가 싫어 도망치거나 포기했을 텐데...... . 길도 잘 모르는 곳을 끝까지 가는 목이는 집념이 강하고 끈기가 있어 보였다.
기쁜 마음으로 줄포에 돌아온 목이. 그러나 슬픈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처럼 목이를 사랑하고 키워준 두루미 아저씨가 돌아가셨다는 것이었다. 목이의 슬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나 역시 의지할 곳 하나 없는 목이가 너무 불쌍했다. 하지만 슬픈 일이 있으면 또 다시 기쁜 일도 생기는 법일까? 갈 곳이 없는 목이를 민영감과 부인이 아들로 키우겠다고 나선 것이다. 목이라는 이름대신 형필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주면서...... . 새로운 이름을 가진 목이, 아니 형필이는 분명 행복하게 살았겠지?
훗날 고려 시대에 형필이라는 사람이 훌륭한 도자기를 만들어 냈다는 책자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분명히 목이는 뛰어난 용기와, 인내심을 갖고 있으니 민영감의 도자기 못지 않은 멋진 작품을 만들었을 것이 틀림없다.
나는 미술 학원에 다니며 그림을 배우고 있다. 한 작품을 그리는데도 몇 시간씩 힘들게 그렸던 기억이 났다. 또 마음처럼 표현이 되지 않을 때는 짜증을 내고, 그만두어 버릴까 생각한 적도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림 연습을 할 뿐인데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뛰어난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나는 민영감의 예술가로서의 집념과 목표의식을 좀더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다음엔, 목이의 용기와, 인내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작은 사금파리 한 조각에도 끝까지 희망을 거는 목이처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