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벌레 소년의 사랑을 읽고 사슴벌레 소년의 사랑

나는 여태까지 책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한번도 읽어본 적은 당연히 없으며, 심지어 제목을 들어 본적도 없었다. 국어 선생님께서 읽으라고 하셨을 그 때 처음 알게 되었다. 서점에 가보니, ‘제 1회 사계절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써 있었다. 도서관에 가서 빌릴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빌려보지 않고 굳이 산 이유는 추천에 ‘현기영, 오정희, 황광수’라는 작가들의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기영은 ??지상에 숟가락 하나??, 오정희는 교과서의 ??소음 공해??, 황광수는 내가 본 책 뒤에 평론을 읽어본 것에 많이 있었기에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었다. 이런 쟁쟁한 작가들이 추천했다고? 왠지 궁금증만 더해갔고,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은수. 시골 소년인 은수는 뾰루지 같은 피부병 때문에 산 속으로 엄마와 같이 요양을 간다. 나도 아토피 피부염이 있다. 지금은 조금 나았지만, 걸렸을 때는 가려…(생략)

누나는 같이 나무를 하러 간다. 은수는 누나에게 비밀 장소인 조그만 굴을 가르쳐 준다. 누나의 이름은 양순희. 누나는 폐병이 있다고 한다. 이 누나도 요양까지 온 걸 보니 병이 어느 정도 심각한 것 같다.
누나가 폐병이 있어서인지 은수와 같이 나무를 하러 갈 때도 순희 누나는 숨이 빨리 찬다. 그런 누나를 보며 은수는 마음을 졸인다. 그렇게 은수는 누나와 함께 하루하루를 보내며 친하게 된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은수와 누나는 산에 올랐다가 엄지벌레가 껍질 벗는 것을 보게 되었다. 껍질 벗는 장면을 자세히 보니 거기에는 개미들이 공격을 하고 있었다. 엄지 벌레는 껍질 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는 읽을 때 이 부분이 비극적 결말의 복선이라고 생각 했다. 1학년 때 배운 소나기에서 많은 복선들을 생각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복선이 더 있는 것 같다. 젊은 남녀 이야기인데 이곳에 같이 약혼사이로 왔다고 한다. 그 중 여자는 폐가 안 좋아서 결혼을 못하고 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여자는 계속 있었는데 어떤 총각이 그 여자를 좋아하게 되었다가 그 여자가 거절하자 자살하였다. 그러자 그 여자도 헛것이 보여 죽었다는 이 이야기도 왠지 순희 누나의 비극적 결말의 복선이 아닐까? 은수에게도, 순희 누나에게도, 뭔가 슬픈 일이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
순희 누나는 계속 어떤 남자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를 않는다. 그런데 은수는 그 사람이 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은수가 순희 누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울에서 온 아이들이 누나하고 친한 것 같아 보이자 은수는 괜히 질투가 난다. 은수의 순수한 사랑이 돋보였다.
은수는 사슴벌레를 좋아 한다. 검고 매끄럽게 빛나는 각질, 길고 날카로운 집게 이러한 것들이 사슴벌레의 매력이다. 나는 그런 것들은 좋아하지는 않다. 왠지 그러한 것이 싫다. 나는 곤충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날, 은수와 순희 누나는 잣을 따러 간다. 이유는 은수가 몰래 잣이 폐병에 좋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잣나무 주인 아저씨 몰래 잣을 따고, 잣을 깐다. 몰래 잣을 따다니 참 용기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은수라면 걸릴까봐 두근두근 해서 그런 마음은 쉽게 먹지도 못 할 텐데...
어쨌든 순희 누나는 매일매일을 은수와 함께 그 때 그 남자를 기다린다. 그 남자가 온다고 했나 보다. 그런데 역시 그 남자는 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순희 누나가 폐병이 심해져 피를 토하기까지 했다. 나는 어떻게 하면 피를 토하는지 궁금해졌다. 한번도 피를 토한적이 없어서 말이다. 피를 토한다는건 사극에서나 봤다. 실제로 일어나서는 안되겠지만 궁금하기는 했다. 순희 누나의 병이 심해져서인지 순희 누나네는 집으로 간다고 하고 은수는 순희 누나가 갈 때 잣을 준다. 그리고 잣이 폐에 좋다고 가르쳐 준다. 힘들게 따 놓고 순희 누나에게 준 은수. 은수가 순희 누나를 좋아하는 것은 역시 확실했다.
누나가 간 뒤 은수는 누나를 그리며 그들만의 비밀 장소로 가본다. 그 곳에는 카세트가 있었다. 누나의 준다고 했던 그 카세트였다. 누나가 약속을 지킨 것이다. 누나는 은수에게 카세트를 주고 은수는 누나에게 잣을 주고 물물 교환인가? 어쨌든 누나는 은수에게 주는 약속을 병중에서도 지켰다. 아프면서 그것까지 챙기다니.. 세심한 사람인 것 같다. 내가 만약 아팠다면 나는 그런 약속같은 건 벌써 잊어버렸을지 모른다. 순희 누나도 은수의 사랑을 눈치채지 않았을까?
이 소설을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나는 한 번 읽었을 때 이 소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잘 몰랐다. 하지만 읽고 또 읽어보니 사랑에 대한 것이었다. 순희 누나에 대한 은수의 사랑이었다. 점점 눈덩이처럼 커지는 사랑이었다. 사랑은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하였는가? 책을 읽어보니 순희 누나에 대한 은수의 사랑, 즉 배려가 커져가는 것을 읽을수록 알 수 있다. 모든 세상에 이런 사슴벌레 소년, 은수의 사랑이 만발했으면 좋겠다. 삭막한 세상에 이런 사랑이 있다면 모두들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지 않을까 싶다. 무엇이든 세상에 실현시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자기 자신부터 행동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부터라도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