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사와 T교수

김강사와 T교수
몇 해 전, 우리 나라는 돈을 빌리려 고생을 했다. 갑자기 갚아야 할 외채가 늘어남으로 인해 나라의 신용도 떨어졌고, 돈을 빌리는 데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이렇듯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부족해 강대국들에게 굽신하며 위기를 벗어나야 했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비단 IMF뿐만 아니라 경우는 다르지만 독도 사건도 그렇다. 엄연한 우리 땅이고, 한 순간의 억지임에도 불구하고 그것 때문에 식은땀을 흘리고, 한번씩 터지는 일본의 발언에 이곳저곳 틀어막느라 왜 그리 고생인지…. 옛날부터 강대국들의 침략을 잘 막아왔던 우리 나라지만 우리끼리의 힘으로는 부족했던 적이 많았다. 자연스레 더 힘세고 더 부강한 나라에 의지하고 그들을 믿는 비굴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김만필은 오랜 공백기를 마치고 시간 강사로나마 취직을 한다. 그는 N교수의 소개를 받아 H과장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S전문학교에 취…(생략)

신의 편으로 만들려 한다. T교수는 앞에서는 신임교사이고 약점을 가진 김을 도와주는 척 하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학생들에게까지 하는 얌체다. 하지만 사실을 알면서도 김만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처지다. 결국에는 교장에게까지 모욕을 당하고 그 고발자가 T라는 것도 알게 되지만 그저 자신의 무기력했던 행동과 불쌍한 처지를 후회하고만 있을 뿐이다.
우리가 주권을 뺏겼던 36년 동안 우리의 입과 귀는 막혀 있었다. 당연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만필과 같은 처지, 그러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민족을 잊고 살아야 했던 36년. 그러나 그들의 맘속에는 민족애가 담겨 있었을 것이다. 다만 각자의 처지가 고달픔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잠시 잊는 것이 편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은 그런 치욕을 견디지 못하고 저항하며 일생을 보냈다. 그들은 조국을 남에게 맡기고 있다는 것을 목숨보다 더 안타깝게 생각했기에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다. 한국인의 자존심을 지켜 나가던 그들의 행동…. 김만필은 한편으로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치욕을 혼자 감당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를 움직이지 않게 만든 것은 그 못지 않게 약했던 우리 나라의 힘이다. 그도 충분히 반항과 저항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일제로부터 해방이 되고 그때 일을 역사 속에서 알게 될 뿐이지만 시간이 더 흘러감에 따라 그와 유사한 일들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들 스스로가 변하고 우리 나라도 경쟁력이 강해졌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강대국 앞에서는 굽신하는 존재밖에 되지 못한다. 충분한 가능성과 주위의 기대 속에서 우리가 제자리걸음을 걷는 원인은 일체감의 부족 때문이다. 나라를 앞에서 선도해야할 정치인들은 싸움뿐이고 나라 경제를 짊어진 기업은 서로의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하다. 자연스럽게 국민들은 그들을 믿지 않고 그에 따른 배신감도 느끼게 된다. 세계무대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국민들은 그 나라를 믿고 의지하기에 그럴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남 앞에서 내 의견을 바로 말하고 상대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겉모습뿐만 아니라 그 속의 내용, 기본부터 강해져야 한다. 국민과 국민, 국가 모두가 공공을 위한 노력을 하고 서로간의 믿음으로 무장하면 더 이상 어떤 국가도 우리를 얕보지 못한다. 애써 맞추어 나갈 필요도 없다. 이제 우리가 훈화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