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를 읽고

대지를 읽고
이번에 읽은 책은 펄 S.벅의 `대지`였다. 대지는 펄벅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소설인데 마치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이번이 두 번째로 읽는 것 이었는데도 전혀 지겹다는 느낌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우리들의 삶에서 흙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는 알고 있었다. 우리가 매일 식탁에서 먹을 수 있는 밥이나 채소들
같은 양식을 키워 내는 곳이고 또 우리가 집을 짓고 사는 터전 정도로만. 하지만 이번에는 왕룽 가족의 이야기 덕분에 대지가 가지는 그 특별한 의미에 대해 더욱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아무리 크게 성공하여 도시에서 부자로 사는 사람일지라도 자기가 옛날 어릴 적에 살던 시골마을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딱딱한 아스팔트보다는 부드러운 흙의 감촉을 느끼고 싶었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대지`는 도시의 생활에 지친…(생략)

처럼 묘사되어 있다.그것은 책의 내용이 사상적,시대적 상황을 벗어나 인간의 삶 자체를 주제로 다루기 때문인 것 같다. 실제로 왕룽의 가족들은 나에게 인간의 삶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왕룽이 사는 중국 북쪽에 엄청난 흉년이 들어 마을 전체가절망적인 상황에 빠지게 된 상황에서도, 온 가족들이 모두 남쪽으로 힘든 여정을 떠났을 때도, 겨우 남쪽에 도착한 그들이 그 후에도 삯일과 구걸로 하루 하루 연명해 나갈 때에도 그들은 희망을 버리고 되는 대로 살아 가는 모습은 결코 보여주지 않았으며 절망해서 주저 앉는 일도 하지 않았다. 또결국에는 시련을 극복함으로써 나중에 큰 부자가 되게 되는 기회까지도 만들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왕룽의 가족들 모두가 죽지는 않더라도 그래도거의 대부분은 굶주림 속에 죽을 것이라고 생각만 하고 있던 내게 그것은 조금은 충격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죽을 줄만 알았던, 헤어나지 못할 줄만 알았던 그 모진 시절들을 견디고 끈질기게 살아 남아, 결국에는 극복해 내는 그들의 모습은 나에게도 많은 생각할 점을 만들어 주었다. 그것은 나에게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삶에도 큰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게 해 주었다.
난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왕룽이 땅을 모두 팔아 버리려는 두 아들들에게 한 줌의 흙을 움켜지고 눈물을 흘리며 하던 마지막 이 한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땅에서 나왔고, 다시 땅으로 돌아가야 한다...... 너희들도 땅만 가지고 있으면 살 수 있어...아무도 땅을 떼어 가지는 못한다....."
왕룽의 땅에 대한 애착을 가장 잘 드러낸 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우리 세대에는 농촌에 살기보다는 도시에 살며 편하게만 살아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왕룽을 부축하는 체하며 위로는 탐욕스러운 눈빛을 주고받으며 야릇한 미소를 머금던 왕룽의 아들들 처럼. 도시에서는 흙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땅의 소중함을, 정신적인 가치의 소중함을 모르고 무조건 물질적인 풍요로움 만을 위해 살아가는 것 같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도 단지 슈퍼에 가면 언제든지 사올 수 있는 물건이라고만 생각했지 일년 동안 힘든 농사일과 노력으로 겨우 얻을 수 있는 것 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그 정성과 노력을 나는 맛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별 생각 없이 버려왔던 것이라 생각하니 왕룽과 같은 땅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살아가고 계신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
우리도 왕룽이 토지를 위하여 살아갔던 것처럼 물질적 행복보다는 자신의 삶에서 뭔가 소중한 것을 하나 생각해 보고 그것을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