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무정
평소의 나는 독서와는 거리가 좀 있다. 책을 읽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시간에 쫓기는 생활을 하다보니 책을 접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 하지만 `무정`이라는 소설은 어머니의 간곡한 권유로 바쁜 시간을 쪼개어서 읽게 되었다. 나는 `무정`을 읽는데 투자한 시간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그만큼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어머니께서 왜 권하셨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무정`이라는 소설을 바라봤다. 신학문을 통한 민중의 계몽이 `무정`의 주된 내용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무정`에 접근할 때 그 방향에서 해석을 시도한다. 하지만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이 교육을 받는 입장이다보니 이 소설을 해석하는데 있어서도 그 관점을 교육에 맞추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교육의 관점에서 해석을 시도했다.
교육은 한 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그…(생략)

자연하는 목소리가 글의 전반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것은, 개화기였다는 시대 상황에 비추어 이해할 수 있지만, 작가가 가지고 있는 왜곡된 교육관에는 분개함마저 들었다. 외국의 것은 무조건 좋다는 식의 교육관! 그런 사상이 1917년 그 당시 지식인 계층의 사상인 것이다. 그런 사상으로 말미암아 현재 교육에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작가는 소설 속의 인물을 통해서 자신의 작품 속에 사상을 담는다. 그렇기 때문에 무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정`에 나오는 인물들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먼저 작가의 감정이 가장 많이 들어가 있는 `무정`의 주인공인 형식은 신학문으로 대표되는 인물이다. 형식은 모든 면에서 결코 뛰어난 인물이 아니다. 영채와 선형 사이를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오고가는 기회주의적인 인물형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 당시의 젊은이들이 열광하던, 자유연애의 주인공으로 형식을 형상화함으로써 그 시대의 영웅적이고, 신문물의 전형적인 인물로 그려 놓았다.
형식을 둘러싼 사랑의 삼각관계와 갈등도 모두 외국의 신학문을 배우러 가는 유학 길에서 해소된다. 작가가 결국 추구하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작가가 그토록 정성스럽게 빚어낸 새로운 인물 `형식`은 앞에서 언급한 바 이 글에서는 기회주의자로 등장한다. 스승과의 의리도, 과거의 연분도 형식이 추구하던 `유학`의 앞에서는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그토록 작가는 주인공 형식을 통하여 외국의 유학을 선동하고 있었던 것인가? 그러나 외국의 문물을 배우고 돌아와서 어떤 교육을 어떻게 시행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이 글의 어디를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막연한 외국문물에 대한 동경이외에 이 글의 어디에서도 미래의 신문물 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의 실행방안이 없다.
그것이 마치 지금의 우리 교육현실에 검증되지 않은 외국의 교육제도를 마구 쏟아 부은 지금의 우리나라의 교육은 과연 성공한 교육인가? 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요즘 `무정`의 전반을 흐르고 있는 외국문물에 경도된 작가의 왜곡된 교육관은 참으로 무섭게까지 느껴진다.
일제강점기와 같이 민족이 어려움을 겪을 때,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높은 수준의 지식을 갖은 사람이 적을 때 지식인 한 사람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하다. 그런데도 `무정`의 작가 이광수는 이 소설이 미칠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대책없는 교육 방책을 제시하여 무지한 사람들의 사상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의 교육 정책의 문제점은 이런 지식인들의 잘 못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현재 교육의 문제에 대해 안타까운 것이 많은 것이다. 옛날 지식인들이 조금만 노력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교육에도 주체성이 필요한 것 같다. 남의 것 즉, 외국의 것만 좋은 것으로 보고 따라하려고만 한다면 우리에게 발전이란 것은 없을 것이다. 교육에 주체적으로 한 기준을 세우고 교육의 기준과 이념에 맞추어서 교육해야한다. `무정`에서처럼 외국문물만을 좋은 것으로 볼 것이 아니다. `무정`은 그 시대의 잘 못을 말해 주었다. 그렇다면 현재를 사는 우리는 그 것을 수정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 주체적인 교육! 그 것이 이루어 지기를 바란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당대 지식인들의 한계와 더불어, 지식인으로서의 사회에 대한 무거운 책임의식을 느껴본다. 그리고 잘못된 지식인들로 인해서 사회의 문제가 어떻게 일어나게 되고 그 영향력은 어떠한지 알 수 있게되었다. 만약에 `무정`의 작가가 당대 지식인으로서 여과되지 않은 신교육의 열정을 토로하지 않고, 정말 객관적인 검증을 통하여 올바른 교육관을 제시하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진정한 지식인은 자기 민족을 진실로 사랑할 때, 탄생하는 것이다. 헛된 망상이나 추상적인 구호 속에서 진실한 사랑의 마음을 찾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이 또한 글을 쓰는 작가들의 그 시대에 대한 책임이란 것을 느낀다. 우리민족의 선각자요 교육자였던 작가에게서 이런 슬픈 현대 우리 교육의 자화상을 발견하는 것은 비록 나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