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과 머저리를 읽고 병신과머저리

병신과 머저리.
어쩌면 같은 뉘앙스의 말일 수도 있겠다. 사람을 비하시킨다는 의미에서 이 두단어는 굉장히 가깝게 다가올 테니까.
허나 병신과 머저리는 확연히 다르다. 원래 병신은 신체적으로 결함이 있는 사람을 이르는 말일 것이고, 머저리는 아무런 결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이르는 말일 터이다. 이러한 병신과 머저리란 말의 오묘한 관계는 이 소설 속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형과 나는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이고, 상처를 받은 같은 시대의 사람이지만, 살아가는 방식이라든지 성격 등은 전혀 다르다.
일단 형은 의사이며, 동생은 화가이다. 여기서 우리는 의사는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직업이라는 것과 화가는 감성적이며, 불투명한 직업이라는 것에도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것들은 그저 `직업`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형과 동생의 살아가는 방식을 그대로…(생략)

죽음을 막지 못했던 형의 모습은 아마 머저리일 것이다. 그리고 그에 상처를 입은 형의 모습은 병신일 것이다.
형은 이러한 머저리와 병신의 과정을 거쳐 비로소 치유된 삶을 찾게 된다. 그럼 6.25를 겪지 못한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나는 상처가 무엇인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명백히 알지 못한다. 해결할 생각도 이겨낼 마음도 없다. 동생은 그저 머저리에 지나지 않는다.
머저리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그 상태에 머무른 것이다. 소설에서 나온 것처럼 동생에게는 명료한 얼굴이 없었다.
병신과 머저리는 형의 치유된 상처와 동생의 끝내 치유되지 못한 상처로 끝을 맺는다. 왜 동생의 상처는 치유되지 못했는가, 란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상처를 모르는 자가 어찌 상처를 치유할까 .어쩌면 나, 그리고 우리도 상처를 알지도 못하면서 상처가 치유되지 못함에 아쉬워하고 고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