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을 읽고 나서 봄봄…

봄봄
저자 : 김유정
출판사 : 다림
주인공 `나`는 벌써 3년 7개월 째 배 참봉 댁에서 데릴사위라는 미명하에 사경 한 푼 없이 일을 해 주고 있다. 장인께서 점순이의 키가 작아 아직 덜 자랐다는 이유로 성례시켜주지 않으면서 부려먹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덧 나이가 찬 점순이의 애매한 행동과 장인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다가, 점순이의 충동질에 장인을 혼내주려다 오히려 점순이의 알 수 없는 태도에 그녀의 얼굴만 멍하니 바라본다.
`나`와 장인의 갈등 구조 속에서 장인에게 반항하는 듯 하나 결국 그의 뜻대로 행동하게 되고 마는 `나`의 모습에 허탈한 웃음이 나왔고, 장인의 옹졸하고 이기적인 행동 속에 상대적으로 너무나도 순박한 `나`의 모습은 자칫 심각하게 흘러갈지도 모를 소설의 분위기를 시종일관 밝게 띄워주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단순할지도 모르겠지만 가장 중요할 지도 모를, 그런 근본…(생략)

길 가운데 서 있다는 생각에 외롭다고 느끼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소설 `봄?봄`의 주인공같이 해맑은 옛 사람들과 어울려 전원의 한적한 생활을 누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피어났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소망한다. 서로 모자라면 채워주고, 남으면 베풀던 정 많고 따뜻한 고향을 우리 현대인들이 앞만 보고 빨리 걸어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다시 회상해 보는 계기를 가져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주인공 `나`처럼 순박한 모습들이 나와 바로 내 옆을 걷고 있는 막연한 누군가의 모습에서 묻어 나왔으면 좋겠다.